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의 삭발과 한국당의 ‘생존 전략’
황교안의 삭발과 한국당의 ‘생존 전략’
  • 류재민 기자
  • 승인 2019.09.20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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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민의 정치레이더 89] 의원직 던질 용기 없다면 전략 바꿔야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깎고, 깎고, 또 깎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삭발릴레이’ 이야기입니다. 황교안 대표가 지난 16일 야당 대표로는 첫 삭발을 감행했습니다. 그러자 원내, 원외 할 것 없이 앞 다퉈 삭발대열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삭발은 무언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결기’의 상징입니다. 정치권에서 삭발은 그동안 단식과 함께 난국 돌파의 ‘이벤트’였는데요. 가까운 충청도만 봐도 세종시 원안 사수를 위한 자유선진당 의원들 삭발과 양승조 민주당 의원(현 충남지사)의 삭발‧단식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지금 한국당이 황 대표를 위시해 벌이는 ‘삭발 투쟁’은 문재인 정부와 전면전 성격을 띠고 있는데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숫자가 참여할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다만, 한국당의 삭발 행렬에도 불구하고, 당 지지율이 정체현상을 빚고 있는 건 고민입니다.

일부에서는 한국당 삭발투쟁이 보수층 결집은 가져올지 몰라도, 중도층 확장으로 이어지진 못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삭발도 이제 올드하고, 한물 간 ‘구태정치’로 전락한 까닭입니다.

한국당의 삭발 릴레이는 ‘총선용’이라는 의심도 받습니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얻으려는 포석이라는 건데요. 한국당으로선 정치적 명운을 건 결단을 부정하고, 희화화하는 것이 불쾌할 겁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정치인의 모든 행위는 ‘정치의 영역’인지라, 어떠한 정치적 해석도 가능하니까요.

삭발 투쟁의 성공 여부는 당사자들의 절박함에 국민들이 얼마나 공감해주느냐에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당의 노력은 보다 절박해야 합니다. 삭발과 단식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누구 말마따나 깎은 머리는 다시 자라고, 단식을 해서 굶어죽은 정치인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의원직 전원 사퇴’는 고려 대상입니다. 이는 삭발보다 공격력과 파괴력을 강화할 ‘최종 병기’입니다. 국민들에게 쇄신의 이미지를 제대로 각인할 수 있고, ‘공천삭발’이라는 오해도 풀 수 있으니까요.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은 한층 견고해질 겁니다.

한국당 의원이 총사퇴한다면, 후폭풍은 굉장할 겁니다. 당장 국회가 돌아갈 수 없습니다. 국정감사나 내년 예산안 심사, 법안 처리가 어렵습니다. 검찰의 패스트트랙 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의원들은 배지를 떼는 순간 백의종군(白衣從軍)해야 합니다. 그러면 원외인사들과 공천경쟁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겠지요. 또 검찰이 패스트트랙 수사를 통해 기소하고, 재판에서 아웃(당선무효)되면 어쩝니까. 내년 총선은커녕 향후 5년 동안 출마를 못하거든요. 수사대상만 전체 의원 11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9명입니다.

한국당 의원들이 ‘총사퇴’가 가공할만한 폭발력을 갖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결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주장대로 문재인 정부가 ‘폭정’과 ‘좌파 독재’를 하고 있다면, 의원직을 던져서라도 막아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럴 용기가 없다면, 장관 한명 끌어내리겠다는 삭발 전략은 바꿔야 합니다. 정부 여당 보란 듯이 ‘공정’과 ‘정의’를 구현할 입법 활동에 집중해야 합니다. 제1야당으로서 품격을 세우고, 야당다운 야당으로 국민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보여주는 생산적인 정치를 해야 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들의 신뢰가 깨진 한국당입니다. 겨우 겨우 신뢰를 회복 중인데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전후로 무당층이 40%라고 합니다. 경제는 어렵고, 외교와 안보는 불안한데, 돼지열병까지 덮쳐 나라에 한숨소리만 가득합니다. 어쩌면 지금이 그들을 사로잡을 마지막 기회일수 있습니다. 곧 총선입니다.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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