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힐링고전] 채근담 강의

채근담에서는 자신을 혼탁하게 할 수 있는 재물(財物) 명리(名利) 색(色) 등과 함께 하면서도 깨끗함을 유지하는 사람이야 말로 진실로 깨끗한 사람이라 하였다.
권모술수는 어떨까? 채근담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권모술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고결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것을 쓸 줄 알면서도 쓰지 않는 사람은 더욱 고결한 사람이다”(智械機巧 不知者爲高 知之而不用者 爲无高) 하였다. 
그러니까 권모술수를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쓰지 않는 사람이야 말로 진실로 고결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러할까? 권모술수의 참 뜻부터 알아야 하겠다.

▲ 긍정적 권모술수, 부정적 권모술수
권모술수(權謀術數)의 뜻에는 부정적 의미와 긍정적 의미가 있다. 부정적 의미의 권모술수는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을 교묘하게 속이는 술책을 말한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수단은 긍정적 의미의 권모술수다.

동서고금의 정치사는 음모와 중상모략으로 점철된 부정적 권모술수의 정치사라 하겠다. 오늘날 우리의 정치현장 역시 부정적 권모술수의 아수라장이 아닌가! 그래서 권모술수라 하면 대체로 부정적 의미로 인식되어 있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천재 병법가이며 전략가인 손무가 지은 손자병법(孫子兵法)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병법이면서 경쟁사회에서 승리를 위한 처세의 수단이라 하겠다. 이처럼 처세의 수단이 되는 권모술수는 긍정적 의미의 권모술수라 하겠다.

선의의 거짓말이 때로는 상황을 반전시키는 묘약이 될 수 있듯이 긍정적 권모술수가 어려운 세상사에 대처하는 처세의 묘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정도(正道)와 권도(權道)
사람은 누구나 바른 도리 즉 정도(正道)를 따라서 살아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대처해야 하는 임기응변이 필요할 때가 있다.  유학에서는 이것을 권도(權道)라고 한다. 

권(權)은 저울을 말한다. 물건의 무게에 따라 변하는 저울처럼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의롭게 대처하는 것을 권도라고 한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이 비록 정도를 벗어났더라도 결과 즉 목적을 이룸에 있어서는 정도이어야 하는 것이 권도다.

제나라의 웅변가인 순우곤과 맹자의 대화다. 순우곤이 맹자에게 물었다. “남녀 간에 물건을 주고받을 때는 손으로써 주고받지 않는 게 예의입니까?” 맹자가 답했다. “그것이 예의지요” 다시 순우곤이 물었다. “그렇다면 자기 형수가 물에 빠졌을 때도 손을 내밀어 꺼내주어서는 안되겠군요?” 맹자가 답했다. “아니오! 형수가 물에 빠졌는데도 꺼내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짐승이나 다를 바가 없다오. 남녀 간에 물건을 손으로 주고받지 않는 것은 예의지만, 형수가 물에 빠졌을 때 손을 잡고 꺼내주는 것은 임기응변, 즉 권도인 것이오” 

다시 풀이해 보면, 형수의 손을 잡는 것은 형수의 목숨을 구하려는 목적이었기에 비록 권도를 부렸지만 결과적으로 의로움을 지킨 것이다. 그러나 만약 형수의 손을 잡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이는 권도를 빌어 불의(不義)를 저지른 것이 되는 것이다.

권모술수도 이와 같다 하겠다.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해 정적(政敵)을  제거하기 위해 음모 ․ 중상모략의 권모술수를 썼다면 이때의 권모술수는 의롭지 못함이 된다. 그러나 경쟁자가 되었든 정적이 되었든 정정당당하게 선의의 경쟁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권모술수를 썼다면 이때의 권모술수는 정당한 자기능력인 것이다.

▲ 나를 지키는 권모술수의 칼

김충남 강사.
김충남 강사.

인류사는 善의 연대기냐 惡의 연대기냐 할 때 오히려 악의 연대기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세상은 선하지 못하다. 선하지 못한 사람들과 선하지 못한 일에 둘러싸여 있는 내 자신을 지키고 방어하기 위해서는 권모술수의 칼을 갈아둘 필요가 있다. 상대의 음모와 중상모략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내 자신이 음모와 중상모략의 술수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당하지 않게 된다.                

범죄수법도 알아두어야 하는 것은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범죄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채근담에서는 권모술수를 알지 못하는 것보다 쓰지 않더라도 알고 있는 것이 한 수 위라 하지 않았는가!

▲ 그렇다 권모술수, 남을 해치는 칼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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