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진 작가 신간 '사랑의 이해' 책 표지
민음사를 통해 출간된 이혁진 작가 신작 '사랑의 이해' 책 표지

은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네 남녀의 언쿨(un-cool)하고 발칙한, 속물적이고 사실적인 사내 연애를 다룬 '사랑의 이해'가 민음사를 통해 출간됐다.

데뷔작 '누운 배'를 통해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이혁진의 신간 '사랑의 이해'는 회사라는 조직으로 표상되는 계급 형상이 우리 인생과 사랑의 영역을 어떻게 구획 짓고 행로를 변화시키는 지 소묘하는 연애 소설이다.

줄거리는 옆자리 안수영 주임을 좋아하는 하상수 계장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던 중 수영이 청원경찰 종현과 호감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사실을 눈치챈 상수는 수영을 향한 마음을 접고 능력 있는 상사 박미경 대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서서히 가까워진다. 한편 종현이 연거푸 경찰 시험에 떨어지며 둘 사이에는 미세한 불화의 조짐이 싹트고, 상수는 자신을 압도하는 미경에게 자격지심과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 스스로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하며 극은 진행된다.

작품은 연봉, 집안, 자동차 등 누군가에겐 스펙이고 누군가에겐 자격지심의 원천인 '자본'이 사랑과 이해, 욕망이라는 감정선 아래서 헤매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소설의 표면은 방황하는 연인의 연애담이지만 그 이면은 열등감, 자존심, 질투 등 사랑을 기반으로 한 감정들의 재발견으로 가득하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데뷔작을 통해 '회사'를 날카롭게 관통해 낸 작가인 만큼 또 한 편의 사회파 소설로 한국 사회의 숨겨진 병폐가 드러나길 기대했던 독자들에게 이번 작품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연애를 "감정과 자본, 이미지와 실체, 욕망과 욕망이 충돌하는 총탄 없는 전쟁터"로 비유하면서 연애할 때의 가장 헐벗은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날카로운 필체를 가진 이혁진 작가 표 로맨스는 어떤 형상으로 전개될 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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