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계룡, 2020-07, 송선헌
여름 계룡, 2020-07, 송선헌

황간에서 경운기보다 빠른 완행열차를 타고 아버지를 따라 전나무가 우거진 동학사를 처음 가봤다.
돌아가는 길엔 지금도 영업 중이고 깍두기로 전국에 이름을 날렸던 한밭식당 설렁탕을 먹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사찰은 능선이 닭(鷄)볏을 쓴 용(龍)의 형상을 닮은 계룡산 입구에 있다.
계룡산은 풍수적의 명당인 금계포란(金鷄抱卵)형으로 계룡대가 앉았다.
정감록(鄭鑑錄)에 계룡은 큰 변란을 피할 수 있는 장소, 십승지지(十勝之地)라 했고 신흥종교와 유사종교가 성행, 1984년 ‘종교정화운동’으로 정리되었다. 
학(鶴) 모양의 바위가 있어 동학사라는 설이 있다. 
착각하기 쉬운데 동학사는 마곡사(麻谷寺)의 말사(末寺)다.
기가 충만한 계룡인데도 운문사같은 비구니 강원(講院)사찰이다. 
사찰인데도 숙모전(肅慕殿)은 단종(端宗)과 충신들을 삼은각(三隱閣)은 포은(정몽주), 목은(이색), 야은(길재)의 삼은(三隱)을 모시고 있다. 
禪의 일상화, 탈계율(한센병 여자와 동침, 만취해 법당에 오르고...), 훈장을 하다가 입적한 경허(鏡虛, 1849∼1912) 스님의 속세 성은 송(宋)씨였고 동학사에 생사불이(生死不二)가 삶(生) 속에 있음을 강론했다. 그의 제자 만공(滿空, 1871~1946)도 송씨로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드는 것이다”라며 세계일화(世界一花)를 외쳤다..


봄:
사찰 입구 미타암(彌陀庵)은 아미타불(阿彌陀佛)의 약어다.
연애할 땐 이곳의 아름다운 정원 때문에 갔었는데 미국 유학을 다여 오니 호텔처럼 변해버린 이후 눈길도 끊었다.  
벚꽃이 피면 행복을 찾아 온 이들의 미소도 핀다.
좌판들이 난장판으로 많아 먹자판이다.
덩달아 품바들도 신난다.
세상은 변함없이 시끄러워도 호젓하게 가파른 남매탑을 오르긴 이 계절이 좋다.
연초록의 봄이면 순해 지고 싶어 찾아간다.

여름:
육구만달을 찾으러 간 게 아니고 엄나무 백숙 먹으러 갔다.
계곡에 발을 담그러 갔다.
특히 비가 온 후 이틀 정도 지난 계곡물의 맑음을 즐기러 자주 간다.
동월계곡은 솔향 맡으러 갔다.
연애 시절 부모님과 올라가다 지금은 처가가 된 식구들이 나를 처음 보고 내가 어머니랑 똑 같다고 했단다.
여름엔 MT 팀들로 북적인다. 

가을:
노론-소론의 분리가 된 회니시비(懷尼是非, 1665)는 가을 동학사에서 있었다.
단풍이 구경꾼들을 유혹하는 계절이다.
가을엔 산악회 관광차들로 주차장도 벌겋다.
어스름 저녁에 한옥 찻집에서 수제 대추차를 즐긴다.
파전의 계X식당도 주인을 따라 맛도 바뀌어 요즘은 잊었다.

겨울:
구두 신고 은선폭포를 갔다가 벌벌 떤 청춘도 있었다.
친구들이 래전(來田)하면 지금은 문 닫은 동학산장에 재워 계룡의 기를 받고 가도록 했다.  
눈 오면 토끼 잡으러 가자고 구라를 많이도 쳤다.
순한 토끼 대신 술만 잡았다.  
붓처럼 생긴 봉우리 문필봉((文筆峰)을 바라보며 눈빛을 맞추는 시간은 이때가 좋다.


그리고...
나는 거실 망원경으로 해넘이 쪽
계룡(鷄龍)의 최고봉, 845m를 만지는 게 습관인데
학봉리 삼거리 초입에 ‘이 뭐꼬’가 보이는가?
봤다면 시심마(是甚麽)가 살아있는 것이다. 
먹는 입으로도 
사는 마음으로도 
이게 무엇 때문인고?를 놓지 말며  
숨처럼!
그리고 괜히
바보처럼 나만 변했다고 자책 마
흐르는 물처럼... 가. 


송선헌(宋瑄憲) 약력

송선헌 원장
송선헌 원장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Preceptor and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대한치과교정학회 대전 충남지부 감사

2013년 모범 납세자 기획재정부장관상

2019년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장려상과 입상 수상

저서: 임상 치과교정학 Vol. 1(웰 출판사)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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