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냐가 어디에 있다고요?”

모릅니다. 전화가 도중에 끊겼어요. 그녀를 직접 찾아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도와주세요.”

어떻게 ?”

글쎄요. 아무튼 도와주세요. 극동대 교수. 따냐. 나이 29. 알 만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서라도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 봐 주세요. 나는 형님만 믿을게요.”

나는 엉거주춤하게 서 있던 야로슬라브를 앞세우고 곧장 극동대로 향했다.

 

극동대는 도심을 가로지른 언덕 위에 삐죽이 돋아나 있었다. 1백년의 세월을 버티어온 대학답지 않게 모든 건물들이 현대식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적갈색이나 백색의 타일로 장식된 건물들은 멋없이 우두커니 서서 멀리 도심을 내려다봤다. 이런 건물들은 전혀 정리되지 않은 잡초로 둘러싸여 있었다. , 괭이밥, 망초 꽃이 뒤섞인 덤불 속에는 한때 그 자리에 우뚝 솟아 있었을 벽돌건물의 잔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쓸 만한 벽돌은 공사판에서 주어간 탓에 보기 흉하고 사용이 불가능한 벽돌의 잔해만이 뒹굴었다.

나는 길옆에 차를 세우게 하고 동양학부 건물로 들어갔다. 어둠침침한 현관에는 손때 묻은 철제 바리게이트가 가로놓여 있었다. 그것은 이곳을 드나드는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바리게이트가 트여진 좁은 공간 옆에는 빠끔한 창문이 달려있었고 그곳으로 늙은 관리인이 눈알을 내밀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주시했다.

나는 건물로 올라간 뒤 3층을 가로 막고 있는 나무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 중간쯤에 약간 일그러진 식수통이 놓여 있었고 벽면마다 눈에 익지 않은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복도내부를 둘러보며 첫째 방문을 두드리고 있을 때 뒤를 막 따라 들어온 젊은 여자가 내게로 다가왔다. 그녀는 착 달라붙은 검은색 치마와 벽돌색 앙고라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어디를 찾아오셨습니까?”

그녀는 상냥한 말투로 물었다. 유달리 큰 눈에는 우수가 잔잔하게 고여 있었고 얼굴색은 너무 창백해 투명하게 보였다.

한국어과를 찾습니다.”

그러세요. 그러면 저를 따라오세요. 그런데 한국어과에 누구를 찾아오셨습니까?”

따냐.”

따냐 선생님은 지금 안계신데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혹시 김 채린 유학생의…….”

예 그렇습니다.”

! 그러시군요. 참으로 애석한 일입니다.”

그녀는 동정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나를 앞서 걷다가 복도 중간쯤에 난 작은 문을 열었다.

이리로 들어오세요. 여기가 한국어과 사무실 입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만나 뵐 수가 없습니다. 강의도 없고 또 약속이 안 된 상태라 다들 퇴근을 하셨거든요.”

나는 그녀가 안내하는 나무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몇 가지 일을 서둘러 처리한 뒤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단순히 따냐 선생님을 뵈러왔습니까. 아니면 학과에 다른 볼일이 있어서…….”

아닙니다. 따냐 선생님을 뵙기 위해서 왔습니다. 며칠간 뵙지 못했거든요.”

그러세요, 아직 잘 모르고 계시나 보군요. 따냐 선생님은 잠시 출장을 떠났습니다. 며칠 전에 떠났으니까 앞으로 3-4일은 더 있어야 돌아올 텐데요.”

멀리 가셨습니까?”

하바롭스크에 있는 대학에 자료를 구하기 위해 가셨습니다. 더 이상 자세한 것은 저도 잘 알지 못합니다. 부총장님 심부름으로 가셨으니까요.”

그곳 전화번호라도 알 수 있겠습니까?”

글쎄요, 한 번 찾아보기는 하지요. 그런데 왜 찾으시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녀는 족보 있는 개처럼 영리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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