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것은 만나서 말씀드릴께요. 전화로 깊은 얘기는 곤란합니다.”

“.........”

지금 기바리쏘워 지역으로 나오실 수 있겠어요, 저도 그 쪽으로 나갈 테니까요.”

기바리쏘워?”

기바리쏘워로 오시는 길은 간단하니까 걱정 마시고 고속도로에서 그 지역 들어가는 입구에 오시면 됩니다.”

예 기억하겠습니다.”

약속 시간은 오후 130.”

. 오후130분 기바리쏘워로 들어가는 도로변 …….”

! 한 가지 잊은 것이 있습니다. 이곳 사정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누구와도 이런 얘기를 나누어서는 안 됩니다. 매사에 신중해야 합니다. 차량은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이점 명심해야 합니다. 영사관에도 연락하지 마세요. 잘못 연락하면 복잡해집니다. 아시겠죠.”

전화가 끊겼다.

기바리쏘워, 오후130, 고속도로변.’

나는 수차 같은 말을 되새겼다. 뇌리에 상처를 남기듯 각인했다.

박 부장의 말이 옳아, 영사관에서 알게 되면 같이 가려 할 거야. 그렇게 된다면 문제가 복잡하게 얽힐 수 있지, 기바리쏘워 지역이 찾기가 곤란하지는 않을까. 택시를 타면 그만이야. 그곳에 채린이 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지.’

나는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다.

야로슬라브를 데려가면 문제가 없을 거야. 박 부장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를 데려가면 기바리쏘워를 찾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거야. 아니야, 그를 데려가면 도리어 문제가 복잡해질는지도 몰라. 그가 알렉세이에게 알린다면 …….’

나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야로슬라브를 떼놓고 가는 것이었다.

박 인석의 전화는 내게 한줄기 단비와 같은 것이었다. 채린을 더 이상 찾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그 한마디는 희망이었다.

야로슬라브는 그때까지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물소리가 치적 거렸다.

나는 잠시 숨을 죽인 뒤 간단한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침대 시트 밑에 숨겼던 권총을 챙겼다. 까치발을 들고 룸을 나섰다. 도어 록을 여는 순간에는 그가 욕실에서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을 졸였다.

야로슬라브는 욕실에서 흥얼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방을 빠져나가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연신 휘파람소리가 들였고, 찬물을 뒤집어쓰는지 헛숨을 가쁘게 토했다.

나는 신발을 들고 복도의 모서리를 따라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의 속도로 걷고 있었다.

내가 복도 중간쯤에 있는 엘리베이터 가까이 다가갔을 때였다. 털커덩거리며 오르는 엘리베이터 기계음 사이로 구둣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내가 서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발걸음을 늦추고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그 소리는 맞은편 복도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내가 더욱 긴장된 모습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맞은편 복도 중간쯤에서 건장한 사내 두 명이 불쑥 나타났다.

그들은 눈알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까만 안경을 쓰고 있었다. 한 사내는 가죽잠바를 걸쳤으며, 다른 사내는 갈색의 콤비를 입고 있었지만 주먹을 하나같이 굳게 쥐고 있는 모습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옷깃을 세우고 다가오는 모습은 위협적이다 못해 전율마저 느끼게 했다. 그들의 싸늘한 눈빛이 검은색 안경 너머로 나를 노려보고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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