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며칠간 막장 국회, 동물 국회의 모습이 TV를 통해 전 국민들에게 생중계되고 있다. 선거법 개정, 공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그리고 검경 수사권조정 등의 법안처리와 관련하여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여야 4당이 합의하여 패스트트랙에 따라 법안을 처리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결사적으로 막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자유한국당은 광화문에서 정권타도를 외치는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고 있다.

불법과 편법, 몸싸움과 막말, 그리고 고소와 고발이 남발되는 상황을 언론들이 그대로 받아 중계하면서 투쟁과 갈등의 장면만을 보여주고 있다. 여야 모두에 대한 비판을 통해 양비론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관련 법안의 내용에 대한 토론과 논의는 뒤로 미룬 채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혐오감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물론 언론의 역할 가운데 정보의 신속한 전달이라는 기능이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특정 사안에 대한 이성적 논의와 토론을 통해 대안에 대한 합리적 평가와 비판을 제시하는 것도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패스트트랙을 통한 법안 처리가 합당하고 합법적인 절차인지에 논의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부분은 현재 양측에서 충분하고 넘치게 자기들 입장을 개진하고 있기 때문에 패스트트랙에 올린 법안의 내용이 무엇이고, 과연 이것이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에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의 뜻이 정치과정과 시스템에 정확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소선거구제를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국민의 뜻이 온전히 의석에 반영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원리에 어긋난다. 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의석수에 반영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민의의 왜곡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현행 선거제도를 통해 의석을 초과 확보하고 있으며,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국민의 지지에 비해 훨씬 적은 의석을 보유하고 있다. 즉 거대 정당이 부당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잘못된 것이고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하며, 내년의 총선에서는 국민의 뜻이 충실히 반영된 선거제도를 통해 국회의원 선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 2015년에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이번에 패스트트랙을 통해 제출된 선거법은 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중간 단계로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3:1로 하여 각각 225명과 75명으로 정해 정당지지도를 상당히 반영하도록 했다.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현행 제도보다 국민의 뜻이 충실히 반영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 제도를 반대하는 한국당은 개혁과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퇴행적이고 수구적 자세에 불과하다.

둘째, 민주공화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의 필수적 원리이며, 삼권분립 원칙도 이에서 파생된 것이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청와대, 국회, 행정부, 사법부의 고위직에 있는 공무원들의 권력남용이 매우 심각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법치라는 이름으로 힘없는 국민에게 엄격했던 법의 잣대가 고위직 공무원에게는 한 없이 무디게 작동되었던 것이다. 고위직 공무원의 부패구조를 끊어 내지 않고서는 우리의 민주주의는 후진적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대표적 사례이지만 역대 정부에서 청와대가 얼마나 무소불위의 권한을 불법적으로 행사하였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견제 받지 않은 권력기관인 국회의원의 일탈과 비리가 자주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을 단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자주 보아 왔다. 사법농단 사건을 통해 보듯이 정치화된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있다.

검사는 국가를 대신하여 불의를 단죄하고 국민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소명을 갖고 있는 공무원이다. 그러나 그동안 이들이 보여 온 행태는 권력의 주구로서 국민보다는 권력자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여 스스로 정치검찰로 변모되곤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사회 정의를 구현해야 할 검사들이 각종 대형 비리사건에 연루되고 있지만 검사들의 제 식구 감싸기로 인해 법망을 피해나가고 있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검찰 권한을 분산하고, 권력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고, 투명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뒷받침이 공수처의 설치이고, 검경수사권 조정이다. 공수처 법안이 통과되면 7000여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들이 감시의 대상이 된다. 이 제도를 통해 우리의 국가투명도가 한 단계 상승할 수 있을 것이며, 부패와 부정의 사슬을 상당히 끊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촛불정부를 탄생시킨 국민들의 여망이며,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공약이기도 하다.

실제 입법과정에서 수사는 하되 기소할 수 없는 대상을 늘려 공수처의 권한이 상당히 축소되었다. 기소 대상이 판사와 검사, 그리고 경찰직 고위직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미흡하더라도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한 수저에 배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 설치로 인해 검찰의 권한이 상당히 축소되어, 이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이제 검찰, 공수처, 그리고 경찰 등이 상호견제하면서 국민들의 인권을 수호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부정과 부패를 척결할 수 있을 것이다.

패스트트랙은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보장된 합법적 절차이다. 한국당에서는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으니 무효이고 불법이라 한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은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을 경우에 의안을 처리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다. 그것도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주도적으로 만든 제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패스트트랙은 논의의 종결이 아니라 논의를 강제화 하는 것이다.

이번 충돌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쏟아낸 막말이 무척 많다. 그 중에서도 압권이 이 지역을 대표하는 정용기 국회의원의 말이다. 패스트트랙이 김일성의 유훈을 조선반도에 실현해서 고려연방제를 하겠다는 거 아니냐고 했다. 무서운 상상력이다.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홍위병을 대거 국회에 진입시켜 '좌파독재'를 연장할 궁리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제1야당의 대표와 정책위 의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시대착오적인 색깔 논리를 갖고 국민들을 설득하고자 하는지 한심하다.

지난 28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4월 정례조사 결과는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패스트트랙에 대해 국민들의 53%가 찬성하고 있으며, 반대는 36%에 그치고 있다.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절대다수인 77%가 찬성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48%가 찬성하고 있으며, 반대는 40%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또는 KSOI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선거제 개편과 공수처 신설, 그리고 검경수사권 조정은 국가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통해 인권을 보호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모든 국민은 지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치 수준을 갖는다. 다음 선거에서 표를 통해 우리 국민의 수준에 맞는 정치를 만드는 것이 시대와 역사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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