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억 원 매출···외지인 70% 이용

태안 로컬푸드 직매장 외부전경
태안 로컬푸드 직매장 외부전경
로컬푸드 깔끔한 화장실
로컬푸드 깔끔한 화장실

격물치지 철학으로 두 마리 토끼 잡아

2019년 4월 태안지역 농어민의 소득향상과 외지인의 건강한 식단을 위해 개장한 ‘태안 로컬푸드 군 직매장(이하, 직매장)’이 단 1년 만에 64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냈다.

직매장은 특히 안면도나 몽산포를 찾는 외지인들로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올리고 있는 매우 이례적인 사업장이다. 관광객 매출 70%라는 기록은 전국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렇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이미지제고’라는 당초의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실제로 가세로 군수 등 군 관계자들은 직매장을 기획하며 군의 수익보다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군 이미지 제고에 주안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했다.

지역 농어민 수익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표는 어느 지자체나 세울 수 있지만 ‘군 이미지 제고’라는 목표는 결물치지(格物致知)의 철학을 모르고는 함부로 정립할 수 없다.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나아갈 바를 정한다’는 격물치지는 ‘태안’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알지 못하고는 쉽게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세로 군수는 태안이 ‘대한민국 서해관광의 보고’임을 깨닫고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태안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했다.

“매년 태안을 찾는 수백만의 외지 관광객들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값싸게 제공함으로써 태안의 이미지를 제고한다. 이는 결국 ‘살기 좋은 고장 태안’이라는 정체성을 만들어 절대인구감소라는 저출산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특단의 정책이 된다.”

가 군수는 ‘로컬푸드 직매장’이라는 작지만 강한 아이디어를 통해 지역 농어민소득을 획기적으로 증대하고 외지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대단한 ‘꺼리’를 창출해낸 것이다.

태안군을 비롯한 가 군수의 아이디어는 정확하게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켰다.

태안군 남면 안면대로 1641번지, 태안에서 안면도로 가는 중간지점에 위치한 추레한 땅에 생기를 불어넣자 외지인들이 북새를 떨었다. 얼마나 만족을 했는지 직매장은 각종 SNS와 구전으로 알려져 재구매와 택배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3일 직매장을 찾은 서울의 한 고객은 “올해만 태안을 두 번 방문했다”며 “올 때마다 물건도 저렴하고 품질자체가 생산자이름을 걸고 함으로 품질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고 전했다.

로컬푸드 농산물 판매장
로컬푸드 농산물 판매장
로컬푸드 수산물 판매장
로컬푸드 수산물 판매장

100만 원 이상 매출 농어민 500명 이상 눈앞

덕분에 태안 농어민들의 일손도 바빠졌다.

태안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 간 ‘태안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상황’을 분석한 결과, 태안 로컬푸드 직매장 납품협약 588명(영농조합법인 포함)의 농어민 중 366명(62.2%)이 매월 평균 68만 4000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100~300만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농가도 63명(10.8%)에 달해 지역 농어민의 새로운 소득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안면도의 한 농가의 경우 ▲고구마 ▲마늘▲ 고추 ▲콩 ▲감자 ▲호박 등 40여 종의 신선한 농산물을 계절별 판매 주기에 맞춰 연중 계획 생산, 출하하는 등 안정적인 판매체계를 구축해 총 5000여만 원(2019.11~2020.10)의 소득을 올렸다.

소원면의 한 영농조합법인은 ▲젓갈류 ▲된장 ▲고추장 ▲쌀 ▲마늘 등 30여 종의 가공품과 농산물 등을 판매해 1억 6300여만 원(2019.11~2020.10)의 매출을 올렸다.

태안군에 따르면 360여 출하농가 중 100여 농가가 1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로컬푸드에 출하하는 품목은 6쪽마늘, 고추, 배추, 상추, 구찌뽕, 된장, 고추장, 장아찌 등의 농산물과 꽃게, 우럭, 낙지, 대하, 오징어, 흰다리새우 등 수산물을 합쳐 500여 종이 넘는다.

특히 최근 개장한 수산물의 인기는 최고를 구가한다. 관광객들의 먹을거리로 바다의 특산물을 많이 찾기 때문이다. 직매장은 횟감 등 수산물을 먹기 좋게 소포장해 진열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응했다. 100만 원 이상 출하농가가 그동안 주로 농산물에서 나왔다면 앞으로는 수산물이 강세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바 수산물 매출규모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더해 ‘100만 원 이상 매출 농가 500명 이상 확보’라는 태안군의 목표가 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태안군 로컬푸드와 협약한 농가 588곳 중 366농가가 출하를 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어민들까지 본격적으로 가세한다면 내년도 매출규모는 두 배 이상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태안로컬푸드 생산자 역량 강화 교육’에 참가하는 농어민들이 봇물을 이룬다.

실제로 17일 태안군농업기술센터 창조관에서 열린 로컬푸드 신규 참여농가 대상 ‘로컬푸드 생산자 역량 강화 교육’은 지난 7월에 열린 ‘로컬푸드 생산자 교육’에 이어 추가로 실시한 것으로 로컬푸드에 참여하고자 하는 농어민들의 열화와 같은 요구에 따른 것이다.

직매장은 교육을 통해 ▲로컬푸드의 기본개념 ▲양곡표시 및 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PLS) 규정 ▲로컬푸드 직매장 우수 운영 사례 ▲농산물 출하 규정 ▲출하농가 준수사항 ▲로컬푸드 직매장 시스템 운영 방법 설명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신규로 로컬푸드 사업에 참여하는 농어민들의 조기 적응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상추를 출하한 한 농민은 “이것을 혼자 먹으려면 처치를 못하는데 로컬푸드가 생기니까 그런 염려가 없어졌다. 이걸 소포장해서 갖다 놓으니까 돈도 생기고 또 너무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2호점 개설 초읽기···일등공신에 명승식 팀장

명승식 팀장
명승식 팀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태안로컬푸드 직매장 2호점 개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호점 개설 요구는 태안군 농어민들 보다는 외지인들의 비중이 더 높다. 이들은 안면도 주변을 찾는 관광객들이 아니라 만리포 주변을 주로 찾는 관광객들로서 멀리 남면 안면대로에 위치한 직매장까지 가야하는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직매장 2호점에 관한 코멘트는 명승식 태안군 농정과 로컬푸드팀장에게서 구했다.

명 팀장은 직매장 개설준비부터 지금까지 불철주야 직매장과 함께해 왔으며 태안군, 특히 가세로 군수가 공인하는 로컬푸드 활성화의 일등공신이다.

양수준 태안군 농정과장은 명 팀장을 보고 “로컬푸드에 온 몸을 다 바치는 로컬푸드 귀신(?)”이라며 “새벽 6시에 82개 학교급식 업무를 보고 곧바로 로컬푸드로 출근해 밤 10시 이후까지 꼬박 로컬푸드와 함께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양 과장은 오늘날 로컬푸드직매장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원인을 ‘신뢰’에서 찾았다. 철저한 농약안전성 검사와 신선도를 유지를 위해 쏟아 붓는 명 팀장의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양 과장은 직매장을 통한 농어민들의 발전도 소개했다.

“농어민들이 스스로 독창적인 디자인을 개발해 상표등록을 하고 자신의 농수산물에 경쟁적으로 붙입니다. 생산만 했던 이들이 이젠 유통도 아는 것이지요.”

양 과장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명승식 팀장(51)은 올해로 31년째 태안군에서 공직생활을 했으며, 태안군 토박이다. 그는 공직생활 25년이 되면서부터 공직자의 자세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공직생활 25년이 되자 소통하는 방법이 보이더군요. ‘소통’을 깨닫게 되자 ‘내가 만들 수 있고, 무엇이든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농어민들의 마음을 알고, 태안을 찾는 외지인들의 마음을 알고 그들과 막힘없이 소통하다보니 ‘신뢰’가 생기고, 그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렇듯 자그마한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자그마한 성과’라고 겸손해 하는 명 팀장은 “(자신의 나이가)공직자로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나이”라며 “매너리즘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직매장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직매장은 이제 1년이라는 시범 기간을 거쳤다.

명 팀장에 따르면 가세로 군수는 그동안 농어민의 수입은 차치하고 직매장의 수입보다는 직매장을 통한 지역 이미지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신신당부했다. 지역 농어민과 외지인의 신뢰를 얻어야만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 일을 위해서 명 팀장을 끊임없이 독려하고 믿어줬다. 가 군수의 무조건적 신뢰에 동기가 부여된 명 팀장은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듯 직매장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평일 오전 9시에서 오후 8시, 주말 오전 9시에서 오후 9시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명 팀장은 폭주하는 2호점 개설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내놨다.

“만약 2호점을 개설한다면 사람들의 요청처럼 만리포를 중심으로 한 지점이어야 할 것이며, 건물의 효율성을 위해 설계되어야 할 것입니다. 농어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가공작업 공간도 필요하고 부족한 창고도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농어민과 함께 가공작업을 한다면 농수산물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제고될 것입니다. 그들과 공감하고 공유해 시너지효과를 내야겠지요. ”

전국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태안로컬푸드직매장, 태안군은 ‘격물치지’를 제대로 알고 ‘지역 이미지 제고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교두보를 성공리에 마련했다. 직매장 운영 1년 만에 64억 원이라는 매출을 올렸으며, 외지인들의 요청에 의해 2호점을 검토하고 있다.

2호점을 넘어 지속적으로 지역 내 로컬푸드직매장이 만들어 지기를 기대한다. 수지타산(지역 경제 활성화, 지역 이미지 제고)에 적합한 직매장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 만큼 태안군이 이름(泰安/크게 편안함)처럼 살기 좋은 고장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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