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친중 정부를 수립하겠다는 음모가 숨어있다는 얘기야. 북한 내부의 권력체계가 붕괴되면 소란스런 틈을 이용하여 국경선에 배치된 병력을 대거 북한 내부에 침투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그래서요?”

물론 대외적으로는 북한 고위층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형식을 빌겠지. 그렇지 않다면 구호조건을 내세우거나. 아무튼 중국은 북한 내부에 들어가 권력 핵심부를 장악하고 자연스럽게 친중 정부를 수립한다는 계산이지.”

북한 내부의 반항이 있다면?”

그러면 기존의 권력 핵심을 제거하고 북한 내 친중세력인 연안파를 옹립할 수도 있다는 얘기지. 그가 누구든 중국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거세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일 거야. 아마도.”

그럼 미국 등 다른 열강들은?”

나는 돌팔매질을 하듯 질문을 던졌다.

그들도 마찬가지야. 미국만 봐도 그래. 미국은 현재 블라디보스토크 항에 미함대를 상주 시키고 있어. 명분은 러시아와 군사협력 차원이지만 실제는 북한 내부에 심각한 권력의 이완현상이 빚어질 경우 이들이 나설 수도 있다는 가정이 가능한 셈이지. 북한 권력 핵심부에 공백이 생긴다면 즉시 유엔 평화유지군이나 국가 대 국가 지원이란 명분으로 국경을 넘어설지도 모를 일이야. 종국에는 북한을 친미 국가로 만드는 거지. 2차 세계대전 후 한국을 지원한 것처럼 말이야. 친미국가가 수립되면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봐야하지 않겠어.”

그렇다면 러시아는?”

러시아는 입장이 약간 다르다고 보네. 반세기동안 동반자의 자리를 굳혀온 북한이 경제적으로 몰락하는 것을 바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런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그들의 속사정일 거야. 러시아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만 핵을 미끼로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잡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 물론 공식표명을 통해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

과거 소련 체제로 있을 때는 미국을 견제하는 대상이 자기들밖에 없다고 믿어왔으나 소련 체제가 붕괴되면서 자신들이 결코 미국의 견제세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따라서 북한이 미국의 신경을 건드리면 러시아는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앞장서는 반면 자신들의 국익을 챙기는 거지. 러시아의 플루토늄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가거나 혹은 들어갔을 가능성이 큰데도 러시아가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적당하게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거야.”

그렇다면 한반도의 통일은 앞으로 요원할 지도 모른다는 얘기군요.”

“........”

북한의 권력층이 무너지면 한국이 이런 호기를 이용하여 흡수통일 할 수 있다는 가정이 많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런 것은 막연한 꿈일 수밖에 없군요. 강대국들이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란 계산에서 본다면…….”

그것뿐만이 아니야. 러시아는 경제적 어려움을 무기판매를 통해 충당해야 하는 현실이 가로놓여 있어. 이들의 무기판매가 동북아시아의 안보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

이런 복잡 미묘한 국제정세의 틈바구니에 김 선생이 본의 아니게 끼어든 거야. 정확히 왜 무엇 때문에 끼어들었는지 그것은 알 수 없지만. 그런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아.”

“.........”

어느새 차창 밖은 눈부셨던 햇살이 밀려가고 회색빛 먹구름으로 뒤덮이고 있었다. 빗방울이 차창에 부딪쳐 점점이 풍경을 확대시켰다. 아내의 얼굴이 동그란 물방울 속에 들여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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