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137]
탈북자 [137]
  • 이광희
  • 승인 2019.03.2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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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은 훈련도중 다리를 다쳐 절룩거립니다만 모두들 러시아가 자랑하는 특수부대 출신들이랍니다. 정예의 용사들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저주의 사자들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대단한 친구들입니다. 맨 손으로도 사람의 내장을 도려낼 정도로 훈련을 받은 아이들이지요. 작은 칼 하나만 쥐어 주면 사람을 형체도 없이 산산이 부수어 버리는 괴력의 사내들이지요. 저들이 이 별장을 경호하고 있으니까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거지요. 저들이 내 주변에 있는 이상 나는 건제할 겁니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조용조용 말을 뇌까렸다.

나는 속으로 러시아 특수부대 출신’ ‘정예의 용사’ ‘저주의 사자같은 단어를 되뇌며 술잔을 들이켰다.

 

나 선배와 나는 해가 기울 때쯤 알렉세이의 농장을 나왔다.

술기운이 얼굴에 화기를 끼얹었다.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취기가 차오르지는 않았지만 낮술인 탓에 코끝으로 열기가 풍풍 새어 나왔다.

우리를 태운 승용차는 도로를 따라 쏜살같이 내달렸다.

나는 알렉세이가 한말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이들이 채린의 실종과 러시아의 무기판매가 서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지 알 수 없었다.

아내의 실종과 무기거래가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는것 같던데. 제가 알지 못하는 또다른 일이 있다는 말입니까?”

“.......”

그는 굳게 입을 다물고 희미한 눈동자로 포로를 주시했다.

이해가 안되요. 왜 그런 일이…….”

김 선생이 실종된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거야.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오랫동안 생각을 해봤지만 쉽게 풀리지 않아. 다만 김 선생이 북한의 무기 구입에 개입됐거나, 혹은 그들이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왜요?”

북한이 러시아 군부를 통해 극비무기의 반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첩보가 수개월 전부터 이곳 정보통들에게서 흘러나왔었지. 그리고는 한동안 잠잠했어. 그러다 김 선생이 실종된 직후부터 다시 그런 첩보가 밑도 끝도 없이 흘러나오고 있거든. 이런 것으로 미루어 무슨 관계가 있을 거란 얘기지. 아직은 첩보수준에 불과한 일이지만…….”

“..........”

알렉세이의 말대로 러시아 군부는 무기 매매에 혈안이 되어 있어. 돈만 된다면 어떤 무기도 팔 수 있다고 말하는 입장이지. 반면 북한은 러시아의 이런 국내 상황을 이용해 그들이 구입하기 힘든 극비무기를 구입하려하고 있는 거지. 붕괴직전의 체제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셈이야. 그러다 보니 북한 측이 러시아 야전군과 거래를 트고 있는 중국계마피아와 내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네.”

중국계 마피아와?”

피살된 김 진식이 그런 일을 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박 인석이란 놈 말이야. 그가 백합이란 작자와 거래를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물론 그는 학교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았겠지만 …….”

백합, 학교?”

백합은 미스터리 인물이고, 학교는 지금까지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는 북한 공작조직이야. 김이 피살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거야. 가벼운 공작을 수행했다면 김을 제3국으로 띄우거나 아니면 본국으로 송환하면 그만이지. 그런데 그의 신분이 드러났다는 것만으로 그를 살해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으니까 말이야.”

“........”

북한이 판단할 때 김 진식 아니 박 인석은 대단히 중요한 일을 수행했고 또 그것은 극비리에 이루어 져야할 일일 수도 있지. 그것이 발설될 경우 체제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가 있다는 분석에서 그를 살해했을 것이란 생각이 드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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