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우선 보호받는 것과 뒤늦게 보호받는다는 것

이춘희 세종시장이 이번 코로나19 사태 당시 세종고속버스터미널을 찾아 방역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세종시)
이춘희 세종시장이 이번 코로나19 사태 당시 세종고속버스터미널을 찾아 방역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세종시)

코로나19 사태는 대한민국 선진 방역 시스템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다. 모범적인 정부와 국민들이 보여준 높은 시민의식은 전 세계를 놀래켰다. 

동시에 코로나19 여파의 직격탄이 어디를 향했는가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 부실한 안전망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고통은 불평등하게 배분됐고, 바이러스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모질었다.

정부는 모든 국민에 가구당 최대 100만 원씩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영세자영업자, 무급휴직자에 대한 지원 기준은 지난 7일 확정됐다. 

정부가 큰 결단을 내리기 전, 틈을 메운 건 각 지자체별 특별 지원책이었다. 세종시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되돌아봐야 할 중요한 지점이 여기에 있다. 

각 지자체는 재난기본소득부터 휴업지원금, 문화예술인지원, 미집행 급식 예산을 활용한 농산물 꾸러미까지, 각자 선제적인 지원책을 내놨다. 대부분 직접적 피해를 입었거나 보호망에서 벗어난 사각지대를 향했다.

이 가운데 경기도와 서울, 경남도에서 시작된 재난기본소득 논의는 곧 ‘대세’가 됐다. 일부 지자체는 오히려 정부보다도 앞선 결정을 내리며 견고한 보호망 구축을 이끌었다. 

반면, 해당 논의가 한창이던 당시 이춘희 시장은 지자체별 형평성, 직접 지원에 따른 혼란 등을 들어 개별 지원은 “안 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이후 전국적으로 재난 지원금 지급이 확산되자 3월 말 돌연 입장을 바꿔 긴급 재난생계비 지급을 확정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발표된 4일 후, 이마저도 철회했다. "중복 지원은 어렵다"는 이유였다.

반면 이 시기 서울과 대전, 경남, 경북, 전남, 제주, 광주 등에서는 이미 책정한 지자체 별도 지원금을 정부 지원과 별개로 지급키로 결정했다.

초기 시는 소상상인 지원에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인근 대전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감염 포위망이 좁혀지고, 상권 침체 분위기가 확산됐지만, 기본적인 방역 물품 지원, 소독 지원에 나서지 않아 소상공인들이 직접 찾아가 지원 요청을 해야 했다.

같은 시기 충남도는 21일 전통시장 및 상점가에 마스크, 손소독제 등 방역 물품 긴급 지원 방침을 발표하고, 예비비 3억 4000만원을 투입했다. 

휴업 근로자에 대한 지원도 논란이 됐다. 시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휴업한 사업체에 보상금 지급을 추진하면서 학원·교습소를 제외했다. 이미 다수 지자체에서 다중이용업소에 학원을 포함해 휴업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던 때다. 

시가 머뭇거렸던 이 기간, 초기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세종시 학원 휴원율은 14%대로 추락했고, 학원 운영자들은 “우린 보호망 저 밖, 코로나 사각지대에 있는 것 같다”며 실망감을 토로했다.

택시 종사자도 마찬가지였다. 개인택시 종사자는 소상공인에 포함돼 지원 대상에 포함됐으나, 법인택시 종사자는 제외해 반발을 샀다. 이후 뒤늦게 시는 두 업종 종사자들을 2차 휴업 지원금 지급 대상에 포함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운동이 끝난 지금,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집행한 급식 예산을 활용한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지급이 그 예.

농산물 꾸러미는 등교 연기로 인해 납품 길이 막힌 지역 친환경 급식 업체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추진됐다. 서울, 인천, 경기, 대전, 광주, 강원, 충남, 경남, 제주 등 대다수 지자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고, 다양한 방식으로 지급을 시작했다.

하지만 세종시는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시교육청과 재원 부담 비율을 협의하는 데 그치고 있다.

매번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코로나 행정의 원인으로는 시의 ‘재정난’이 꼽힌다. 안타깝게도 시는 올해부터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관통하는 핵심어는 ‘인간안보(Human Security)’였다. 안보의 궁극적 대상은 인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맞선 세종시 행정에 몇 점을 매길 수 있을까. 시민들은 인간안보라는 가치 아래에서 차별없이 보호받아왔는가. 아니면 집단 내에서 먼저 보호받는다는 안도감과 뒤늦게 보호망 안으로 들어가는 심정의 차이를 깨우치기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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