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70] 협치는 사라지고, 동물국회 재등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이후 첫 방송 대담에 출연해 2년간 국정운영과 집권 3년차 구상을 제시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이후 첫 방송 대담에 출연해 2년간 국정운영과 집권 3년차 구상을 제시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10일) 취임 2주년을 맞습니다. 국정농단의 소용돌이와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정부가 집권 3년차에 들어섰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이 먼저다’는 슬로건으로 국민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 선서에서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고 약속했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꼭 2년이 흘렀습니다. 정치권 대립은 극렬해졌고, 이념 대결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협치는 실종됐고, 국회에선 ‘동물국회’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100명에 달하는 국회의원들이 검찰에 고발됐습니다. 사회통합이나 국민통합은 요원해 보이는 오늘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첫해 ‘한반도 평화’를 화두로 진전된 성과를 냈습니다. 지난해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전쟁의 위협은 크게 줄었습니다. 개성에는 남북 연락사무소가 설치됐고, 이산가족 상봉도 이루어졌습니다.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은 평화 무드에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80%대를 오르내렸습니다.

하지만 올 들어 외교 안보 상황도 꼬이고 있습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노딜’을 신호탄으로 한반도 정세는 급변했습니다. 남북 철도 연결은 중단됐고, 4.27남북 정상회담 1주년 기념행사에 양 정상은 모두 불참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약속했던 서울 답방도, 4차 남북 정상회담 제안에도 감감 무소식입니다. 급기야 지난 4일에 이어 9일 발사체인지, 미사일인지 모를 잇따른 무력시위에 나섰습니다. 그 바람에 오늘 오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예정했던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도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1년 만에 반 토막 났습니다. 그렇더라도 역대 대통령에 비하면 높은 지지율입니다. 아직까지는 이 정부를 ‘믿어보자’는 여론이 남아있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그래도 경제상황이 어려운 와중에 정쟁과 안보 불안이 계속된다면, 국민들의 신뢰는 인내하기 어려울 겁니다. 더구나 내년에는 문재인 정부의 남은 국정운영 명운이 걸린 총선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앞에 내건 문 대통령 취임 2주년 현수막.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앞에 내건 문 대통령 취임 2주년 현수막.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문 대통령 지지도에 힘입어 압승했습니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은 물론, 지방의회까지 독식했습니다. 대선과 총선에 이어 3연승이라는데요. 내년 총선에도 ‘블루윈드(Blue Wind)’가 불 것으로 예상하는 국민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문 대통령은 취임 초 언론과 소통을 약속했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 브리핑을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공식 기자회견은 단 세 번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가짜뉴스’가 양산되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표합니다. 언론과 소통이 적어지면서 가짜뉴스가 넘쳐나고, 정치권은 가짜뉴스를 국론 분열의 도구로 변질시키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어제(9일) 밤 취임 후 처음으로 방송 대담에 출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패스트트랙 문제처럼 당장 풀기 어려운 것으로 (만남이)곤란하다면 남북문제와 식량지원 문제에 국한해서 회동할 수도 있다”며 여야 대표와 회동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사회 통합과 국민 통합을 위해서 사법개혁도 중요하고, 언론개혁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정작 정치개혁을 이루어내지 못하면 ‘사람이 먼저’도, ‘정의로운 전진’도 허공의 메아리일 뿐입니다. 취임 2주년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께 축하와 더불어 적극적인 협치를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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