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의 두 번째 시집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가 민음사를 통해 출간됐다.
손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가 민음사를 통해 출간됐다.

첫 시집 '양파공동체'로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손미의 두 번째 시집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가 '민음의 시' 256번 째 시집으로 출간됐다.

개성있는 시 세계와 독보적인 문체로 입지를 굳혀 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사랑과 작별, 순환과 삶 등 추상적인 감각을 단단한 이미지로 구축시켜 내보인다. 특유의 날카롭고 예민한 감성도 여전하다.

도입으로 독자에게 충격을 선사하는 시 '돌 저글링'에서 시인은 욕조를 공간 삼아 사랑에 대한 질문과 답을 도출한다. 질문도 답도 쉽게 오류가 범해진다. 이 시를 통해 독자는 시와 시집의 제목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공간적 환상을 경험 할 수 있다.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 다시 사랑하는 게 별 수 없이 반복되듯 살고 죽고 다시 태어나는 것도 반복된다.' 시인은 이 세계관을 시집 전체에 적용한다.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며, 다시 출근을 하는 모습도 마찬가지. 그저 순환을 위한 출발지점은 구분되기 어렵다. 어디가 출발점이고 도착점인지 불분명한 채 그저 순환하기 위해 살아낸다. 시인은 이 모습을 '대관람차'로 연상시킨다.

시인 특유의 어둡고 건조한 문체는 고통의 생경함을 더욱 절실히 전달시킨다. 그의 붓은 따끈한 살점을 모두 덜어낸 해골의 모양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만큼 담백하다. 시집 내내 반복되는 고통 속에서도 시의 화자는 과잉이 없고 그저 감각만이 선명하다.

그에게 고통은 무얼까. 시인은 기어이 '고통을 받아 적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군다.

내가 만져서
물이 아프다
깜빡깜빡 불이 꺼진다
몸을 씻을 때
등을 톡톡 치는 물방울
거기 누가 들어 있나
맥박이 뛰어서
두드리며
이름을 불러서
끌려나오는
모든 물이 아프다
- '물의 이름' 中

나는 애인을 만지는 언니를 만진다
돌멩이가 떨어진다
서로에게
저를 던지면서
충돌한다
우리는 다 저기서 떨어졌으니까
어차피 하나였으니까
오늘은 가지 마요 언니
살점이 떨어져도
사랑은 해야 하니까
가까이,
제일 가까이 있어요
- '돌 저글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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