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번지는 ‘학폭 미투’에 가해자 강력 처벌 관심
전문가들 “학교폭력 대책, 피해자 치유·지원에도 초점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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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과거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프로배구 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 사건 이후 '학폭 미투'가 스포츠계를 넘어 사회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당국이 학교폭력 가해자 처벌과 근절 대책 등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피해자가 조기에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가해자 처벌에 더 큰 관심이 쏠린 탓에 피해 학생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해 이유로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라는 응답이 28.1%로 가장 많았다. ‘상대방 행동이 마음에 안 들어서’(12.7%)라거나 ‘다른 친구가 하니까’(10.1%), ‘화풀이 또는 스트레스 때문에’(8.3%), ‘강해 보이려고’(5%)와 같은 이유로도 폭력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피해 학생 2만 6900명 중 17.6%는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도 못했다. 별다른 이유 없이 폭력을 당하는 탓에 피해 학생들의 트라우마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학교 폭력이 성인이 돼서도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만큼, 실질적인 피해자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회복 전담 기구를 마련하는 것인데 현재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전문 치유 기관은 대전 유성구 대동에 위치한 '해맑음 센터' 뿐이다. 피해자를 위한 유일무이한 곳인 셈이다.

대전 유성구 대동에 위치한 '해맑음센터' 전경. 폐교된 대동초등학교 건물을 활용해 2013년 개소했다. 전국 유일 학교폭력 피해학생을 위한 기숙형 교육기관이다. [제공=해맑음센터] 

2013년 개소한 해맑음센터는 교육부가 지정하고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의 대안교육 위탁 지정을 받아 운영 중인 기숙형 교육기관이다. 학교폭력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중‧단기 심리‧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연간 60명 정도의 학생이 이곳을 다녀간다. 서류상 학적은 원래 학교에 두되 실제 교육은 이곳에서 이뤄진다. 학생들은 보통 한 학기, 길게는 1년 정도 위탁 교육을 받는다. 

차용복 해맑음센터 부장은 "전국에서 유일한 시설이다 보니, 경남 거제나 전남 해남, 강원 고성 등에서 학생들이 온다"며 "시도별로 만들면 좋겠지만,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면 수도권, 강원권, 호남권 등 권역별로라도 피해 학생들을 위한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차 부장은 또 "일부 지역에서 통합형 학교폭력 전담기관을 일반 중학교 별관이나 방송통신고등학교가 있는 건물 내에 설립하려고 해 우려된다"며 "피해 학생들이 가해 학생들과 마주치지 않고,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독립된 공간에 해야 한다고 지적해도 결국 반영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끝으로 "사실상 우리의 바람은 이런 기관이 더 생기지 않는 것"이라며 "학교 폭력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들어 놓고도 지키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학교로 돌아가는 피해 학생들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회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맑음센터 교육 모습. [사진=해맑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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