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소송비용 면제 청원 채택, 교육청 ‘뭇매’
교안위, 법원 판결 별개로 ‘공익 소송’ 자체 판단

(사진=세종시의회)
세종시의회 교육안전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세종시의회)

세종시 학부모들이 세종시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부담하게된 소송비용을 면제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세종시의회가 학부모들의 청원을 받아들였기 때문. 그러나 일각에선 시의회 청원 채택이 법 집행과는 별개로 학부모들의 충격을 달래는 방편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세종시의회에 따르면, 해당 청원은 지난 3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최종 채택됐다. 법원이 소송비용액 확정 결정문을 통해 청구를 요구한 소송비용은 532만 1270원이다.

학부모들은 지난해 10월 31일 ‘주상복합 교육환경평가서 승인 처분 취소’를 취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원고에게 소송비용을 부담하라는 주문을 내렸고, 시교육청은 원고인 학생 41명에게 각 12만 9700여 원을 청구했다.

학부모들은 지난 2018년 학교 인근 아파트 건설, 교통량 증가로 인한 보행 안전 위협, 일조권 등 여러 차례 학습권 침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3차례에 걸쳐 한국교육환경보호원에 교육환경평가 검토를 요청했다. 건설사 측은 이 과정에서 7차례 보완본을 제출했다. 이후 2018년 10월 최종 승인 판정을 받았다.

법원은 판결에서 “원고들이 주장한 교육환경평가 승인 절차상의 하자, 교육감 재량권 남용 등 내용상 하자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공사 과정에서 학생 통학에 지장 또는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치가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올해 7월 초 어진중·대성고 학부모들은 시의회에 행정소송비용 면제 청원을 제출했다. 원고인 학생들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맞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시의회 교육안전위원회도 “패소를 이유로 학생들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변호사 비용 부담액 면제는 41명의 학생이 모든 학생들을 대신해 공익적 측면에서 제기한 최소한의 방어권, 민주적 시민이 태어나 학교가 갖는 의미, 교육적 측면을 고려할 때 그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공문이 오면 논의해 결정하고 이를 시의회에 보고하는 과정이 남아있다”며 “의회가 숙고해 결정한 사항인만큼 존중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칙 지키고도 뭇매… '공익' 판단 엇갈린 시선

상임위 위원들은 청원 채택 심사에서 교육청 간부 공무원을 상대로 언성을 높였다. 상위법 판단과는 별개로 교육 행정이 학부모와 학생 편에 서지 않았다는 것이 골자다.

“어떤 법적 근거를 갖다 대도 진정성이 없다”든지 “편한 대로 해놓고 그럴싸하게 포장해 어떨 수 없다는 핑계나 댄다”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정무적 판단이 아니라 자체 소송처리규칙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라”, “기관이 패소하면 지자체 예산으로 메꾸면서 개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사안이 상위법 우선 원칙을 적용해야 할 사례라고 보느냐”, “상위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스스로 만든 규칙을 우선시해야 한다”, “행정을 당당하게 하라” 등의 질타도 이어졌다.

시의회 교안위원들은 이번 행정 소송을 '공익적 소송'으로 자체 판단했다. 일부 학생들이 나머지 학생들의 권리 보호까지 대신했다는 이유에서다.

상위법에 의거해 소송비용 추심을 진행한 시교육청이 되레 보호해야 할 학생들에게 패소에 따른 책임을 물었다는 비난을 받게 된 이유다.

하지만 법원은 행정소송법에 따른 원고적격을 따져 학부모를 제외한 학생 41명을 원고로 봤다. 판결에 따른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를 학생들로 한정한 것. 

원고적격 판정은 개인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주관적 소송(항고소송·당사자소송)의 경우 고려된다. 반면, 기관의 위법한 예산 집행을 견제하거나 사회 전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 소송의 경우 법률 상 이익이 없는 자도 원고가 될 수 있다.   

세종시 교육계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행정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청원을 통한 피해 구제 호소 권리도, 사법부의 판결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본다. 소송비용 환수 사안은 감사에서 빈번하게 지적되는 문제기 때문에 행정이 원칙을 지키고자 했던 의도가 매도돼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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