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항로 잃은 세종시, 방향타 돌려야 산다
[기고] 항로 잃은 세종시, 방향타 돌려야 산다
  • 육동일 전 충남대 교수,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
  • 승인 2019.10.1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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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 자치분권 모델화, 재고(再考)해야

정부세종청사. 세종사진대상 수상작.
정부세종청사. 세종사진대상 수상작.

2012년 7월 1일, 세종특별자치시로 출범한 세종시에 그간 42개의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 그리고 15개의 국책연구기관이 속속 들어서면서 최근 인구도 34만 명에 근접했다. 여기에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 이전하면 수도권 인구분산과 비수도권 경제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세종시는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헌법 개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충청민들이 그토록 염원했던 청와대 제2집무실 설치는 물 건너갔을 뿐 아니라, 대전과 충남의 혁신도시 지정도 15년째 제외된 결과 세종시 건설로 인한 인적·물적 역차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세종시는 2020년에 30만 명, 그리고 2030년에 50만 명의 인구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도시규모면에서는 계획대로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종시는 신행정수도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 그리고 현재의 세종특별자치시에 이르기 까지 그 숱한 우여곡절과 난관 속에서 태어난 도시다. 즉 세종시는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시정하고,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 하는 것을 목적으로 건설되는 계획도시다. 

당초 신행정수도건설계획이 위헌판결을 받아 할 수 없이 서울과 세종시 간 중앙정부 부처를 나누어 분산, 배치시키도록 국회와 국민들이 어렵게 내린 결정의 산물이다. 그것은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국정운영의 비효율성보다 수도권 과밀해소 및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상생발전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종시 블랙홀, 충청권 동반쇠퇴 가속화 

그렇다면 출범 7년을 보낸 세종시가 애초부터 부여받은 도시목적을 구현하면서, 국민들의 열망을 담아내고 있는가를 이제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할 때다.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을 놓고 볼 때, 유감스럽게도 세종시가 반드시 가야 할 제 길을 가지 못하고 있음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세종시 인구는 2012년 말, 10만여 명에 불과했지만 7년 만에 세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세종시 유입인구의 전출지를 분석해 보면, 수도권으로 부터의 인구유입은 26%에 불과하다. 반면에, 세종시를 둘러싼 충청권이 전체 유입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세종시의 건설로 당초 기대한 인구 분산 효과가 완전 왜곡돼 나타난 수치다.

특히, 세종시로 대전인구가 빠져나가는 빨대효과가 가장 심각해서 최근 5년간 대전인구 7만 8000명이 세종시로 흡수된 결과 대전인구는 148만 명 조차 무너진 상태다. 대전시의 침체와 쇠퇴가 확실한 조짐으로 나타난 이 문제는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다행히 서울시 인구도 줄고 있다고 한다. 2015년 이후 56만여 명이 서울을 떠났다.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세종시 건설로 나타난 효과는 결코 아니다. 서울을 떠난 인구는 세종시로 가지 않고 경기도와 인천으로 거주지를 옮긴 것에 불과하다.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수도권 3기 신도시가 경기지역에 본격 건설되기 시작하면 수도권 인구의 분산 효과는 세종시로 이어지지 못하고 경기도에서 머물고 말 것이다. 

세종시는 당초의 의도대로 수도권의 인구가 내려와서 채워져야 세종시는 물론 충청권 나아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상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정책적 보완조치가 없이 이대로 인근 충청권의 인구를 빨아가는 블랙홀이 계속된다면 세종시 건설이 수도권 과밀해소는커녕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격차와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게다가 충청권 전체는 동반 쇠퇴의 길로 치닫게 될 것이다. 이렇게 세종시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세종형 자치분권 모델화는 세종시를 더욱 기형적으로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중앙정부 균형발전 정책과 자치분권 충돌한다면...

육동일 전 충남대 교수.
육동일 전 충남대 교수.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의 ‘자치분권종합계획’에 따르면, 지역주민의 삶과 밀접한 분야에 고도의 자치권을 세종시에 부여하고, 지역수요에 맞는 맞춤형 권한을 이양해서 시민이 주도하는 시민주권 특별자치시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만일 계획대로 세종시에 맞춤형 자치모델이 구축되면 세종시의 자치분권 정책과 국가의 균형발전정책이 충돌할 때 세종시는 과연 어떤 이익을 우선시 할 수밖에 없는지 그 결과는 빤할 것이다. 

즉 국토의 균형발전 정책은 더 이상 정상적 추진이 더욱 어려워 질 가능성이 크다. 세종시 건설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평가도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가는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 자명하다.

우리보다 앞서 수도를 이전하고 신행정수도를 건설한 국가들은 오랫동안 신수도의 자치권과 선거권을 제약하면서 중앙정부가 지금도 직접 관할하고 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는 다른 주에 비해 자치권이 약하고 연방 상원의원 선출권이 없다. 브라질의 신수도 브라질리아는 주변지역과 함께 연방직할구로 지정되어 있다. 최근 건설된 말레이시아의 신행정수도 푸트라자야는 어느 주에도 속하지 않는 별도의 행정구역으로 연방직할이다. 

이 도시들이 이렇게 자치권과 선거권을 제약하는 이유는 수도이전 및 신행정수도 건설의 본래 목적인 국가균형발전 정책들이 시민이 주도하는 특별자치시와는 조화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강조컨대, 세종시는 당초 목표를 달성햘 수 있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지금부터 신행정수도로 가는 올바른 길과 방법을 재탐색해야 할 것이다. 세종시와 맞닿은 대전시, 그리고 그 중심인 유성구가 쇠퇴의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아니면 상생으로 재도약하느냐의 여부도 결국 세종시의 건설목표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세종시와 대전시의 상생발전은 물론 대한민국의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해 세종시의 자치분권 모델화는 반드시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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