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거리는, 2021-03, 송선헌

1. 숭어(崇魚)를 만났다. 
 충무공도 드셨다는   
이른 봄을 알리러 눈에 노란 기름막을 띠고
바다에서 기수(汽水)로 올라오는
눈부럽떼기, 글거지, 모쟁이...라 불리는 숭어는
홀치기 낚시, 뗏발, 가덕도에선 육수장망 어로법으로 잡고
정성 드린 어란(魚卵)은 최고로 비싼 안주다.

연어가 거센 폭포를 역류해 거슬러 올라가듯 
팔뚝만한 숭어의 튀어 오름도 처연하다.
하늘의 장대를 넘는 선수같다.
넌 살기 위해서인데 난 잘난 척 하기위해 튄다.
그만큼 남에게 상처를 줄 것이다
숭어가 뛰니까 망둥어가 뛸리는 없지만
알면서도 고치기 힘든 나만의 고질병이다.
무채색처럼 덤덤하게 살기는 아직 피가 뜨거운가?
언제쯤이 될지... 모르지만...

친구들과 이모네 집에서 마지막 입가심을 청했다.
겨울 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 펄만 훔쳐 먹어도 달다며 
새로 오신 이모가 회를 강권했다.
그 덕에 쫄깃한 숭어회에다가 모두는 이슬에 젖어버렸다.
바다를 본적 없던 슈베르트의 가곡과 피아노 5중주는 숭어가 아니라 민물에 사는 송어라는 이야기도 하면서
쨍하고, 위하여!
늦도록... 


2. 송어탕 이야기 
 십 수 년 전일이다. 
동학이 금산에서 옥천을 통해 대전으로 넘어오다 전투를 벌였고 막걸리로 유명한 증약리(增若里)에서 전화가 왔다.
치아교정 상담을 받으러 온다는데
예약표엔 ‘송어탕’으로... 설마 했는데
사실인즉 손어당 씨를 그렇게 자기 편할 대로 들었던 것이었다.
나도 식당 예약을 하면서 아들인 송재청이라 하는데 
가서 보면 ‘통계청’으로 호적이 바뀌어 있다.
내 이름 또한 어려워 골프 점수표에 제대로 적힌 것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살결이 소나무(松) 같아 이름이 송어(松魚)인데
서구 가수원송어횟집의 매운탕은 가히 일품이라서 부모님 생전에 자주 모시고 갔었다.
이후엔 옥천으로 모셨기에 IC에서 가까운 참샘송어집에서 가족 모임을 몇 번 했다.

 송-숭어가 모두 그리운 
세상이 터지기 시작하는 
이 봄이다.


송선헌(宋瑄憲) 원장

▲송선헌(치과의사·의학박사, 시인) 약력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Preceptor and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대한치과교정학회 대전 충남지부 감사

2013년 모범 납세자 기획재정부장관상

2019년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장려상과 입상 수상

저서: 임상 치과교정학 Vol. 1(웰 출판사)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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