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세이는 그의 등을 다독거렸다. 그리고는 꼴레뜨네프의 얇은 두 볼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꼴레뜨네프의 얼굴은 비애로 번들거렸다. 그는 종아리를 맞는 아이처럼 선처를 갈망하는 눈으로 알렉세이를 올려다봤다.

알렉세이는 허리를 굽혀 무릎을 꿇고 있던 그를 끓어 안고 볼에 자신의 볼을 가져가 비볐다.

사랑한다. 꼴레뜨네프

그제야 꼴레뜨네프가 숨을 돌렸다. 그는 다시 알렉세이의 발에 엎드려 어깨를 떨었다. 그 때였다. 알렉세이는 다른 손으로 테이블 밑에 숨겨 둔 권총을 뽑아 꼴레뜨네프의 정수리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의 정수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상상치도 못했던 일이었다. 눈알이 망막을 뚫고 골속으로 들어가 박히는 통증을 느꼈다.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꼴레뜨네프는 그 자리에 말없이 꼬꾸라졌다. 그리고는 흉측하게 부서진 얼굴을 드러내며 서서히 몸을 마룻바닥에 누였다. 실탄은 그의 정수리를 뚫고 들어가 아래턱을 날려 버렸다. 또 그것은 앞가슴을 헤집고 들어가 내장 깊숙이 가시같이 박혔다. 그의 허물어진 얼굴에서는 선홍빛 핏덩이가 울컥 울컥 솟아올랐다.

나는 굳었던 몸이 툭하는 소리를 내며 부러질 것같이 놀랐다.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죽음의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알렉세이는 다시 권총을 들어 나를 겨냥했다. 그의 눈 속에는 숨막히는 잔인함이 숨어 있었다. 금방이라도 나를 향해 방아쇠를 당길 기세였다. 총구를 벗어난 실탄이 내 심장을 관통할 것이란 불안감이 거인처럼 성큼 다가섰다.

나는 조심스럽게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 쪽으로 손을 옮겨갔다.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었다.

알렉세이는 그제야 총구를 서서히 낮추며 권총을 테이블 위에 던졌다. 그는 여전히 얼음 같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미간을 세로로 자른 주름이 또렷이 보였다. 침잠한 분위기가 우리 모두를 삼켜 버릴 듯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숨을 죽였다. 한 마리의 파리만 윙윙거리며 날아 다녔다.

미안하오, 기다리고 있었소.”

그는 나직하게 말을 내뱉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뜻입니까?”

그는 나를 등지고 돌아서서 작은 돌로 모자이크한 벽화를 뚫어지게 올려다봤다. 무슨 깊은 생각에 잠긴 사람처럼 말이 없었다.

나는 지금이 그를 처치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며 허리춤에 꽂고 있던 권총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자물쇠를 푼 다음 권총을 받쳐 들었다. 숨을 죽였다. 알렉세이가 조금이라도 수상한 행동을 한다면 그대로 머리통을 날려 버리겠다고 생각했다.

쏘시오. 뭘 망설이고 있소.”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순식간에 팔이 떨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그의 후두부를 향해 방아쇠를 당길 수 없었다.

당신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 하지만 그것은 오해야.”

“.......”

김 선생은 살아 있소.”

무슨 개수작을 부리려는 거야?”

수작이 아니야. 김은 정말 살아 있다니까.”

그는 움직이는 무대 위에 홀로 선 연주자같이 아주 서서히 걸음을 옮기며 2층 계단으로 올랐다.

움직이지 마. 나는 당신의 속셈을 알고 있어.”

나는 다급히 알렉세이의 말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그는 나의 이런 명령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발을 끌며 계단을 올랐다.

수일 내에 만날 수 있을 거요.”

뭐라고? 수일 내에 만날 수 있다고?”

그렇소. 며칠 후면 분명히 만날 수 있을 거요. 장담하지.”

그렇다면 사체 옆에 버려져 있던 목걸이는?”

꼴레뜨네프가 일을 꾸민 거였소. 알리에크를 살해 한 것도…….”

뭐야? 꼴레뜨네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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