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견제 받지 않는 권력과 언론의 역할 부재

지난 4일 국회 본관 귀빈식당에서 열린 충남도민회 중앙회 주관 충남 출신 국회의원 당선 축하연 모습.
지난 4일 국회 본관 귀빈식당에서 열린 충남도민회 중앙회 주관 충남 출신 국회의원 당선 축하연 모습.

지난 3일 충남지역에 20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렸다. 도로가 물에 잠겼다. 물에 잠긴 도로에 차들이 둥둥 떠다녔다. 축대와 옹벽이 무너지고, 산사태도 났다. 아산에서는 3명이 실종됐고, 그 중 한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뉴스에서는 집중호우와 피해 현황이 종일 생중계됐다.

다음 날(4일) 오전 국회 본관 귀빈식당에서 충남도민회 중앙회 주최로 지역 출신 국회의원 당선 축하행사가 열렸다. 충남 지역에 연고가 있는 의원 29명 중 13명이 참석했다. 참석한 의원들은 축하 인사를 받고, 꽃다발을 받고, 박수를 받았다.

마이크를 잡은 의원들은 “충남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했다. 무엇이 충남 발전이고, 힘은 어떻게 모을 건가. 전날 내린 물난리에 지역에선 피해가 속출하고,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데 말이다. 그들은 또 “고맙다”고 했다. 누가 누구한테 고마워해야 하나.

부적절한 행사였다는 기사 뒤 반응은 신속했다. 주최 측과 일부 의원실에서 전화가 여럿 걸려왔다. 같은 지역끼리 이래도 되느냐 부터 제목을 고쳐 달라, 의원 이름을 빼 달라 등등. 기사 내용이 잘못됐다는 얘기는 없었다. 다만, 서운하다는 소리다.

이미 한 차례 연기했던 행사(지난 달 30일)를 다시 미루기 어려웠다는 주최 측 사정을 모를 바 아니다. 그러나 같은 지역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물난리에 떠내려가고 죽었다. 이재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모두 충남 사람들이다. 의원들은 다 그들 덕분에 당선됐다. 정작 고마워해야 할 주민들과 지역이 초상집인데, 떡 케이크를 자르고 잔칫집 분위기를 내야 했을까. 대통령도 휴가를 취소한 마당이다.

행사는 미뤘어도 되고, 축하 패는 개별적으로 주고받았어도 된다. 수해현장에서는 복구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 내려가 복구 작업을 돕든지, 정부에 특별재난지역선포 촉구 결의문을 발표했더라면 어땠을까. 그것이 곧 충남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는 일 아닌가.

일부에선 “왜 너만 비판적인 보도를 하느냐”고 나무란다. 써야할 기사를 안 쓴 기자한테는 아무 말 못하고, 써야할 기사를 쓴 기자를 되레 비판한다. 실제 당선 축하연에는 지역 언론을 비롯해 많은 취재진이 왔다. 비판성 기사를 쓴 기자는 거의 없다. 그들이 연고를 들먹이며 서운함을 토로한 이유와 배경은 여기에 있다.

행사장에 온 기자들도 충남의 피해 상황을 뻔히 알고 있었다. 그 와중에 열린 축하연의 적절성엔 대다수 침묵했다. 그것이 진정 충남을 위한 일인지 묻고 싶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언론은 그런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언론이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만다. 오늘도 충남 전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졌다. 많은 비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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