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완의 포토詩세이]

아침 일기예보에 '미세먼지 좋음' 
읭? 먼지가 왜 좋지? 
오늘 어떻든 미세먼지는 무조건 나빠

봄이 꽃만 보내는 게 아닌가 봐 
꽃 시샘 추위, 멋 질투 바람, 소풍 훼방꾼 먼지 
예쁜 것들 사이로 불쑥 튀어오르는 
나쁜 것들까지도 모두 봄이야

 

봄이 보내는 것들 중에는 나쁜 미세먼지도 있다.
봄이 보내는 것들 중에는 나쁜 미세먼지도 있다.

아침 하늘이 탁하다. 봄의 불청객, 먼지다. 기관지도, 마음도 답답해진다. 왜 하필 공기는 이 생기 넘치는 이 계절에 나빠지는 걸까? 야속한 마음이 든다. 차라리 추워서 밖에 나가지 못하는 겨울에 오면 좋으련만.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기로 한다. 마냥 좋은 것이 있을까? 마냥 좋기만 하면 무조건 좋은 걸까? 내몽골의 사막이나 중국 동해안의 공장들을 지금 당장 어찌할 수 없다면 좋은 것과 나쁜 것들이 섞인 봄의 패키지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기관지 건강은 마스크로 챙기고, 정신 건강은 기대치를 낮추는 것으로 챙길 수밖에...

이지완 (TJB PD)
이지완 (TJB PD)

그나저나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좋음, 나쁨이란 말은 이상하다. 좋고 나쁜 것으로 표현하자면 대기질이나 공기질을 써야 한다. '공기질 좋음', '대기질 매우 나쁨'. 굳이 미세먼지를 쓰려면 옅음, 짙음 혹은 약함, 강함이라고 해야 옳겠다. '미세먼지 짙음', '초미세먼지 강함'. 나만 이상한가 싶어 몇몇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깊이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그러네, 어쩐지 좀 이상했어 하는 반응들이다. 기상청의 전문가들에게 언어학자 수준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미세먼지 좋음과 같은 주술불일치 정도는 바꿔주면 좋겠다. 그런다고 미세먼지가 옅어지는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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