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키움”의 성공 시대 벤치 마킹 필요, 신, 구 조화가 관건

정민철 한화이글스 단장이 구단에 어떤 색깔을 입힐지 주목된다.
정민철 한화이글스 단장이 구단에 어떤 색깔을 입힐지 주목된다. 사진은 한화이글스 홈페이지에 게재된 '레전드' 정 단장 현역 시절 모습.

한화이글스는 리그 내에서 후발 주자인 NC와 KT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단 한 번의 우승 기록만을 가지고 있다. 1999년이 유일한 우승이자 마지막 우승이었다. 물론 가장 오랜 시간 우승을 하지 못한 팀은 1992년 이후로 우승이 없는 롯데자이언츠이다. 한화이글스가 마지막으로 우승에 도전했던 시즌은 2006년으로 삼성라이온즈에게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13년 전의 일이다. 최근의 가을야구는 지난 시즌으로 그 또한 11년 만이었다.

즉, 한화이글스는 리그 내에서 강팀으로 분류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꾸준한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방 팀 중에서도 저변이 가장 약한 팀이기도 하고 미래(2군)에 대한 투자도 가장 인색한 팀 중의 하나였다. 그런 결과들이 쌓이고 쌓여 약팀으로의 이미지가 고착화 되었다. 물론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체질 개선 보다는 눈앞의 성적을 위해서 젊은 선수들의 성장보다는 외부 FA 영입으로 눈을 돌렸고 레전드 지도자(김인식, 김응룡, 김성근)들을 영입하여 그들의 지도력에 기대는 모습이 반복되었다. 

물론 외부 FA를 영입하고 훌륭한 지도자를 영입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굉장히 중요한 투자의 일부이자 어떻게 보면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한화이글스는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방법들을 차용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보는 측면이 맞을 것이다. 이는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한화이글스가 선택한 강팀으로 가는 방법이 실패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화이글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바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일 것이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리그에서 신흥 강팀으로 군림했던 빙그레 이글스 시절부터 붙여져 온 이글스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표현이다. 현 수석코치 장종훈을 필두로 이정훈, 이강돈, 강정길, 고원부 등의 이름들이 나열될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한화에게는 맞지 않는 옷과 같은 표현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활용이 된다. 그만큼 이미지는 강하게 남아 있다. 

이제는 레전드 지도자들을 복귀시키고 단장까지 레전드 출신의 인사를 선임하면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뗀 한화이글스 입장에서는 이글스만의 “색깔”을 만들어서 그 정체성을 선수들이 인식하고 어떤 지도자가 현장에 있더라도 그 시스템대로 팀이 운영되는 미래지향적인 팀으로 거듭나야 할 필요가 있겠다. 그래야 강팀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강 SK 무너뜨린 겁 없는 젊은 “영웅”들의 이야기 관찰 필요

페넌트레이스에서 3위를 차지한 키움은 준플레이오프에서 LG를 이기고 플레이오프에서는 시즌 내내 강력한 모습을 보였던 최강 SK를 3연패로 몰아넣으며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획득했다. 넥센에서 키움으로 팀명이 바뀌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선수들은 꿋꿋하게 자신들의 역할을 다 했다는 방증인 것이다. 

감독은 염경엽 감독(현 SK 감독)에서 무명의 장정석 감독으로 바뀌었지만 어려움은 없었다. 히어로즈가 추구했던 모습 그대로 현장에서는 적용했기 때문이다. 지도자 경험이 없는 경력에 많은 우려를 감내해야 했던 장정석 감독은 3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바로 히어로즈라는 팀이 담아내고 있는 그들의 비전이 선수들에게 이미 인식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현재 키움의 중심은 젊은 선수들이다. 물론 미국에서 돌아온 박병호가 중심을 잡아주고 투수진에서는 오주원과 김상수가 베테랑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주고 있지만 팀의 중심은 20대의 젊은 선수들 대부분이다. 이제 30대에 접어든 서건창 선수가 노장으로 착각될 정도로 말이다. 그동안 넥센에서 키움을 거치는 동안 히어로즈는 강정호가 미국으로, 유한준은 KT로 이적, 김민성은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고 서건창은 부상으로 팀을 이탈했었지만 팀은 더욱 견고해졌다.

팀의 미래를 위해 포지션별 스카우팅과 공격적인 트레이드를 통해 위기 상황을 예견하고 대비했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다. 강정호의 빈자리를 김하성이, 유한준의 빈자리는 김규민, 임병욱, 이정후 등이, 김민성의 대안은 장영석, 김웅빈으로, 서건창이 없을 때는 김혜성, 송성문이 거뜬하게 메워내면서 히어로즈는 더욱 젊어지면서 강해졌다.

아마도 외국인 선수들만 큰 탈이 나지 않는다면 당분간 키움은 강세는 계속될 것이다. 젊은 선수들이 2년 연속 가을야구를 하면서 쌓아가고 있는 엄청난 경험은 히어로즈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2020 시즌 한화이글스 성공의 원동력은 신, 구의 조화로운 운영

한화이글스는 베테랑들이 무너졌을 때 대체할 만한 젊은 자원이 많지 않다. 앞서 언급한 키움처럼 팀 시스템이 바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미래를 위한 바른 준비가 필요하다. 그 원년이 2019시즌이 되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너무 크게 남는다. 11년 만에 진출한 가을야구의 경험이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민철 신임 단장을 비롯해 3년 차를 맞는 한용덕 감독은 내년 시즌의 성적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프로스포츠에서 성적이 없는 리빌딩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직 한화이글스에는 경쟁력 있는 베테랑들이 많이 있다. 키움과는 다른 한화이글스만의 세대교체를 통해 강팀으로의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해서 경기력을 높이고 그 베테랑들을 이을 수 있는 백업들을 키워낼 수 있는 명확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올시즌 데뷔한 노시환, 변우혁, 유장혁 등은 전략적으로 한화가 키워야 할 재목들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올시즌 그들의 성장은 더뎠다. 무조건적인 1군 합류 그리고 명확하지 않은 포지션 출전으로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경쟁은 시키되 명확한 목표를 정해주고 인정하고 훈련하게 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세 선수 뿐 아니라 다른 젊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올시즌 폭풍 성장한 정은원의 비결도 바로 ‘정착과 안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정은원은 원래 유격수 자원이었다. 하지만 하주석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포스트 정근우를 대비해 2루에 안착을 하게 했다. 바로 그게 성공에 이른 것이다. 한화도 정은원의 좋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하주석이 과연 얼마나 건강한 몸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아직 장담하기 어렵지만 좋은 신체 조건을 타고났기 때문에 건강하게 돌아올 것으로 본다면 하주석과 정은원의 키스톤에 내야의 양코너에 노시환과 변우혁에게 기회를 주면 된다.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이 들면 2군에서 더 담금질을 시키고 그동안 김회성, 오선진 등의 중견급 선수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 된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팀에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사항들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이용규가 복귀한 상황에서 호잉이 재계약을 맺는다면 외야에서는 두 자리를 놓고 최진행, 양성우, 장진혁, 장운호, 이원석, 유장혁 등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젊은 선수들이 이겨내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고 성장하지 못하면 베테랑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정근우와 이성열은 내, 외야와 지명 자리를 상황에 따라 맡을 수 있는 자원들이기 때문에 쓰임새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3년 차를 맞는 한용덕 감독도 올시즌과 같은 아쉬운 운영은 없을 것이다. 여기에 정민철 단장도 힘을 보태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줄 것으로 믿는다.

아쉽게 9위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그라운드에서 팬들을 위해 열심히 달렸던 한화이글스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2020 시즌을 맞아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다시 달릴 준비를 하고 있는 한화이글스 지도자들과 선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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