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예순 여덟 번째 이야기] 권력만 좇는 변방정치 끝내려면

충청권 국회의원. 자료사진.
충청권 국회의원. 자료사진.

충청 정치는 오랫동안 ‘변방’을 맴돌았다. 영호남은 경험한 ‘권력의 맛’ 한 번 못 봤다. 말이 좋아 ‘캐스팅보트’이지, 영호남 틈바구니에서 알맹이를 빼먹는 영악함도 보이지 못했다. 

현대 정치사에서 JP(故 김종필 전 총리)를 비롯해 이완구, 안희정 정도가 ‘될성부른 싹’이었으나, 꽃을 피우진 못했다. 차기 대선에는 될성부른 싹조차 안 보인다.  

일부 지역 언론과 보수세력은 ‘무늬만’ 충청사람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충청도와 ‘접’ 붙이려고 한다. 충청도에 인물이 그렇게 없나 싶을 정도다. 혹자는 말한다. 그동안 충청도는 개인의 영달에 급급해 ‘사람’ 키우는 데 인색했다고.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능력주의가 장시간 뿌리를 뻗어간 게 아닐까. 깊고 질긴 뿌리가 새싹의 움틈을 허락하지 않고, 독성이 무성하게 퍼져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까.

박병석 국회의장이 의원 시절 충청권 기자들과 사석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그는 정부 부처 요직에 충청 인사가 등용되지 못하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진보정권 10년은 호남이, 보수정권 10년은 영남이 등용됐다. 한마디로 20년간 충청도를 챙기지 못한 것이다.” 장·차관을 하려면 1급 차관보나 실장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충청권엔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진보나 보수 정권에서 충청의 정치도 힘을 못 썼다는 얘기다. 적어도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충청도는 그 흔한 ‘계파’도 없다. 계파정치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다만 계파가 없는 탓에 공동체나 연대의식이 부족함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박 의장이 좌장을, 정진석 의원과 이상민 의원이 간사를 맡는 ‘충청계’라도 만들자면 허언(虛言)이라고 조소할까.

여야 차기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지역 정치권 행보가 분주하다. 당대표를 하니, 원내대표를 하니, 최고위원을 하니 야단이다. 정치인의 입신양명은 운신의 폭을 넓히고, 더 높은 곳을 오를 수 있는 사다리를 놓는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대신 그 사다리를 놓을 수 있도록 다선·중진을 만든 건 지역주민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선수(選數)를 당리당략과 입신양명 수단으로 삼지 않기를 바라는 당부다. 지역 현안은 뒷전인 채 권력만 좇는 하류 정치에 지역민은 한숨을 넘어 체념에 이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선이고 중진이면, 용병 영입에 열을 올릴 게 아니다. 직접 ‘충청대망론’ 주자로 나서야 옳다. 그게 충청도 정치의 힘이고, 자존심이며, 미래를 여는 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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