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자 불이익, 방조하는 회사, 법 사각지대 여전 
기초과학연구원 등 직장 내 괴롭힘 논란..법 개정 요구 목소리

자료사진.

#대전 한 보험회사 특수고용직 A씨는 코로나19로 자녀를 맡길 곳이 없자 회사에 재택근무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고직이 재택근무를 내겠다고 하자, 팀원들이 집단으로 A씨를 괴롭혔다. 하지만 특수고용직은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대전에 사는 여성 용역노동자 B씨는 상급자에게 C씨로부터 직위를 이용한 성희롱과 감시를 당했다고 호소했으나, 3개월이 지나도록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했다. C씨는 특정 업체에게 부당한 돈을 받은 의혹도 있지만, 조사를 진행한 담당자는 C씨를 징계하기는커녕 제보자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반쪽짜리 법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고자에게 되려 불이익을 안겨 주거나, 회사가 직원의 신고를 받고도 마땅한 조치를 하지 않는 사례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실효성 의문 '반쪽짜리'..처벌조항 미비, 적용 범위도 한계 

8일 대전여민회 고용평등상담실에 따르면 2020년 고용 관련 상담은 총 607건으로, 이 중 직장 내 괴롭힘이 절반 가까이인 286건에 달했다. 다음으로 ▲성희롱 112건 ▲남녀고용평등 관련 75건 ▲부당해고 20건 ▲근로기준법 11건 ▲임금체불 6건 ▲기타 97건으로 집계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한 달 동안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236건을 조사한 결과, 117건(49.6%)이 '괴롭힘'과 관련한 제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회사나 고용노동청 등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사례는 50건에 불과했다. 이중 신고자가 불이익을 받았다는 응답이 30%(15건), 신고했더라도 회사가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12%(6건)를 차지했다. 

현행법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사용자가 즉시 조치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사실상 반쪽짜리인 셈이다. 

소규모 사업장이나, 파견·특수고용직 등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대전여민회 고용평등상담실 관계자는 "보험설계사나 학습지 선생님 등이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이중 고통을 겪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실효성이 없는 건 알지만, 적용을 받고 싶어도 못 받는 사람들을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성희롱 방조 논란..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가해자 즉각 징계" 촉구

대전 소재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는 여성 용역 노동자가 성희롱을 당했지만, 보호를 받기는커녕 사건이 방치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8일 오후 2시 기초과학연구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역 노동자 직장 내 갑질과 성희롱을 방조하는 IBS를 규탄한다"며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즉각 징계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또 "기초과학연구원 용역업체 현장 소장이 용역업체 직원에게 도를 넘어서는 직장 내 갑질을 자행하고 있지만, 기초과학연구원은 사실을 알고도 방치하고 있다"며 "용역업체가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면 나서서 조사하고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원청이자 공공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의 의무"라고 질타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1년 7개월이 지났는데도 좀처럼 괴롭힘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 현행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조항을 신설하는 등의 개정 작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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