양승조 충남지사가 1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모습. 
양승조 충남지사가 1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모습. 

양승조 충남지사가 12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집권여당에서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을)에 이은 두 번째 출마선언이다. 두 사람의 출마선언은 이제 본격적인 대선레이스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양 지사의 대선출마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부터 ‘4선 양승조 의원’의 충남지사 도전을 대선 교두보 확보로 보는 시각이 팽배했다. 충남지사에 당선된 이후에도 양 지사는 직·간접적으로 대선출마를 시사해 왔다.  

일단 충청민심은 양 지사의 대선출마선언에 대해 기대와 우려로 엇갈리고 있는 중이다. ‘충청대망론’ 선두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불명예스럽게 정치권을 떠나자, 충청인은 ‘정치적 구심’을 잃고 또 다시 정치변방의 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빈틈을 가장 빠르게 파고든 사람은 다름 아닌 양승조 지사였다. 누군가 해야 할 역할이라면 그 역할을 마다치 않겠다는 책임감이 앞섰을 것이다. 양 지사에 대한 온갖 우려와 걱정이 그의 안방인 충청에서도 결코 작지 않지만, 일단 충청의 중진 정치인으로 책임을 다하려 한다는 점만큼은 인정해 줘야한다. 

그는 ‘내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출마선언의 핵심 모토로 내세웠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고, 거리에 아파트가 넘쳐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하는데, 왜 나만 행복하지 않을까를 고민하는 다수 국민들의 속내를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출마선언문에 ‘사회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 해소’를 전면에 내세웠다.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의지도 담았다. 첨단산업 지원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 남북교류와 평화통일 시대에 대한 의지도 천명했다. 모두 이 시대 우리가 안고 있는 중요한 의제들이고,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라면 누구나 고민하고 있는 과제들이다. 

물론 양 지사의 한계는 분명하다. 

같은 광역단체장으로 경기도를 이끌고 있는 이재명 지사가 지지율 면에서 크게 앞서고 직무수행 평가에서도 양 지사와 비교할 수 없는 우위에 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도 사법적 족쇄만 풀면 여권 간판주자로 나설 수 있는 막강한 경쟁자다. 

그 뿐 아니다. 당내 경선경쟁 상대 중 누구하나 만만한 인물이 없다. 앞서 출마선언을 한 박용진 의원은 당내 진보의제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 586세대다. 양 지사는 박 의원에 비해서도 시대와 세대를 대표하는 대표성이 취약하다. 

이낙연, 정세균 두 명의 전직 총리는 또 어떤가. 양 지사가 4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관록을 자랑하지만 총리출신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여기에 이광재, 김두관 등 쟁쟁한 잠재후보들까지. 양 지사는 사실 가장 가능성 없는(?) 후보일지 모른다. 

때문에 ‘정치판’을 잘 아는 양승조 지사가 단순한 셈법을 앞세웠다면 절대로 ‘대선출마’ 카드를 뽑아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양 지사가 정치를 하면서 여러 고비와 위기가 있었지만, 늘 충청도 양반, 선비의 품위를 잃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할 말은 하고, 책임질 일은 반드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앞서 양 지사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는 민심을 전했지만, 사실 직관적으로는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만큼은 그의 출마선언에 박수를 보낸다.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지역의 이익을 앞세워 골목대장이 되는 길이 아닌, 영·호남 지역주의를 훈계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충청인의 선비정신을 끝까지 보여 주기를. 양 지사 개인은 패배해도 충청정치가 이기는 길을 걸으시라. 앞으로 보낼 쓴 소리를 대신해, 오늘은 온전히 응원의 박수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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