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2021-03, 송선헌
달달한, 2021-03, 송선헌

하나, 
 뎁혀진 지구가 북극에서 찬바람을 내려 보내 한반도를 냉동시킨, 입맛도 고드름처럼 굳고 친구들 벤드도 조용한 그저 그런 날 냉장고를 대문처럼 확 열고는 쓴 소주를 담았던 페트병을 혀로 끌어안는다. 잠시 후 속 풀듯이 엿질금의 힘찬 아밀라아제가 달달한 사랑을 뜨게 하고, 밥알들은 천천히 마시라 경고하자 동동 뜬 살얼음이 뼈까지 냉동시킨다.

 자연스레 눈을 감고 겨울여행을 떠올리자 고춧가루와 생강과 무가 들어간 거기다가 잣과 함께인 안동식혜도 칡을 넣는 식혜도 맛보고 속초 중앙시장에서는 노란 호박식혜 대신에 가자미식해(魚醢)를 고른다.
 이러하듯 상상으로만 있었던 일들이 코앞에서 바로 벌어지는 세상, 너만의 도피처를 만들어 두어라. 조만간에 네 뜻과는 달리 호흡이 필요 없는 캔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원본보다 더 그럴싸하게 포장될지도 모른다. 특히 인기 있는 것들일수록 철저히 준비하라. 무호흡의 세상이 상상밖에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너의 좌우명은 ‘후식처럼 살아’ 이렇게 끝을 맺었다.


둘,
 식혜의 맛은 달달, 색은 다양, 형태는 살얼음, 효능은 걱정 해소제, 뒤끝은 그리움이고 부작용은 집 앞 마트로 또...
 식혜는 걱정투성이인 인생사의 핵사이다로, 달콤하고 찬 맛으로 갑갑한 속까지 뚫어주고, 수정과와 함께 겨울철 어머니의 사랑이고, 흔한 콜라처럼 단숨에 들이키지 못하고, 코끝이 찡하지 않은데도 그리운 맛이고, 전통 재래시장의 인기 품목이고, 반갑다고 흔들어야 숨긴 맛을 보여주는 너다.
 식혜는 단맛에 씹히는 식감까지, 특유의 삭힌 맛에 젊은이들은 찾지 않고, 자주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차갑게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고, 상갓집에서도 슬픔을 위로하라는 듯 나타나고 그렇게 늘 보조자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송선헌(宋瑄憲) 원장

▲송선헌(치과의사·의학박사, 시인) 약력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Preceptor and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대한치과교정학회 대전 충남지부 감사

2013년 모범 납세자 기획재정부장관상

2019년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장려상과 입상 수상

저서: 임상 치과교정학 Vol. 1(웰 출판사)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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