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투, 타 중심인 베테랑들의 부진과 성적 하락의 책임

한화이글스가 2020 시즌 내내 최하위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투타 모두 총체적인 부진이 원인인데 베테랑 선수들도 한 몫 하고 있다.
한화이글스가 2020 시즌 내내 최하위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투타 모두 총체적인 부진이 원인인데 베테랑 선수들도 한 몫 하고 있다.

2020시즌 한국프로야구가 반환점을 돌아 후반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역대급 장마로 인해 팀 간 치른 경기수가 불균형하게 나타나면서 최대 7경기 차이가 나고 있다. 즉, 1주일 이상의 경기 소화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즌 내내 대권을 향해 굳건하게 전진하던 NC에게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불펜이 무너지면서 역전패가 많아진 것이다. 최근 5할 승률 밑으로 승리의 확률이 떨어지면서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2위 키움과의 승차가 3경기로 좁혀졌다. 

반면, 키움은 외국인 타자 러셀의 합류 이후 무서운 상승세를 타면서 두산을 3위로 밀어낸 것도 모자라 선두 NC와의 승차를 3경기로 좁히면서 선두 탈환에 시동을 걸었다. 

키움에 2위 자리를 내 준 두산은 상승세의 LG와 한 경기 차이 3위 경쟁을 하고 있다. 기아는 5위에서 정중동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고 KT는 무서운 상승세와 함께 5위 기아를 반 경기 차로 압박하는데 성공했다. 롯데도 5연승을 달성하며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두면서 언제든 5위를 정조준하고 있다. KT는 팀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을, 롯데는 초보 감독 영입 이후 가을야구 진출에 희망을 걸고 있다.

SK가 또 다시 부진에 빠지면서 한화와의 최하위 경쟁은 다시 불이 붙었다. 반면 한화이글스는 최근 괜찮은 경기력을 보이며 살아나는 듯 보이나 결정적으로 연승을 가져 가지 못하면서 최하위 탈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베테랑 타자들의 부진이 가져온 나비 효과, 한화이글스의 추락

한화이글스의 중심은 베테랑들이다.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팀의 중심인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아주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소위 말하는 “에이징 커브”에 의한 경기력 하락인지, 코로나19로 인한 컨디션 조절의 실패인지, 팀 전체의 화합에 문제로 파생된 심리적 요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베테랑들의 집단적인 부진은 한화이글스의 경기력을 저하시켰고 결국 팀 최다 연패 및 한국프로야구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을 세우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한용덕 감독의 퇴진은 덤이었다.

물론, 베테랑들의 부진이 현재 한화이글스의 성적을 모두 말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팀의 중심인 베테랑들의 부진은 많은 부분에서 한화이글스의 현재를 말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김태균, 송광민, 이성열, 최진행으로 이어지는 베테랑 중심 타선 라인의 부진은 가뜩이나 장타가 부족한 팀 구성상 치명타에 가까웠다. 여기에 방출된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의 부진은 기름은 부은 격이었다. 

송광민과 이성열은 부상과 부진으로 아직도 퓨처스에서 회복의 시간을 갖고 있고 김태균과 최진행은 팀의 중심 타선에서 활약을 해주고 있지만 예전의 파괴력과 결정력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산 2009경기 출장에 2209개의 안타, 311홈런, 399 2루타, 1357타점, 타율 0.321을 기록하고 있는 김태균은 한국프로야구의 레전드이다. 특히, 우타자 기준으로 역대 최고의 타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올시즌 2개의 홈런, 11개의 2루타, 28타점, 타율 0.234에 그치고 있다(기록은 2020년 8월 10일 현재). ‘에이징 커브’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기록의 하락이다.

물론, 최근 3년 간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수치였다 하더라도 김태균이었기에 현재 거두고 있는 성적과 경기력은 너무나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태균은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올시즌을 앞두고 1년 계약을 맺었다. 올시즌이 끝나고 다시 본인의 경쟁력을 평가 받겠다는 계산이었지만 그 계산은 현재로서는 잘못된 판단으로 귀결될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통산 105개의 홈런과 498타점, 0.288의 타율을 적립하고 있는 송광민은 올시즌 3개의 홈런과 11타점, 0.222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40경기에서 8개의 병살타를 치면서 팀 공격의 흐름을 끊어낸 것은 덤이었다.

이성열은 통산 182개의 홈런과 661타점을 기록할 정도로 일발 장타의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올시즌 그가 기록한 2개의 홈런과 17타점은 한화이글스의 답답한 타선을 대변하고 있다. 타율 0.207는 아무리 컨택 능력이 좋지 않은 이성열이라고 해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공격 지표이다. 

최근, 한화이글스에서 가장 활발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최진행은 팀 내 최다인 6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통산 150홈런을 달성한 최진행이기에 6개의 홈런은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현재 한화이글스에서는 최고의 홈런 타자임에는 분명하다.

이 네 명의 선수가 현재까지 기록한 홈런은 무려 748개이다. 하지만 올시즌 이들이 기록한 홈런은 불과 13개에 불과하다. ‘에이징 커브’를 감안해도 너무 낮은 수치임에는 분명하다. 한화이글스의 공격력이 고구마 타선일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테이블 세터진을 오가고 외야에서 중심을 잡아 주고 있는 주장 이용규만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용규는 지난 시즌을 통째로 날리면서 절치부심한 시즌이었다. 1번으로 때론 2번에 배치되면서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하면서 중견수로 좌익수로 외야를 튼튼하게 지켜주고 있다. 하지만 중심 타선의 힘 있는 베테랑들이 집단 부진에 빠지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2019시즌을 앞두고 FA 계약한 송광민, 이용규, 최진행, 올시즌을 앞두고 FA 계약한 김태균, 이성열, 모두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유종의 미로 장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올시즌 현재의 경기력으로 아름다운 마무리가 쉽지 않아 보인다.

남은 기간 반드시 명예 회복을 통해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어렵게 개막을 맞이한 2020시즌. 팬들을 만날 그날을 기다리며 많은 훈련과 노력으로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한화이글스 선수들. 부상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해 승리를 따내고 가을야구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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