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프로‘야구’팀 한화이글스가 조금 나아질까? 새로운 감독이 선임되었다는 소식이다. 어? 과거에 어떤 ‘축구’팀 감독이었단다. 시민들 반응은 어떨까? 야구와 축구는 다르다. 단박에 가짜 뉴스로 여길 것이다. 마찬가지다. 필자도 처음에는 터무니없는 허튼소리로 생각했다. 대전도시공사 신임 사장으로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이 ‘실질적으로 선임’됐다는 언론 보도 말이다.

경험 없는 CEO의 선임, 기업이 망하는 지름길

한 올의 경험도 없이 가능할까? 절대 불가능하다. 도시개발사업의 성패는 예측하기 힘든 먼 훗날의 경제 상황에 좌우된다. 적용하려는 각종 차별적인 아이디어가 과연 시장의 호응을 받을지 판단이 어렵다. 기업들의 신출귀몰한 전략을 상대해야 하고, 예기치 못한 법적 소송도 많이 벌어진다.

이러한 예측 곤란성 때문이다. 임직원들은 확고한 의견 제시가 어렵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오직 CEO의 어깨 위에 온갖 의사결정의 쇳덩이가 마구 덮치는 법이다. 잠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하루하루 리스크 큰 판단을 해야 한다. 도시개발사업의 특성이다. 대전의 도시개발을 지휘하는 사람이 한 톨의 전문성과 경험치도 없다니, 대전의 도시개발이 어찌 될까. 그러니 당연히 가짜 뉴스다.

어라, 구단의 변명이 계속된다. ‘새로운 감독은 리더십이 입증되었고 구단 경영방침의 이해도가 매우 높습니다. 그분의 야구 경기 해설을 잠시 들어보니 수준급입니다.’ 대전시장이 말하는 신임 도시공사 사장 낙점 이유도 매우 흡사하다. ‘리더십이 훌륭하고, 공적 가치와 민선7기 지방정부 역할의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다. ‘그분의 어떤 개발사업 설명이 훌륭했다’라는 식의 말도 덧붙였다.

시민들은 어찌 반응할까? ‘말도 안 된다. 야구공을 잡아보았는가? ‘실물’ 야구 경험이 전혀 없지 않은가! 매 순간 판단력과 결단력을 의심받을 텐데. 축구에서의 리더십이 전문성이 전혀 다른 야구에서도 유효할까? 선수들을 어찌 가르치고, 코치들을 어찌 지휘하고, 매 순간 작전 판단을 어찌한단 말인가! 감독과 해설자는 다르다. 구단 경영방침은 ‘승리’ 아닌가. ‘패배’를 지켜보며 설명만 할 사람을 뽑자는 건가?’

사실 위 비유가 적절하지 않은 듯하다. 야구? 대단히 중요하긴 하지만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뉴스는 어떨까? ‘정부는 오늘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신임 사령관에 해군참모차장을 승진 발령했고, 해군 잠수함사령부 신임 사령관에 공군 제1전투비행단 단장을 승진시켜 임명했다. 정부는 신임 사령관들이 그간 각 분야에서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였고, 국정운영 철학에 관해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이런 섣부른 인사가 진짜라면 대한민국은 폭삭 망한다. 기업 운명의 8할은 CEO가 쥐고 있다. 만약 사기업이 이런 식으로 CEO를 선임한다면 그 기업은 분명 폭삭 망한다.

괴이한 인사의 이유

남충희 한밭대 겸임교수

대전시 산하 공기업 수장들이 곧 교체된다. 대전도시공사, 대전마케팅공사, 대전세종연구원, 대전평생진흥원 사장과 원장들이다. 그런데 이런 어이없는 인사가 끊임없이 자행된다면 대전은 분명 엉망이 된다. 대전시민만 불쌍해진다.

궁금하다. 왜 이리 상식에 어깃장 놓는 괴이한 인사를 할까? 그러니 임명권자의 철학, 안목, 공기업관, 인재관, 공직자로서의 소명의식, 역사의식 등에 관해 많은 의문이 꿈틀댄다.

대전시장은 왜 정무부시장을 1년마다 갈아치울까? 그 자리를 오직 정치적 채권자들을 위한 경력 인플레용으로 생각하는가? 부시장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광역지방자치단체 부단체장직을 단 1년 만에 그만두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과연 있을까? 그만두라고 하니 사직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그만두라고 했을까?

‘경제’를 앞세워 초빙했으나 그간 경제부시장으로서 실적이 없어서? 그렇다면 시장의 끔찍한 인사 실패 아닌가? 그런데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과연 가시적 실적을 낼 수 있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정치적 채권자에게 ‘경제’부시장 자리를 줘야 해서? 그러니 밀려나는 분에게 급에 맞는 자리를 마련하느라 이런 식으로 전문성을 무시한 인사가 된 것 아닌가?

왜 자신의 시정철학에 맞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할까? 시정철학이 과연 무엇인가? 단도직입적으로 진실을 해석하자면 자기 사람만 쓰겠다는 뜻 아닌가? 이 세상의 그 많은 전문가를 왜 찾지 않는가? 헤드헌터까지 동원하는 정성으로 최고의 전문가를 유치해야 하지 않을까? 대전의 미래보다는 자신을 보위하는 측근들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 아닌가?

공기업 CEO 선정 기준과 조건

잘못되었다. 앞으로 공기업 수장 인사를 줄줄이 이렇게 한다면 대전의 미래는 없다. 바뀌어야 한다. 시장이 우선 공기업의 경영현황을 파악해야 한다. 각 기업의 향후 3년, 즉 신임 CEO 임기 동안 해결해야 할 숙제는 무엇인가? 경영혁신? 노사문제? 수익성? 새로운 시장 개척?

예를 들어 대전도시공사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는 ‘개발사업관리 전문가 집단화’이다. 이런 기초가 안 되어 있으니 지난 10여 년간 유성복합터미널 개발사업 등이 죽을 쑨 것 아닌가. 그런데 비전문가 CEO가 어찌 전문가집단을 육성할 수 있을까?

CEO 선임은 해결할 과제와의 역량 적합성(fit)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당연히 평가의 8할은 관련 성공 ‘실적’이다. 임직원 인사와는 다른 CEO 인사의 기초다. ‘시정철학의 이해도’가 유성복합터미널을 성공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런 모호한 선정기준은 이제 접자. 즉 자기 사람을 앉히겠다는 개인적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러자면 임명권자가 공직자의 소명의식과 역사의식을 늘 되새겨야 한다. 인사가 만사다. 대전시민에게 허탈감 대신 희망을 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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