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열두 번째 이야기] 그들이 무소속을 택한 이유

왼쪽부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인제 전 의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왼쪽부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인제 전 의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연식이 오래된 자동차 3대가 있다. 1호차는 도착지에 다다랐고, 2호차는 도착지 주변에서 잠시 멈췄다. 3호차는 광야로 들어섰다.

이해찬(67): 민주화운동 출신 정치인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냈다. 민주당 전신 민주통합당 대표를 했고, 지금은 민주당 대표다. ‘친노 좌장’이라 불렸지만, 20대 총선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후 무소속으로 세종시에 출마해 7선 고지에 올랐다. 이번 총선에는 불출마를 선언하며 사실상 현실정치에서 물러난다.

이인제(71): 판사 출신 노동인권 변호사. 최연소 노동부 장관과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15대와 17대 대선 후보로 나왔다. 잦은 당적 변경에도 6선 의원을 하며 ‘피닉제(불사조+이인제)’로 불렸다. 18대 총선 통합민주당 공천 탈락 후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이번 총선에는 미래통합당 공천에 실패하자 무소속 출마를 타진하다 불출마를 선언했다.

홍준표(65): 드라마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하다. 경남지사와 4선 의원, 19대 대선 후보, 자유한국당 초대 당대표 출신이다. 이번 총선에서 경남 양산을 출마를 노렸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는 최근 통합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은 화려한 정치 이력을 소유하고 있다. 또 ‘무소속 출마’라는 공통점도 있다. 정치인에게 무소속 출마는 정치 생명을 건 최후의 수단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왜 무소속을 택했는가. 인지도가 높은 유력 인사들은 무소속 출마로 자신의 정치력을 입증하려고 한다. 보란 듯이 ‘원대복귀’해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플랫폼이 바로 무소속 출마다.

이해찬 대표는 며칠 전 총선 이후 무소속 당선자의 복당을 불허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4년 전 자신의 행보와 배치하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이 끝나면 그의 역할은 끝난다. 신임 당 대표는 무소속 당선자의 복당을 허용할 게 뻔하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의석수 1석이 아쉽기 때문이다. 무소속 후보들도 그렇게 짐작하고 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홍준표 전 대표의 무소속 출마도 그런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해찬 대표와 이인제 전 의원도 ‘정치 원로’라는 명함을 들고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번 총선 불출마가 ‘정계 은퇴’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은퇴를 선언하고도 번복하면 그만인 게 정치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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