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135]
탈북자 [135]
  • 이광희
  • 승인 2019.03.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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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현재 처해있는 경제난을 극복하고, 군사무기와 일반생필품 생산을 복합적으로 이루고 있는 경제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기를 보다 많이 팔아야 할 형편이지요. 창피스러운 일이지만 러시아는 지금 배를 곯고 있답니다. 얼마 전에는 태평양 함대 소속 수병들이 집단으로 쓰러졌는데 그 원인이 웃지 못 할 얘기지만 영양실조였답니다. 대폭적인 예산삭감 때문이지요.”

나 선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극동함대의 주함정으로 활동했던 민스크 항공모함이 한국에 고철로 팔려가게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할 일이지요.”

나 역시 어느새 그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계속해서 나를 주시했다. 최면을 걸려는 마술사처럼 내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위압적이면서도 날카로웠다. 하지만 나는 그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쏠리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거칠면서도 단호한 성격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무기를 파는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무기판매 주체들의 갈등이지요. 공군은 공군대로 해군은 해군대로 또 육군은 그들대로 잉여무기를 판매하다보니 충돌이 심상찮게 빚어지고 있어요. 노후 장비를 판매키 위한 자체 조직을 만들어 운용하다 보니 서로 비슷한 무기를 들고 나서는 경우도 있고…….”

그는 신들린 사람처럼 입술이 마르도록 말을 토했다.

더욱이 예산확보에 보다 큰 비중을 두는 국방부와 각 군 고위직 들은 군수업체와 함께 무기 판매규제를 더욱 완화 하라고 아우성이지요. 반면 참모부는 외화 획득에 앞서 러시아의 안보 전략상 이익이 앞선다는 점을 들어 잠재적 안보 위협국들에게는 첨단 무기판매의 자제를 요청하고 있는 상태지요. 물론 관련규제의 강화도 주장하고요. 실제 중국에 Su-27 전투기 26대와 Mig-31 같은 첨단 병기를 판매할 때는 찬반이 엇갈렸어요. 러시아와 인접한 중국에 그런 무기를 판매할 경우 잠재적으로 위협요소가 된다는 것이 반대 입장이었지요. 하지만 단행을 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멀리 내다볼 여유를 주지 않았다는 얘기지요. 헝가리에 대한 무기 판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토 적극가입국인 헝가리에 무기를 판매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그러나 군부는 헝가리에 Mig-29 전투기 28대와 최신예 미사일S-30016억 달러에 제공했으니까요.”

나 선배는 남달리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자신의 신분상 대단히 유익한 정보를 맛보고 있었다. 그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군침을 삼키듯 그의 얘기를 뒷목 하나 없이 주워 담고 있었다. 그때였다. 알렉세이가 돌연 말머리를 돌려 채린의 실종에 대해 입을 열었다. 사실 이날 모임이 그녀의 실종에 대한 전반적이 정보의 교환에 의미가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귀를 바짝 세우고 그의 입을 주시했다.

김 채린씨의 실종도 무기의 판매체계와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다급히 물었다.

러시아 정부는 원칙적으로 대량의 살상무기나 그 부품을 팔지 않고 단순히 방어적인 재래식 무기를 팔도록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선 군부에서는 잉여장비 처분과 외화 획득에 집착한 나머지 판매해서는 안 돼 무기를 파는 경우도 있어요. 소총부터 파괴력이 강한 무기는 물론 가공할만한 위력을 지닌 무기들까지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까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는 무기수출 감독기구인 로스보오즈제니예를 설립했지만 이 또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요. 군영이 굶주리고 있는데 이런 기구가 감독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쓸데없는 기구만 확장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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