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사회 주류, 진보 아닌 우파 성향 가진 20~40대"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66)이 이번 4·15총선 낙선 후 세종에 남기로 했다. 민주당 텃밭에서 보수의 씨앗을 키워보겠다는 의지에서다.

지난 6일 오후 5시 세종시 보람동 한 카페에서 김 전 위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당 재건 목표, 2년 후 지방선거와 대선에서의 역할론, 이번 선거를 치르며 본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오는 9월 세종을 시작으로 전국 20~40대 젊은 세대와의 만남을 기획하고 있다. 좀 더 가볍고 재미있게, 올바른 보수 정치 가치를 논하고, 공유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전 위원장은 “낙선한 후보들이 떠나는 것은 올바른 관행이 아니다. 당선됐든 낙선됐든 참다운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소한의 의무”라며 “특히 세종은 보수 정치의 최고 험지다. 이곳에 남아 9월부터 재미있는 만남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가 떠나지 않은 이유 "끝은 시작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인터뷰 초반 세종시 재출마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민주당 텃밭인 세종에서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좋은 인재를 발굴해 가꾸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만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어떤 형태로든 세종에 출마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곳에 남아 2년 뒤 지방선거와 대선, 다음 총선까지 우리 후보들이 열심히 뛸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에 전념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야당이 보여준 자세에 대해서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험지는 포기하고, 기존 관행에 머무르면서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예견된 실패’였다는 지적이다.

김 전 위원장은 “민주당과 통합당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 민주당은 대구든 부산이든 험지에 괄목할만한 인물들이 나가 끊임없이 도전하고, 지역에서 당을 가꾼다”며 “통합당은 광주 같은 곳에 도전한 경우가 없다. 계속 도전하면서 그 과정에서 떨어진 사람은 예우해줘야 민심도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낙선, 희망의 씨앗

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이번 총선의 실패 원인과 그 과정에서 체감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이번 총선의 실패 원인과 그 과정에서 체감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여지없는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야당인 통합당은 300석 중 84석을 얻는 데 그쳤다. 공천 과정에서부터 흩어진 정치 권력을 통합하는 데 급급해 혁신을 외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종을 지역구에서 그는 민주당 강준현 당선인에 18.28%p 큰 차이로 졌다. 김 전 위원장은 득표율 39.6% 를 기록했다.

그는 “당은 공정하지 못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또 하지 말아야 할 일들도 했다”며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이 이번 선거의 실패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이번 선거 과정에서 희망의 씨앗을 봤다고도 했다. 변화한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체감했다는 것.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의 성향이 표로 연결되지 못한 이유도 속 시원히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진보가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됐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주장에는 반대한다”며 “세종에 와서 보니 20~40대 젊은 세대들은 좌파도, 진보도 아니었다. 성향으로 보자면 오히려 우파적 성향이 더 강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유에 대한 욕구, 국가 권력이든 개인적 권력이든 내 삶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침범하지 않길 바라는 생각, 그 기대와 욕구를 봤다”며 “이런 우파적 성향이 표로 연결되지 못한 이유는 결국 당이 공정하지 못했고, 정의롭지 못한 정당의 모습을 보여서다. 당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다”고 밝혔다.

“행정수도 세종, 정치권력 균형 맞춰야 가능”

세종시가 진정한 행정수도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는 일방적 권력이 지배하는 지역이 행정수도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민주당 후보로 아무나 꽂으면 당선되는 이런 식의 정치는 세종시 발전에도 도움 되지 않고, 행정수도로의 위상도 확보할 수 없다”며 “광주나 대구에 수도를 옮기자는 이야기를 누가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세종시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를 여당 독주체제 속에서 나타난 '역기능'으로 분석했다.

김 전 위원장은 “권력이 일방적이 되면, 제기돼야 할 문제가 어디서도 나오지 않게 된다”며 “세종시는 천문학적인 자본이 들어간 도시지만,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국가만이 세종시를 건설한 것이 아니다. 민간 자본을 포함해 집집마다 몇 억 짜리 아파트와 상가를 대출로 샀다. 기회비용도 얼마나 많이 들어갔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직주근접 도시로 자족도시를 꿈꿨으나 대전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했고, 전원도시 구상은 25층, 28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면서 고밀도 도시가 됐다. 문제를 제기하는 집단이 있어야 하는데, 세종시 정치·사회집단 모두 입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집권 정치 세력 내 견제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김 전 위원장은 “인사 문제부터도 누군가의 보좌관, 누군가의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지 않느냐. 권력이 특정 개인에 의해 사유화된 것”이라며 “같은 당 내에서도 내부 견제 세력이 있어야하는데 세종은 그렇지 못하다. 이는 광주나 대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동시에 당 차원의 반성의 목소리도 냈다. 험지로 꼽히는 세종시를 포기하다시피 외면한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일방적 권력으로 인한 역기능이 발생한 원인 역시 결국 통합당에 있다”며 “세종을 버려두듯이 내팽개쳐버린 것, 권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없었기 때문에 민주당 독주가 일어났고, 시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앞으로 이곳에 남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시민들도 반응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정부차원의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의지도 강조했다. 지역이 독자적 경쟁력을 가져야 글로벌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러한 담론이 당을 떠나 하나의 사회 운동 차원에서 세종을 중심으로 퍼져나가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 전 위원장은 “현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의지가 강하지 않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다”며 “이제 한국과 중국, 일본이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 인천과 상해, 오사카가 경쟁하는 체제다. 지역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가져야하고, 국가는 필수적인 역할을 빼고는 권력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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