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136]
탈북자 [136]
  • 이광희
  • 승인 2019.03.25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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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공할 만한 위력을 지닌 무기라니요?”

그는 말을 멈추고 자신의 생각을 다시 정리하고 있었다. 자신이 본의 아니게 너무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고 말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핵?”

“.........”

하지만 나는 여기서 말꼬리를 놓칠 수가 없었다.

핵무기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깁니까?”

그는 딸기주스로 목을 축이며 말이 없었다.

아니면 핵 원료. 플루토늄 같은?”

그는 봉합한 듯 입을 굳게 다물었다. 더 이상 깊은 얘기에 대해서는 묻지 말아 달라는 눈치였다.

제 아내의 실종이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만 무기거래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거지요. 3국으로 들어가는......”

3국으로 들어가는?”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논리는 억지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 문학을 배우기 위해 이곳에 온 아내가 북한의 무기구입에 끼어들었다는 말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가정은 아무리 생각을 되씹어도 성립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 선배는 내 생각과 달리 알렉세이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었다. 그는 채린의 실종과 러시아의 무기판매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나는 채린의 실종에 내가 모르는 어떤 일이 내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다시 알렉세이에게 보다 구체적인 것을 묻기 위해 기회를 기다렸다. 하지만 꼴레뜨네프는 알렉세이의 눈치를 감지했는지 화제를 돌렸다. 그는 좌중의 흥미를 끌만한 여자와 술에 대한 얘기로 화제를 삼았다

러시아 사람들은 유독 술을 좋아하지요. 석회질이 많이 섞인 물보다 술을 통해 수분을 섭취한다는 편이 더 맞을 겁니다. 아무튼 러시아 사람들은 보드카와 코냑, 그리고 크와스가 없으면 식사를 못할 지경이니까요. 이 때문에 남자들의 상당수가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는 우리의 눈을 주시하며 말을 계속했다.

소련시절 얘기가 생각납니다. 브레즈네프 시대의 얘기지요. 브레즈네프는 주정뱅이로 인해 국가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혼율이 증가한다는 생각에서 한때 술생산량을 대폭 감소시킨 적이 있지요. 술값도 크게 인상시키고. 그러자 생산성이 늘기는커녕 도리어 능률이 감퇴 됐으며 이혼율도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였지요. 그것이 왜 이었겠습니까?”

그는 싱글거리며 입술에 침을 바르고 혼잣말을 하듯 계속했다.

노동자들이 매일같이 술에 취해 귀가를 할 때는 부인이 얼마나 뚱뚱한지 모르고 잠자리에 들곤 했지만 맨 정신으로 귀가해 보니 낯선 뚱보 아주머니가 잠자리에 들기를 청했다는 겁니다. 그토록 아름답던 아내가 어느새 뚱보아주머니가 됐더란 얘기지요. 그런 사실을 알고 잠자리에 들 수가 없었고 그 때문에 이혼율이 더욱 늘어났다는 말입니다.”

그의 말을 들은 알렉세이는 목젖이 보이도록 크게 웃었다. 의도적으로 웃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렉세이는 큰 소리로 술을 더 가져오라고 일렀다. 눈빛은 그대로였지만 얼굴빛이 다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러자 한 사내가 다리를 절룩거리며 술병을 들고 왔다. 그 사내는 건장한 체구에 벌어진 어깨가 돋보였다. 그는 알렉세이에게 정중하고도 절도 있게 인사를 하고 술병을 내려놓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날카로운 눈매를 홀긴 뒤 시선을 돌렸다. 나는 그 사내를 어디에선가 한 번쯤 보았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의 생김이 하나같이 키가 크고 윤곽이 뚜렷해 그들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많이 드세요. 우리아이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으니까 걱정 없습니다. 우리아이들이 어떤 녀석들인지 아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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