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베테랑 장시환의 중심 잡기와 김민우, 김범수의 성장 확인

한화이글스 2021 시즌에는 토종 선발진의 활약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은 경남 거제에서 전지훈련 중인 선수들 모습.

한화이글스는 지난 2월 1일부터 2021시즌 준비를 위한 전지 훈련을 시작했다. 여느 구단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국내에서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이글스는 거제에서 1차 캠프를 치르고 대전으로 이동해, 대전과 서산에서 캠프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화이글스의 이번 스프링캠프는 새로운 코칭스태프와의 적응이 가장 큰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검증되지 않았으나 가능성 큰 젊은 선수들의 발굴과 성장 그리고 기량 확인이 무엇보다 중요한 캠프가 되고 있다.

지난 시즌 한화이글스는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물갈이를 통해 많은 베테랑이 팀을 떠났고 그 자리를 젊은 선수들이 채웠다. 하지만 가능성은 있으나 보여준 것이 없는 젊은 선수들만 믿고 팀을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유망주가 그들의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사그라든 사례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화이글스는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의 발굴과 성장도 중요하지만 남은 베테랑들과 어느 정도 경험이 축적된 선수들의 분전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류현진 이후 한화이글스의 토종 선발진은 초토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제대로 성장한 선발이 전무 했고 확실한 믿음을 주는 토종 선발도 없었다.

하지만 2021시즌은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베테랑과 이제는 꽃을 피워야 하는 경험이 생긴 젊은 토종 선발이 시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장시환과 김민우 그리고 좌완 김범수가 그 주인공들이다.

나의 선발 커리어는 이제 시작, 고향 팀에서 토종 에이스를 꿈꾸는 장시환 

장시환은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2007년 현대(현 키움)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 2차 1라운드 전체 2번으로 지명됐기 때문에 얼마나 큰 기대를 받고 입단한 선수였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유망주였다. 150km에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었기 때문에 기대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시환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만년 기대주로 현대, 우리, 히어로즈, 넥센을 거치면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KT로 이적하면서 드디어 자신의 가능성을 폭발시킬 수 있었다. 선발이 아닌 불펜에서의 역할이 그에게 주어졌고 필승조와 마무리로서 신생팀의 뒷문을 단단하게 채웠다.

하지만 이내 롯데로 이적을 하면서 야구 인생의 마지막을 달릴 준비를 했다. 지난 2019시즌에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하면서 100이닝 이상(125⅓)을 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승리는 여섯 번, 패배는 두 배를 넘어서는 열세 번에 달했지만 부상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발에 안착한 장시환의 모습은 고향 팀 한화이글스 정민철 단장의 레이더에 들어왔다. 토종 선발진이 허약한 한화이글스가 포수 유망주 지성준을 내주며 장시환을 영입한 것이다. 장시환은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고향 팀 유니폼을 입었다.

2020시즌 장시환이 선발로 기록한 성적은 26경기에 나와 4승 14패 오히려 직전 시즌보다 좋지 않았다. 하지만 132⅔이닝을 소화하면서 데뷔 이후 최다 이닝을 던지는 성과가 있었다. 시즌 막판 무리를 했다면 규정 이닝 소화도 가능했겠지만 내년 시즌을 위해 부상 치료에 시즌을 조금 일찍 접었다.

장시환은 두 시즌 동안 선발 경험을 쌓았다. 베테랑의 뒤늦은 경험이었다. 설익은 모습은 분명했다.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선발 투수 중 손에 꼽히는 직구 평균 구속을 보유한 장시환은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볼넷 비율이 높았기 때문에 경기 초반 투구 수가 많아지고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악순환은 반드시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장시환이 새로운 투수 코치 밑에서 컨트롤과 투구 수 조절에 성공할 수 있다면 장시환은 데뷔 이후 첫 규정 이닝 소화 뿐 아니라 10승 도전도 가능하리라 보인다. 장시환이 지난 시즌처럼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주면서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 줄 수 있다면 2021시즌 한화이글스의 비상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제2의 유원상, 김혁민은 거부한다. 제1의 김민우와 김범수를 꿈꾸는 동갑내기 듀오

2006년 혜성 같이 등장한 고졸 신인 류현진은 이제 한국을 넘어 미국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즈음 한화이글스에 입단해 류현진과 함께 팀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던 선수들은 아쉽지만 팀에 남아 있는 선수가 없다.

지금쯤이면 팀의 고참으로서 팀의 주축이 되어 팀의 중심으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어야 했는데 말이다. 2005년 입단 양훈, 2006년 입단한 유원상, 2007년 입단 김혁민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드웨어가 좋고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유망주로서 한화이글스가 전략적으로 1차 지명과 2차 1라운드에서 선택한 선수들이라는 것이다.

2005년 입단한 양훈은 1라운드 4번으로 지명한 선수인데 그 뒤에 뽑힌 선수로 오승환, 정근우가 있을 정도로 큰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선수였다. 2006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유원상은 한화이글스 감독을 역임한 유승안 감독의 아들로서 계약금만 5억 5천만원을 받은 대형 유망주였다. 2007년 1라운드 5번으로 선택된 김혁민은 150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매력 있는 투수였다.

하지만 많은 기대를 받고 입단한 이 선수들은 많은 기회 속에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류현진만이 기대 이상으로 성장해 리그를 점령하고 미국 진출까지 이뤄냈을 뿐이다. 만약 이 선수들이 한화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제대로 성장했다면 한화이글스의 암흑기는 조금 더 빨리 끊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유원상은 LG로 이적해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고 KT에서는 베테랑으로서 불펜을 든든하게 지키며 팀의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에 큰 공을 세우며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양훈과 김혁민은 이미 은퇴하고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감췄다.

굳이 이 선수들의 이름을 꺼낸 것은 만년 유망주가 아닌 알을 깨고 나와야 팀을 위해서도 선수 자신을 위해서도 의미 있게 오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이 선수들의 전철을 밟지 말고 뛰어넘어야 하는 선수들이 한화이글스에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입단한 김민우와 김범수. 이 두 선수는 지난 2015년 1차 지명과 2차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한화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으며 팀의 미래로 기대가 큰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올시즌 7년 차로 접어든 상황에서 지난 6년 동안 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만년 유망주에 불과했다.

어쩌면 위에 언급된 선배들보다 더 보여준 것이 없이 기대치만 높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7년 차를 맞이한 2021시즌에 김민우와 김범수는 반드시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한 단계 이상의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김민우와 김범수는 부상과 명확한 역할 설정 부재 그리고 컨트롤 불안으로 본인들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2020시즌을 기점으로 이 두 선수의 성장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김민우는 장시환과 더불어 선발 마운드를 꿋꿋하게 지켰다. 부상에서 돌아와 예전의 직구 스피드를 찾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김범수는 부상에 다시 신음했지만 좌완 파이어볼러의 매력을 다시금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가장이 된 김민우. 부상에 회복한 좌완 파이어볼러 김범수. 이 두 선수가 장시환과 더불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 시즌을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성장이 가능하다면 한화이글스의 토종 선발진은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지난 시즌 장시환과 더불어 데뷔 이후 처음으로 1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김민우는 자신의 역량을 충분하게 보여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시즌 더 성장한 모습이 기대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 김범수는 지난 시즌 가장 좋을 때 아쉬운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그 좋았던 느낌을 이번 시즌에 다시 유지하고 보여줄 수 있다면 위력적인 선발 투수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장시환과 김민우 그리고 김범수가 선발 로테이션에 가장 가까운 선수들일 것이다. 이 선수들이 선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한화이글스의 운명은 팬들이 기대하는 운명을 바뀔 수 있을 것이다.

2021시즌을 맞아 새롭게 부활할 한화이글스 선수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역대급 시즌을 보냈지만 새로운 시즌에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한화이글스 선수들로 거듭나길 바라고 새 시즌을 맞이하는 훈련 과정에서 부상 없이 새로운 시즌에 대한 준비를 잘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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