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앙시장, 추억은 ‘방울방울’
대전 중앙시장, 추억은 ‘방울방울’
  • 이미선 기자
  • 승인 2020.11.20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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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IN충청-㉔] 영화 ‘수상한 고객들’과 각종 방송프로그램 촬영지
100여 년 역사와 충청권 최대 규모

사진=영화 '수상한 고객들' 속 중앙시장 모습.(네이버 영화)
사진=영화 '수상한 고객들' 속 중앙시장 모습.(네이버 영화)

“아저씨, 우리 떡볶이 먹고 가요. 난 순대요. 난 만두요.”

영화 ‘수상한 고객들’(2011) 속 아이들이 시장 골목에서 저마다 먹고 싶은 것을 외친다. 주인공인 안하무인 보험왕 주인공 류승범(배병우 役)이 “그래 이왕 먹는거 다 먹어라, 아주 그냥 소주도 한잔 씩 하지 그래”라고 억지를 부리지만 밉지 않다.

시장은 그런 곳. 손만 뻗으면 값싸고 푸짐한 먹거리가 가득하고 생각만 해도 정감이 넘친다.

영상 속 모습을 확인차 실로 오랜만에 대전 중앙시장으로 향했지만 금새 목적은 잊어버리고 내딛는 걸음마다 추억만 방울방울 솟아난다.

“번데기 사줄게, 시장 갈래?” 어린 시절 엄마의 꼬임(?)에 넘어가 중앙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양손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여러 개, 짐꾼이 되기 일쑤였다. 선배들 틈에 끼여 순대 한 접시와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던 날은 왠지 어른이 된 듯했다. 살 것도 없으면서 하릴없이 시장 구석구석을 함께 걸었던 옛 연인은 부침개 골목을 지나치지 못하고 밀가루 반죽에 배추김치 한두 장만 올린 전을 꼭 먹어야 했던 여자친구를 신기한 듯 바라봤다.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된 엄마는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손녀를 위해 이불을 고르면서, 손녀가 ‘최애(최(崔)고로 애(愛)정)’ 하던 호떡집을 지나면서 시도 때도 없이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시장은 그런 곳. ‘여러 가지 상품을 사고파는 일정한 장소’라는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사진=중구 목척교 인근 중앙시장 입구
사진=중구 목척교 인근 중앙시장 입구

대전 중앙시장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에 의해 대전어채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각종 먹거리를 비롯해 의류, 혼수, 잡화, 귀금속 등 3000여 개의 점포가 모여 있는 충청권 최대 규모의 전통재래시장으로 지난 2015년 문화관광형 육성사업에 선정돼 철도를 테마로 한 관광형 시장으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전통시장의 빈 점포를 활용하고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조성된 청년구단과 청년 상인들의 이색 카페, 의류점 등도 눈길을 끌고 있으며, 대전시 스토리투어 코스에 포함돼 진행되고 있는 ‘중앙시장 미션체험’도 인기다.

당연히 영화 촬영지는 물론 각각의 점포가 맛집이나 예능 프로그램 등의 방송에 수없이 소개됐고, 포털사이트에도 전국 각지에서 대전 중앙시장을 다녀간 이들의 방문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시장 한 바퀴 돌다 보면 금방 시간은 훌쩍, 배는 홀쭉해진다. 김밥, 만두, 떡볶이, 순대, 치킨, 잔치국수, 전 등 다양한 먹거리 가운데 요즘 같은 날은 뜨끈하고 담백한 만둣국이 입맛을 당긴다. 이북식 만두를 표방하는 식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지며 중앙시장에서 또 하나의 추억이 만들어진다.

사진=대전 중앙시장에 전해지는 복돼지 이야기. 암퇘지는 건강과 다산을, 수퇘지는 직업과 재물의 복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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