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복숭아씨가 몇 개인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그 씨 속에 복숭아가 몇 개인지는 누가 알겠느냐
[박경은의 힐링에세이] 복숭아씨가 몇 개인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그 씨 속에 복숭아가 몇 개인지는 누가 알겠느냐
  • 박길수 기자
  • 승인 2019.07.26 2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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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조철현 감독의 영화 〈나랏말싸미〉에서의 극 중 대사이다. ‘복숭아씨가 몇 개인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그 씨 속에 복숭아가 몇 개인지는 누가 알겠느냐’란 대사를 듣는 순간 ‘아!’ 감탄의 소리가 절로 나왔다. 표현의 적절함이 그 어떤 말보다도 의미의 깊이가 크게 느껴지는 색다른 경험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은 정해놓은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 온 삶이었는가? 아니면 자신 안의 무한한 창조성의 열어 두고 수용하며 포용하는 자세로 삶을 살아왔는가? 또한 관계 속에서 선입견과 편견으로 다른 사람을 아프게는 하지 않았는가? 어쩌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열매를 피우지 못한 씨의 존재일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다양한 관점으로 탐색하는 시간이었다.

관계 속에서 나는 혹은 우리는 자신의 탐욕으로 놓쳐버린 씨가 있는지, 아니면 씨 자체가 썩어있는지, 열매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씨인지, 열매를 피우고 싶지만 자신과 무관하게 아무것도 행할 수 없는 씨인지를 깊이 탐색해 보는 것도 자기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된다.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삶 속에서 ‘진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대사였다.
삶이란 그 어느 것도 장담할 수 없으며 사람 또한 어떤 사람인지 쉽게 말할 수 없다. 우리는 동기부여를 주고,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참으로 열심히 살아간다. 설령 열심히 살지 않더래도 지금의 사회적인 위치에서 퇴보되지 않기 위해 애쓰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이, 남녀노소 상관없이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거나 그렇지 않더래도 ‘자신의 존재’를 잊지 않기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잘 살아가려고 한다.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벗어날 수는 없다. 즉 ‘혼자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다’란 의미를 포함한다. 그러한 관계 속에서 각 사람마다 지닌 기질과 성향, 인품은 가족의 형태에 따라 생활  양식, 교육 방식의 차이로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는 서로 소통하고 싶으면서 서로 소통하고 싶지 않는 무의식적 거부반응을 가지고 있다. 특히 관계 안에서 반복된 상처를 거듭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진정한 소통이 어려울 수 있다. 웃자고 하는 말 중 이런 말이 있다. 「제일 키우기 어려운 닭은 무엇일까요? 관계」 웃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씁쓸한 마음이 스며든다.
모든 사람들에게 존재하는 ‘마음의 씨’는 자신의 역린(逆鱗)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건들어지는 순간, 그 싹을 틔우지 못하게 된다. '역린(逆鱗)'은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이라는 뜻이다. '건드려서는 안 될 약점을 건들여 상대방의 분노를 사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그것을 자신의 성장으로 받아들인다면 그 씨앗이 얼마나 많은 열매를 맺을지는 그 누구도 모를 일이다. 아프지만 겪어야 하는 고통이 있다면 받아들이는 연습도 필요하다.

모든 과일의 씨는 좋은 환경에서만 열매를 맺지 않는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란 시를 봐도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잘 견뎌내고 이겨내는 사람들만이 느끼는 통쾌함, 삶의 참 기쁨이 존재한다. 견뎌내는 동안은 많이 아프고 우울하고 좌절하고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날들이 있다. 견뎌내는 기간이 짧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아주 긴 세월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이유는 실오라기와 같은 희망의 빛줄기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씨앗’를 틔우기 위해서는 좋은 토양, 적당한 햇빛, 적절한 물 등의 환경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무엇이 필요한가? 좋은 대상이 꼭 있어야 한다. 좋은 대상은 단지 먹을 것을 주는 외적 대상이 아닌 내적 대상으로 자신의 성장을 돕는 사람도 필요하다. 또한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대상도 필요하다. 그것을 ‘거울대상’이라고 한다. 자기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특히 자신이 경멸할 정도로 싫어하는 행동) 느끼는 적대감을 통해 자기를 탐색하고 성장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그런 과정들을 통해 튼실한 열매를 충분히 맺을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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