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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소녀상, 강제징용노동자상과 마주보다
대전 소녀상, 강제징용노동자상과 마주보다
  • 정인선 기자
  • 승인 2019.08.13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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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대전 보라매공원서 '강제징용노동자상' 제막식
허태정 시장과 양대노총 대전본부 및 시민사회인사들 대거 참석

일본 강제징용노동자상이 13일 대전시청 앞 보라매공원에 자리하면서 2015년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던 평화의 소녀상과 마주보게 됐다. 

'눈 감아야 보이는 조국의 하늘과 어머니의 미소, 그 환한 빛을 끝내 움켜쥐지 못한 굳은 살 배인 검은 두 손에 잊지 않고 진실을 밝히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비문 중에서)

대전 시민의 염원으로 강제징용노동자상과 평화의 소녀상이 서로를 바라보게 됐다. 

13일 오전 10시 대전시청 북문 앞 보라매공원에 국내 7번째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축하하는 제막식이 열렸다. 2015년 3·1절부터 대전시청 북문을 바라보던 소녀상은 노동자상을 마주하기 위해 왼쪽으로 45도 가량 방향을 틀었다.

오민성 평화나비대전행동 사무처장은 "같은 아픔을 지고 있는 노동자상과 소녀상이 마주 보며 서로를 위로하고, 일본의 만행을 기억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015년 3·1절부터 대전시청 북문을 바라보던 소녀상은 노동자상을 마주하기 위해 왼쪽으로 45도 가량 방향을 틀었다.

1944년 4월 일본 나가사키 미쓰비시 조선소에 강제징용됐던 김한수(102) 씨는 아내와 함께 노동자상을 바라본 뒤 "교만하고 야비하게 불법으로 세상을 살고 있는 아베 정부가 정의 앞에 굴복하길 바란다"며 "정의 앞에서 무릎 꿇고 진정한 마음으로 대한다면 그 어떤 국가와 민족이든 간에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1944년 4월부터 1945년 8월까지 일본 미쓰비시 조선소에서 1년 4개월 간 강제노역에 동원됐고, 원폭사고 한 달 후에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후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도 참여했다. 그는 "앞으로 같이 뭉쳐서 외제 침략 없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강제징용피해자 김한수 씨와 허태정 대전시장이 13일 오전 강제징용노동자상 제막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대식 민주노총 대전본부장은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건립한 시민들의 마음은 일제만행에 의해 고통받았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역사정의를 세우려는 민족적 의지이자 애국의 양심"이라며 "민주대전의 상징물이자 대전 시민들이 함께 세운 대전강제징용노동자상이 역사적인 공공 조형물로 잘 지켜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일본이 소위 경제대국이 되기까지 우리 민족의 무수한 자원에 대한 약탈과 강제노역이 있었다. 한마디로 우리 민족의 피눈물 위에서 세워진 경제가 바로 일본의 경제"라며 "그럼에도 일본은 부끄러움도 없이 평화와 번영, 통일로 나아가려는 우리 민족의 길을 가로막고 '경제침략' 전쟁을 하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용복 한국노총 대전본부장은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건립하는 이유는 갈수록 희미해져가는 역사를 우리 손으로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라며 "전범국 일제의 실체를 널리 알려 이제라도 일본 정부의 공식 인정과 사과를 받아내고 다시는 이러한 비극적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건립된 것 기쁘게 생각한다. 오늘 이 자리는 시민들의 진심과 참여로 이뤄졌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면서 "시민의 힘으로 시민이 주인되는 세상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평화나비 대전행동과 양대노총 대전본부가 추진한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은 시민 2400여 명과 400여개 단체를 통해 모아진 8000만 원으로 충당됐다. 

'위안부와 노무동원노동자 동상 설치 반대모임'이 13일 오전 보라매공원 옆 인도에서 강제징용노동자상 설치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한편 이날 제막식과 동시에 보라매공원 옆에서 '위안부와 노무동원노동자 동상 설치 반대모임' 등 5개 단체 관계자가 모여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헐벗고 깡마른 징용상 모델은 조선인이 아니라 일본 훗카이도 토목공사현장에서 학대당한 일본인"이라며 "일본인 동상 숭배하는게 나라냐"고 주장했다. "일본이 한국에 30차례 넘게 사과를 했고, 영원히 사과해야 하는 것이냐"고도 말해 일부 시민들과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13일 건립된 대전강제징용노동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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