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문에 난 실탄구멍을 통해 형광등 불빛이 빤히 속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알리에크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고 실내등 스위치를 다시 올렸다. 그러자 불빛아래 누워있는 알리에크의 모습은 끔직했다. 실탄이 뚫고 지나간 머리 왼쪽 뒷부분은 속을 파낸 수박같았다. 온통 뒤통수가 골수와 핏덩이로 뒤범벅이 된 채였다. 방 구석구석마다 그의 골수와 피가 얼룩져 있었다. 핏자국은 나무판자 속으로 파고들어가 새 삶을 얻은 검붉은 버섯처럼 호텔 바닥에 엉겨 있었다.

알리에크는 축축하게 젖은 눈동자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는 언젠가 하천에서 배를 뒤집고 떠있던 물고기의 눈동자였다.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있었다.

반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못 다한 말이 거미줄처럼 풀려나올 분위기였다.

전화를 받은 즉시 왜 그런 내용을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느냐고 묻고 있었다.

그는 본래의 모습이 천진해 보여서인지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나는 알리에크를 조용히 가슴에 안고 한 손으로 눈을 감겼다.

알리에크에게 무슨 말을 해도 위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미안하다는 말밖에 달리 해줄 말이 없었다.

알리에크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잘못이었다. 그에게 죽을 만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이 전부였다. 나와 같이 행동한 것. 또 나를 따른 것, 피곤에 젖어 생활하면서도 불평한마디 할 줄 몰랐던 미련함…….

중국계 마피아들에게 위해를 가한 것도 나였고, 그들의 권위에 도전한 것도 나였다. 어찌 생각하면 알리에크가 누워 있는 자리에 내가 누워 있어야 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를 대신해서 주검이 됐다는 죄책감이 피멍처럼 가슴에 달라붙어 나를 괴롭혔다. 나의 무기력함과 뻔뻔스러움 때문에 그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슬픈 기억이 각인되었다. 내 눈에 굵은 눈물이 매달렸다. 눈알이 아려왔다. 피 묻은 손으로 그의 볼을 비벼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나 선배와 영사관 직원이 달려온 것은 한바탕 소란이 빚어지고 10여분이 지난 뒤였다.

나 선배는 피비린내가 흥건히 고인 방에 들어선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문에 난 총탄흔적을 본 탓인지 크게 놀라는 기색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언짢은 표정이었다. 잠시 방 안을 둘러본 뒤 내게 짐을 챙겼느냐고 물었다.

이런 일을 수시로 접해 온 사람처럼 담담했다. 그는 침대 위에 놓인 내 권총을 집어 들었다. 그곳에 묻어있던 지문을 말끔히 닦았다. 그리고 그것을 알리에크의 손에다 자연스럽게 쥐어주었다. 내가 쏜 권총을 알리에크가 쏜 것처럼 감쪽같이 위장해놓았다. 또 침착하게 알리에크의 손 자리에 놓여있던 권총을 집어 내게 넘겨준 뒤 호텔 밖으로 나를 끌어냈다.

그는 나를 자신의 차에 태운 다음 곧바로 어둠을 가로질렀다. 차 안에서 나 선배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했다.

장 기자는 오늘 총을 쏘지 않았어. 그들이 총을 쏘았고 또 그들에 의해 알리에크가 피살된 거야. 더 이상 묻지도 알려고도 하지 마. 뒤처리는 영사관에서 알아서 할 테니까. 장 기자는 앞으로 호텔에서만 있어야 하네. 밖으로 나가면 신변을 보장할 수가 없어.”

나는 그때까지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사건에 휘말리게 됐다는 불안감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왜죠?”

긴 이야기는 내일 하자고.”

그는 블라디보스토크 호텔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파라다이스 호텔 앞에서 차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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