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두증 아들 살해 혐의 1심에서 징역 4년 선고된 아버지 극단적 선택
검찰, 17일 법원에 참고서류 제출...대전고법, 공소기각 결정

불치병을 앓던 아들을 살해한 60대 아버지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아들의 곁으로 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불치병을 앓던 아들을 살해한 60대 아버지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아들의 곁으로 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불치병을 앓던 아들을 30년 동안 간병하다 살해한 아버지가 결국 자신도 백혈병에 걸려 치료를 받던 중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아들 곁으로 갔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8월 10일 새벽 6시 30분께 발생했다. A씨(62)는 세종시에 있는 아파트에서 부인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뇌병변 장애의 일종인 소두증을 앓던 아들(29)과 생활해 왔다. A씨는 부인과 함께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들을 사건 당일까지 30년 동안 간병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A씨는 병원에서 또 한번 충격적인 사실을 통보받는다. 바로 자신의 급성백혈병 진단이다. 그런데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데 자신이 없으면 아들을 돌보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기로 마음먹었다.

고심 끝에 A씨는 아내가 교회를 간 틈을 이용해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다음 멀티탭 전선을 이용해 목 졸라 살해했다. 뒤늦게 집에 도착한 A씨 아내가 119에 신고했고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아들은 끝내 사망했다.

A씨는 사건 발생 이후 아들을 살해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 미수에 그쳐 법정에 섰고 1심 재판부인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이창경 부장판사)는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의지했던 아들을 살해했다는 죄책감 속에 평생을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피해자를 오로지 부모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으로 30년 가까이 헌신적으로 보살펴 오던 중 급성백혈병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더라도 생존 확률이 낮은 것으로 알고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함께 생을 마감하기 위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비록 장애를 가졌지만 별개의 인격체인 친아들을 살해한 행위는 존엄하고 고귀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것으로서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도 작지 않다"며 "30년 가까이 꿋꿋히 삶을 이어오다 그렇게 믿고 따랐던 친아버지의 손에 의해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 피해자가 느꼈을 정신적 육체적 고통도 가늠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의 건강상태가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할 정도라거나 피고인과 아내 등 가족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까지 악화된 상태였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아내와 자녀들도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슬픔과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실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1심 재판부는 다만 A씨가 백혈병을 앓고 있어 계속 치료가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이후 A씨의 항소로 사건은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준명 부장판사)에 배당돼 18일 오전 항소심 첫 공판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A씨는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백혈병 투병 생활을 해 오던 그는 아들을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지난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이다. 검찰이 17일 재판부에 참고자료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전달했고, 재판부는 공소기각 결정을 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아들을 향한 잘못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행동에 옮긴 그는 결국 1년여 만에 아들의 곁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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