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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 이재호 화백, 서른다섯 번째 개인전에 부쳐
남강 이재호 화백, 서른다섯 번째 개인전에 부쳐
  • 이광희 대기자, 소설가
  • 승인 2019.03.07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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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대기자, 소설가

일출봉 봄

남강 이재호 화백이 서른다섯 번째 개인전을 연다. 이 화백은 이번 전시회를 열면서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길”이라고 소개했다.

예순 여섯 해를 뒤로하고 다시 첫걸음을 내딛는 기분으로 가는 길이란다. 화보 표지에 쓴 글에는 이 화백의 비장한 각오마저 묻어난다. 얼마나 대단한 각오를 하였기에 이리도 ‘새롭게 가는 길’을 강조한 것일까.

전시회 속을 들여다보면 그 의미하는 바를 읽을 수 있다. 그간 이재호 화백이 걸어온 길은 철저한 실경산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실경산수란 보이는 대로 그려내는 것이기에 그의 작품은 복잡하지 않다. 그냥 보면 된다. 편하게 감상하고 느끼면 된다.

변상형 교수(한남대)는 “남강의 산수는 누가 들여다보고 감상해도 굳이 꾸미거나 더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실경의 고졸미(高拙美)가 있다”고 했다. 말은 고졸하지만 실제는 세련되고 화려하다. 흔히 접하는 한국화에서 보는 무거움 과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다.

도리어 경쾌하다.

조금은 여린 선과 정교하지는 않지만 세련된 붓끝이 현대인의 내면을 터치 한다. 또 색의 당당함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연을 표현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화려한 색상이 채색된 산수화는 잘생긴 아녀자의 입술만큼이나 가슴 두근거리게 한다. 선의 유려함은 바람난 갈대를 연상시킨다.

이런 모습을 변교수는 “이재호 실경산수의 매력은 크게 자신의 기량을 자랑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자연의 아름다운 본질을 꿰뚫어보려는 의도에 있기에 굳이 화려한 필법과 준법을 다하지 않았다.

힘이 있고 감동이 있다. 그러하기에 남강은 수묵 전통적 방법을 고수하면서도 한국화의 틀에 매여 있지 않다. 현대적 화면구성의 과감한 면모도 갖고 있다”고 표현했다. 

사진 소도300
소도300

 

물론 이번 전시회에 내걸리는 작품도 근원적으로 실경을 바탕으로 한다. 다만 성정이 좀 다르다.

한마디로 잘 익은 술 같다.

마시고는 가도 지고는 갈 수 없는....그래서 더욱 보고 싶은.

전체적으로 검은 묵의 내면에서 흘러넘치는 향기가 이전보다 더욱 짙게 배어난다.

짙은 듯 엷고, 무거운 듯 하면 바람처럼 가볍다.

가을날 바람 이는 갈대밭의 한가운데 선 기분을 느끼게 한다.

보는 이의 마음을 뒤 흔든다.

작품 ‘소도 300’ 등에서 보이는 헝클어진 갈대밭 풍광은 보는 이를 몸서리치게 한다.

멀리 보이는 뭍을 배경으로 촘촘하게 뿌리를 내리고 선 갈대.

그들은 어찌 보면 거친 세상을 숨차게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죽기 살기로 살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

그 내면을 묵이라고 하는 진한 향기로 담아낸 것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작품 산촌(山村)에서는 나무와 숲과 푸지게 뿌리내린 대나무들의 어울림이 조화롭다. 흐린 듯 진하고 묽은 듯 밝다.

숱한 삶의 이야기가 숲속에 숨어있다.

이 화백의 연륜이 곳곳에 묻어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소도302
소도302

작품에 소도(小島)로 이름지어진 공간은 이화백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이다. 그 것은 현실속의 공간일 수 있고 몽환의 세계 일 수도 있다.

섬이 있고 짙푸르게 우거진 나무가 있고 바위가 있다.

각양각색으로 살아가는 인간도 있다.

그들은 검은 창문을 빠끔하게 열고 있는 집안에 있다.

이들 소재가 말해주듯이 일상적인 풍광이다.

하지만 이 화백의 붓끝을 통해 그려진 작품은 전혀 일상적이지 않다.

도리어 비범한 풍광이다.

한번쯤은 보고 싶고 그 속에 들어가고 싶은 그래서 행복해지고 싶은 그런 풍경이다.

이번 전시회가 돋보이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정(靜)
정(靜)

특히 ‘숲’, ‘정(靜)’ 으로 이름지어진 작품은 묵향의 압권이다.

그동안 이화백의 작품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구도여서 더 돋보인다.

수직으로 배치된 묵의 농담이 보는 이를 장쾌하게 만든다.

이토록 단순한 구도로 심성내면의 세계를 도열시키는 능력은 무엇에서 나오는 것일까.

천 길을 내리꽂은 수직의 묘미일까, 하늘 높이 솟구친 절정의 오르가즘인가.

좁은 여백의 사이로 걸어 들어가면 아마도 우리가 그토록 갈구했던 이상향이 숨어 있으리라.

가슴 두근거린다.

힘차고 거칠며 한편 따뜻하고 부드럽다.

등짝이 오싹한 한기마저 느껴진다.

이런 작품을 그려낸 뱃심은 아마도 말술이 아닐까.

두주불사의 식성과 큰 사찰의 중간기둥 같은 이 화백의 힘이리라.

주변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천성도 한몫을 한다고 믿어진다.

이 화백은 전시회를 맞으며 “66년동안 가족을 비롯한 친지, 스승, 선배, 동료, 후배, 제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지만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다”고 했다.

그는 “남은 화가 인생에 새로운 시작을 하고자 이번 전시를 연다”고 밝혔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가슴속에 항상 푸른 숲과 풍요로운 들길을 만들 수 있다는 밝은 미래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또 “항상 따뜻한 마음을 갖고 사는 것이 그간에 베풀어 주신 사랑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평소 성품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화백은 대전출신으로 한남대 미대학장을 역임했으며 84년 이재호 한국화전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34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부스전 9회, 국제전 62회 단체전 400회 등 참 부지런히 작품전을 열었다.

정수미술대전 초대작가상, 대전시 문화상, 예총예술인대상 등 다수를 수상했으며 대전시 미술협회지회장, 예총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남대 명예교수로 있다.

이 화백의 전시회는 14일부터 20일까지 대전시 중구 대종로 우연갤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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