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별세한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현충원 안장을 놓고 논란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현충원에 안장해야 하며 그것도 ‘반드시 (대전현충원이 아닌) 서울현충원에 모셔야 한다’는 주장과 ‘대전현충원도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한쪽에선 전쟁영웅으로 부르지만 한쪽에선 친일파 딱지를 붙이고 있다. 그렇지만 양쪽 모두 서울현충원은 A급, 대전현충원은 B급처럼 여긴다는 점에선 같다.

우리나라에는 서울현충원 대전현충원 4.19민주묘지 5.18민주묘지 등 7군데의 국립묘지가 있다. 이 가운데 서울현충원과 대전현충원은 안장 대상 등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두 곳 모두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또는 헌법재판소장의 직에 있던 사람과 국가장으로 장례된 사람, 순국선열 애국지사, 무공 수훈자, 장성급 장교 등을 안장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 운영에선 차이가 있다. 서울현충원 선호 현상에다 정부가 이를 선별적으로 허용해주면서 빚어지는 일이다. 

국가보훈처는 백선엽 장군의 안장과 관련, “서울현충원은 장군 묘역이 꽉 차 대전에 안장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䞕영웅인 백 장군을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 모시지 못한다면 이게 나라인가”라는 통합당 원내대표의 비판과 “대전현충원도 안 된다”는 군인권센터 요구를 절충한 모양새다. 현충원 안장은 허용하되, 서울은 안 되고 대전으로 내려가라는 말로 들린다. 백 장군의 유족은 “대전현충원에 만족한다. 서울이나 대전이나 다 대한민국 땅이고 둘 다 현충원이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서울과 대전은 같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서울현충원은 A급 대전현충원은 B급' 언제까지?

서울현충원은 묘역이 꽉 차면서 대전현충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른바 ‘끗발 있는 사람’은 죽어서도 서울에 남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밀려서 대전으로 오는 경우가 있다. 2006년 별세한 최규하 전 대통령은 대전현충원에 묻혔다. 대통령이 묻힐 만한 땅이 서울현충원엔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후에 작고한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은 서울에 남았다. 세 사람의 업적과 평가 차이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으로 서울행-대전행을 가른다면 대전현충원은 B급으로 전락될 수밖에 없다.

사후 현충원에 묻히는 것은 영예로운 일이다. 국민들의 추앙을 받을 만한 인물이면 정부가 더욱 예우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서울과 대전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보답을 차별하는 것은 이제 중단해야 한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추모하고 기릴 만한 애국자라면 묘 자리가 없는 데도 끝내 비집고 들어가 서울현충원에 남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대통령 출신 중에도 기꺼이 대전으로 가겠다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과도한 정쟁 때문에 같은 국립현충원이면서도 대전은 B급으로 취급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모든 게 서울 중심이다. 하늘 높을 줄 모르는 아파트 값도 서울이 문제다.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우고 떠난 애국자들까지 그런 서울을 고집하겠는가? 힘센 사람은 죽어서도 서울에 남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지방으로 가는 나라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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