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계리 은행잎의 속사연들, 2020-11, 송선헌

1. 내가 좋아 하는 색 노랑
 은행 단풍은 딱 한 가지 色, 단색화(모노크롬)의 최고봉이다.
가을엔 어느 한 곳이라도 갔다 오는 것이 품위 있는 ritual이다.
 양평 용문사, 서울 문묘, 울주 구량리, 영월 하송리, 괴산 읍내리, 강릉 장덕리, 원주 반계리, 안동 용계리, 영동 영국사, 구미 농소리, 금릉 조룡리, 청도 대전리, 의령 세간리, 화순 야사리, 강화 볼응도, 부여 주암리, 금산 보석사와 요광리, 강진 성동리, 청도 적천사, 함양 운곡리, 담양 봉안리, 당진 면천... 
 인천 장수동, 대구 범어역, 성균관대학교 안, 연산군묘 인근, 울산 중리 마을, 현충사, 남이섬, 정동극장, 홍류동 계곡, 홍천 은행나무숲, 강천섬, 괴산 문광저수지, 전주 향교, 경주 운곡 서원, 강화도 백련사...

 안부가 궁금해 10월의 마지막 밤(Halloween Day)을 보내고 금산 추부면 요광리 천년 은행나무를 보러 옥천 삼양리 척화비(斥和碑, 1871)를 지나 郡의 西쪽 군서(1914)로 들어와 백제와 신라의 전쟁터 월전리에서 백제군에 잡혀 참수(1465)당한 성왕을 지나는 길은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렸다. 그런데 미리 연락을 안 해 그런지 완전 노랑을 보고 싶음 다음 주에 다시 오란다.


2. 은행(銀杏)나무, 杏(살구나무 행) 여담
 杏의 학명은 Ginkgo, 일본어 음독 발음인 Ginkyō(ギンキョウ)에서 Y를 G로 잘못 표기한 걸 린네(Carl von Linne)가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杏은 침엽수도 활엽수도 아닌 은행나무문(Ginkgophyta)이다. 
杏은 1문 1강 1목 1과 1속 1종만이 현존하는 식물이다.
杏은 고생대부터 자란 ‘살아있는 화석’이다.
杏은 적색 목록에서 멸종위기종(EN, Endangered)에 속해있는데 인간의 도움 없이는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杏은 생명력이 강해 고승이 꽂은 지팡이에서도 자랐다는 전설이 절에 많다.  
杏은 공해에 강하고, 병충해의 피해가 적어 가로수에 많다. 
杏은 자웅이주(Dioecism), 암-수의 구분이 어렵고, 가을이면 암나무 은행의 부탄산(Butanoic Acid) 때문에 구린내와 알러지로 찬밥 신세, 가로수들은 수나무로 교체 중이다. 
杏은 성 감별 DNA 분석법을 개발, 1년생에서 암-수 구분이 가능하다.
杏은 수나무만 있으면 꽃가루 양이 많아져 알러지 발생이 증가한다. 
杏은 잎과 종자에서 징코민, 기넥신과 같이 혈액순환 개선제를 추출한다.  
杏의 잎 추출물(Ginkgo leaf extract) 때문에, 약효가 좋은 우리나라 은행잎을 독일에 수출(7~80년대)했었고 그렇다고 잎을 다려먹으면 사고가 난다.
杏은 수복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비자나무 다음으로 바둑판에 좋다. 
杏, 은행을 망에 넣고 정화조에 담가두면 모기 유충이 죽는다고 한다. 
杏, 잎은 책갈피로 꽂아두는 것은 책이 상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다.  
杏, 공쯔가 나무 아래에 단을 올리고 그곳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행단목(杏壇木)’을 우리는 은행나무, 중국은 살구나무라고 해석한다. 
杏은 공쯔의 영향으로 향교나 문묘 그리고 아산의 맹사성 고택같은 선비의 집에도 심었다.
杏, 유럽에선 은행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杏, 홋카이도대학의 11월엔 은행 단풍이 장관으로 콘요우사이(金葉祭, 금엽제)라는 축제도 열린다.
杏, 히로시마 원폭(1945, Little boy)에도 살아남은 것이 있다. 
杏, 용문사의 천연기념물 제30호(1100~1500년)가 가장 오래되었다.  
杏, 우리가 먹는 은행알은 열매가 아닌 씨앗 일부분이 변형된 것이다. 
杏, 은행을 일본에서는 송이버섯과 함께 도빙무시(土甁蒸)로 요리한다. 
杏은 독이 있어 아동은 5개, 성인은 하루 20개 정도 추천한다. 
杏, 나는 은행을 기름에 볶아 소금을 뿌린 안주를 가끔 주문한다.


3. 단풍(丹楓), 풍! 너에게서
 풍은 가을의 전령사(傳令使)다. 
풍은 긍정 그 자체다.
풍은 내 마음대로 보이는 ‘一切唯心色’이다.
풍은 세계 공통의 진정한 ‘色종교’다. 
풍은 절정의 사랑色이다.
풍은 色과 美 그리고 動의 오페라다.
풍은 땀방울까지 주고 가는 헌신이다.
풍은 뜨겁게 산 클라이막스다.
풍은 가을비가 홀리게 오면 농도가 더 찐해진다.
풍은 바람이 불어야 님 맞이하듯 춤을 춘다.
풍은 님을 부르는 마지막 유혹이다.
풍은 느리게 몸과 맘을 조절한다.
풍은 그 자체가 완성된 그림이다.
풍은 어떤 화가보다도 감동이다. 
풍은 가을의 詩다.
풍은 눈으로 들어와 가슴 깊은 곳에 채색된다.
풍은 타자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다.
풍은 고독의 처방약이다.
풍은 아름다운 설레임, 그것이다.
풍은 들뜸이다.
풍은 대물림 연례행사다.
풍은 매년 다르게 연출된다.
풍은 인생의 맛을 음미하라는 신호다.
풍은 女심도 男심도 흔들리게 한다.
풍은 세상을 밝게 만드는 해결사다.
풍은 生처럼 축제를 즐기고 결국 벗어버림을 예견한다.
풍은 계절의 풍향계다.
풍은 눈으로 먹는 양식이다.
풍은 허물을 벗는 탈피과정이다.
풍은 우리처럼 조급, 우울에 빠지지 말라고 충고한다.
풍은 아름다운 것들끼리도 잘 어울려 사는 걸 보여준다.
풍은 아름답지만 자세히 보면 거기에도 차등(差等)이 있다.
풍은 가을(Fall) 낙엽이 될 때도 조용히 낙하(fall)한다.
풍은 남은 시간임을 말해준다! 이것을 알면 화두(話頭)가 풀린 것이다.
풍은 문창호지에 이식해도 곱다. 
풍은 ‘감사의 미소’를 보내는 이 가을이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더냐?


송선헌(宋瑄憲) 약력

송선헌 원장
송선헌 원장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Preceptor and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대한치과교정학회 대전 충남지부 감사

2013년 모범 납세자 기획재정부장관상

2019년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장려상과 입상 수상

저서: 임상 치과교정학 Vol. 1(웰 출판사)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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