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힐링고전] 채근담 강의

▲ 깨끗한 사람보다 더 깨끗한 사람은?혼탁한 세상사에 오염되지 않고 깨끗하게 살기 위해서는 세상사에 대한 미련이나 욕심을 버리고 속세를 떠나 살면 된다.

그러나 세상사 자체가 혼탁함인 것을, 세상사에 대한 미련, 욕심 버리고 자연인처럼 살지 않는 이상 혼탁한 세상사와 어찌 단절하며 살 수 있겠는가?

채근담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권세와 명리를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은 깨끗하다 함이요. 가까이 하더라도 그것에 물들지 않는 사람은 더욱 깨끗하다 함이니라.”(勢利紛華 不近者 爲潔이요, 近之而不染者 爲尤潔)하였다.

그러니까 자신을 혼탁하게 만들 수 있는 재물, 권력, 색 등을 아예 멀리하는 사람을 깨끗한 사람이라 하고 그러한 것들과 함께 하면서도 깨끗함을 유지하는 사람은 한 수 더 위의 깨끗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들판위에 핀 제비꽃보다 진흙 속에 핀 연꽃이 더 아름다워 보임은 혼탁한 세상사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정도를 지키며 사는 고결(高潔)한 모습과 같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은 하였으나 품지 않은 율곡의 러브스토리 여인과 가까이 하면서도 여색(女色)을 취하지 않은 율곡 이이의 숭고한 러브스토리다. 율곡에게는 평생 인연이 되었던 한 여인이 있었다. 황해도 황주 관아에 딸린 기생 유지(柳枝)와의 인연이다.

율곡이 황해도 관찰사로 부임하였을 때 행주기생인 유지(柳枝)와 인연이 된 후 평생 동안 운명 같은 3번의  만남과 이별을 하였다. 율곡은 예쁘고 총명하면서도 예의바르고 글을 좋아 했던 기생 유지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면서 언제나 가까이하며 말벗으로 삼았다.

그렇지만 율곡은 자신을 너무나 흠모하는 유지의 간절함에도 남녀의 정분은 끝끝내 나누지 않았다. 그냥 필리아적 사랑이었던 것이다. 율곡과 유지와의 마지막 만남과 이별은 율곡의 말년, 몸이 약했던 율곡이 황해도 황주의 누님 집에서 요양을 마치고 한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율곡과 마지막 만남이 될 것을 예견한 유지는 수 백리 밤길을 걸어 율곡이 머물고 있는 재령너머 어느 강마을을 찾아온 것이다. 

한밤중에 수백리 길을 멀다 않고 찾아온 유지를 본 율곡은 너무나도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남녀의 정분을 나누어서는 안 됨에 난감하였다. 율곡과 유지는 밤새 이별의 이야기만 나누었을 뿐 서로 품지는 않았다.

그리고는 율곡은 장문의 시 한편을 지어 유지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였다. 율곡이 별세하기 3개월 전 일이었으니 그야말로 영영 이별이 되고 만 것이다. 율곡의 별세 소식을 들은 유지는 3년 상을 치른 후 머리를 깎고 산속으로 들어가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 문을 닫는 건 인정 없는 일, 같이 눕는 건 옳지 않은 일현재 이화여대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이시는 장문의 시라 몇 구절만 소개 하련다. (중략) 절간에서 수레 머물고, 강뚝에서 말을 먹일 세 / 어찌 알았으리. 어여쁜이 멀리 따라와 밤들자 내 방문 두들길 줄을 / 아득한 들가에 달은 어둡고 빈숲에 범우는 소리 들리는데 / 나를 뒤 밟아 온 것은 무슨 뜻이요? 옛날의 명성을 그려서라네 / 문을 닫는 건 인정 없는 일, 같이 눕는 건 옳지 않는 일 / 가로 막힌 병풍이사 걷어치워도 자리도 달리 이불도 달리(중략) 

이 시(詩)에서 율곡의 인품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은‘문을 닫는 건 인정 없는 일, 같이 눕는 건 옳지 않는 일’이라 하겠다. 풀이해 보면, 문을 열어 수백리 길을 달려온 유지를 맞아들임으로서 인(仁)을 실천했고 그러나 유지와 함께 잠자리를 하지 않음으로서 의(義)를 지켰음을 토로(吐露)하였음이다. 

여인과 함께하면서도 삿된 색욕을 뛰어 넘었으니 대학자의 고결한 인품을 느껴봄이다. 서화담과 황진이를 연상케한다.

▲ 어떻게 욕망 면역력을 기를 것인가?
혼탁한 세상사와 살면서 어떻게 물들지 않고 깨끗하게 살 수 있을까? 그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다.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으려면 바이러스와 싸워 이길 수 있는 면역력을 길러야 하는 것처럼 혼탁한 세상사에 자신을 무너뜨리지 않으려면 나를 혼탁하게 하는 욕망의 유혹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욕망면역력을 기르는 것이다. 

즉 어떤 상황에서도 재물욕, 권력욕, 성욕 등의 욕망에 의해 양심을 저버리거나 정도를 잃지 않을 수 있는 욕망면역력을 길러야 한다. 
인간은 욕망덩어리기에 욕망면역력을 기르는 데는 무한한 자기노력 즉 엄격한 수신(修身)이 필요한 것이다. 다시 말해 욕망에 빠지기 쉬운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단속해야 한다. 그리고 철저한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일반적 진리지만 열 번이고 천 번이고 새기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외의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 그렇다. 자신의 욕망면역력을 기르는 것이 혼탁한 세상사를 뛰어넘는 길이 아니겠는가.


김충남 강사.
김충남 강사.

필자 김충남 강사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堂)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 대전시민대학,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 대전 KBS 1TV 아침마당 "스타 강사 3인방"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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