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제1형사부 "사형 처하는 게 정당화될 수 없다"
1심에서 징역 40년 선고한 원심 파기 후 '천인공노할 범죄' 일갈하기도

대전고법에서 20대 강도살인 범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했지만 범행의 흉폭함 때문인지 형량이 올라갔다. 다만 검찰이 요구한 사형 선고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전고법에서 20대 강도살인 범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했지만 범행의 흉폭함 때문인지 형량이 올라갔다. 다만 검찰이 요구한 사형 선고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대전법원에서 범행을 위해 타인의 생명을 앗아간 살인범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사건의 흉폭함 때문인지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1심 법원은 징역 40년의 중형을 선고했던 사건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사형을 통해 인간의 생명을 빼앗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A씨(25)는 지난해 온라인 중고거래사이트를 통해 금 거래를 제의했고 A씨 말에 속은 B씨(44)가 거래에 응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10시 20분께 충남 계룡시 한 도로변에서 B씨를 만나 둔기로 수차례 폭행한 뒤 B씨가 갖고 있던 금 100돈과 승용차를 빼앗아 달아났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하루만에 숨졌다. A씨는 또 다른 피해자 C에게도 순금 팔찌 50돈을 편취했다. 5만원권 228장을 위조해 범행에 이용했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고, 1심 재판부(대전지법 제12형사부)는 A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준명 부장판사)는 강도살인 및 통화위조, 병역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는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해 왔지만 재판부는 더욱 엄한 처벌을 내렸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공범이 있다는 A씨 주장을 배척한 뒤 "피고인은 병역의 의무를 방기한 상태에서 도박과 주식으로 그동안 모았던 돈을 탕진하고 약 1300만원 정도의 빚을 지게 됐다"며 "재물을 마련할 목적으로 치밀한 계획 아래 생명부지인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물색하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유인한 다음 피해자로부터 금붙이 등을 강취하고 피해자를 살해하는 천인공노할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항소심 재판부는 "재물을 빼앗기 위해 사람의 생명을 해친 강도살인죄만 해도 그 법정형으로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만을 두고 있어 사회와 격리되는 중형을 피할 수 없다"면서 "그런데 강도살인 범행과 관련해 무겁게 눈여겨봐야 할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생명 경시 태도, 철저한 범행 준비에서 나타난 범행 의지, 잔혹한 범행수법, 반성하지 않는 태도, 피해회복 노력 전무 등 5가지 이유를 들어 A씨의 엄벌 필요성을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목적은 물론, 생명을 경시하는 피고인의 태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며 범행 전반에 드러난 피고인의 범행 성향 내지 범행에 대한 의지는 주저함 없이 확고하다"며 "살려달라는 피해자의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재차 둔기로 공격했다. 당시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과 공포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특히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으며, 일말의 반성 기미를 찾아볼 수 없다. 범행에 따른 피해 회복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고 피해자 유족들로부터 전혀 용서받지 못했다"면서 "피해자 유족들은 평생 씻기 어려운 슬픔과 고통, 분노와 상처를 떠안은 채 살아가야 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에 대한 특성 등을 종합하면 생명침해, 통화위조 및 행사, 병역거부 등과 같은 반사회적 범죄 행위를 서슴치 않는 피고인에 대해서는 부득이 사회와 영원히 분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비록 피고인이 원심에서 징역 4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형량만으로 피고인에 대한 형사상 책임을 온전히 물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만 사형을 구형한 검찰의 요구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입장을 밝혔는데 "사형의 선고는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의 경우 피고인을 사형에 처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즉 피해자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잔혹성과 흉폭함 등을 고려하면 징역 40년이 모자라지만 그렇다고 생명을 앗아가는 형벌은 지나치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인 셈이다.

하지만 A씨는 1심 재판부의 판단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 최종심에서 무기징역 판결에 대한 적절성 여부가 확정되지만 A씨의 범행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 타인의 생명을 앗아간 A씨에 대한 형벌은 그만큼 가혹해야 한다는 게 여론이기 때문이다. 비록 사형이 선고되더라도 실제로 사형이 집행될 가능성은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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