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정책, 당연한 것으로 만들겠다”

지난 29일 대전시청에서 만난 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

“내년쯤 달라진 대전시 성인지 정책을 시민들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반평생 ‘시민운동가’로 살아온 김경희 전 대전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의 포부다. 그는 요즘 시민운동가가 아닌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이라는 직함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페미니즘’을 보여주기식 액세서리 정도로 여겨선 안된다”고 주창해 왔던 그였다. 과거 비판의 대상이었던 ‘정책’을 이제 스스로 설계하고 집행하는 일을 맡게 된 것이다.  

전문성을 지닌 시민단체 출신이라는 ‘기대’와 허태정 대전시장의 코드인사라는 ‘우려’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김경희 대전시 성인지정책담당관을 <디트뉴스>가 만났다.  

김경희 담당관은 본인이 허태정 시장의 ‘선거공신’ 이라는 논란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의 공직 임용에 대해 선거공신 기용이니, 시민단체 코드인사니 하는 온갖 뒷말이 무성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적이 없다. 내가 허 시장의 선거공신이라는 비판은 사실관계를 잘 못 이해한 데서 비롯됐다. 시장에게 정책제안을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김경희 개인의 제안이 아니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1년 같은 한 달을 보냈다”는 그에게 성인지정책담당관에 대해 물었다. 올 초 신설된 자리인 만큼, 공직사회 내부에서조차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전시는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규정하고 일부 ‘여성정책’을 통해 폭력 피해 여성 지원, 사회참여 기회 확대 등 보완적 차원의 정책을 펼쳐왔다. 성인지정책담당관은 특정인에 대한 여성정책을 넘어 대전시 정책 전반의 성별 간 차이를 줄이겠다는 ‘성주류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담당관은 “성주류화를 실현하기 위해 대전시 주요 정책의 중·장기적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정책지표를 관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인지’라는 표현이 담긴 직제가 신설되며 조직 내에 “왜?”라는 질문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성인지감수성, 성희롱 등 관련 교육이 성과지표(BSC)에 포함된다. 이전에는 조직 내에 이 교육들을 ‘왜 하느냐’라는 질문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이런 질문이 사라지고 당연히 하는 것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오랜 기간 대전에서 시민단체 활동, 특히 여성을 위한 목소리를 내왔던 김 담당관은 대전시 여성정책 중 보편적 여성에 대한 정책이 결여됐다고 진단했다.

“대전시는 다문화여성, 폭력피해여성, 한부모 여성 등 약자라고 지칭되는 여성에 대한 예산만을 편성해 왔다. 보편적 여성, 즉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을 위한 정책이 빠져있었다.”

김 담당관은 여성들이 느끼는 일상적 차별인 노동문제에서 여성차별을 줄이기 위해 여성들이 ‘돌봄’에서 해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상에서의 차별과 맞물리는 여성의 노동문제를 지역 안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보니 ‘돌봄’에 집중하게 됐다. 최근 행안부 프로젝트에 공모해 ‘ONESTOP 돌봄센터’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데, 짧은 시간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1차는 통과한 상태다. 시장님도 ‘대전형 돌봄서비스’를 요구하고 있고 저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업이 선정돼 본격 추진된다면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경직된 공무원 조직의 의사결정 방식에서 벗어나 성인지 정책을 ‘시민참여형’으로 탈바꿈하겠다는 포부도 제시했다. 

김경희 담당관은 “그동안 대전시 여성정책이 행정 주도 정책이었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하고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할 것”이라며 “특히 여성과 남성의 고른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세대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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