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00년 ‘한국방문의 해’를 만든 뒤 2004년부터는 해마다 지역별로 지역방문의 해를 지정하고 있다.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려는 취지다. 2019년 내년은 ‘대전방문의 해’다. 허태정 시장은 어제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아 ‘대전방문의 해’를 홍보하며 서울시민들에게 대전방문의 해라는 사실을 알렸다. 

대전방문의 해인 내년에 500만 명을 유치하는 게 대전시의 목표다. 근래는 해마다 300만 명 정도가 대전을 찾는다고 하니 쉽지 않은 목표다. 대전방문의 해는 대전을 찾아달라는 초청장이다. 그러나 잔치상이 풍성하지 않으면 손님을 끌기 어렵다. 대전시는 금요일과 토요일 중앙시장 일대에 야외시장을 운영하고 내년 6월에는 월드컵경기장에 한류스타 20개 팀이 참가하는 케이팝 뮤직페스티벌을 열 예정이다. 좋은 아이디어다. 

그러나 더 좋은 아이디어가 더 좋은 계획이 나와야 한다. 내년만이 아니라 그 후년, 후후년에도 계속이 이어질 관광 상품을 찾고 만들어야 한다. 본지는 남충희 전 경기도 경제부지사(바른미래당 대전시장후보)의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그가 부산시경제부시장 시절, 건설을 주도했다는 센텀시티는 ‘부산의 맨해튼’으로 불릴 만큼 성공했고, 그때 만든 ‘벡스코’는 부산을 세계 9대 컨벤션도시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도시계획 관광 분야 등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접했다고 한다. 다음은 그가 전하는 관광도시 대전을 위한 제언이다.

◯ 관광산업의 중요성 = 소득이 늘면 관광 산업이 활성화되기 마련이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인이 세계의 관광객이 되었고, 그 다음엔 일본, 그 뒤엔 대한민국, 이제는 중국이 세계의 관광객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이 3만 달러시대가 열렸다. 관광수요가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전은 우선 국내 관광객 유치부터 목표를 잡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제화시대가 열린 만큼 국내로만 한정할 이유는 없다. 

◯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4가지 요소 = 관광산업을 발전시키는 데는 4가지의 중요한 요소가 있다. 첫째는 컨텐츠다. 눈에 보이는 자연자원이나 역사적 유물이든,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는 스토리든 관광객이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둘째, 관광객이 먹고 잘 수 있는 요식업과 숙박시설이 충분해야 한다. 셋째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대전은 비교적 좋은 편이다. 넷째 홍보가 필요하다. 효과적인 홍보가 없으면 관광객이 알 수가 없다. 이 외에도 스포츠 의료시설 등 관광을 촉진할 수 있는 관련 산업이 있으면 관광산업을 증진시키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 세계 관광도시들의 특징 = 세계적인 관광지들은 대체로 다음의 5가지 유형에 들어간다. 첫째 피라미드의 이집트나 진시황 만리장성의 중국처럼 조상을 팔아먹는 관광지, 둘째 피지나 발리 푸켓처럼 천혜의 자연의 덕을 보는 관광지, 셋째 디즈니랜드 같은 대규모의 위락시설을 갖춘 도시, 넷째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문화상품을 파는 도시, 다섯째 관광을 의료 휴양 패션 등 다른 산업과 결합한 복합관광 도시가 있다. 

이 5가지 가운데 대전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는 없다. 다만 ‘문화상품을 파는 도시’나 ‘복합관광도시’로서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은 있다고 본다. ‘성심당 빵’은, 비록 빈약하긴 해도 대전을 문화상품 도시로 만들 수 있는 좋은 소재다. 성심당의 소브르 빵은 대전 시민들은 물론 다른 지역 사람들의 사랑도 받고 있다. 이것을 잘 활용하면 대전 관광의 활성화를 기할 수 있을 것이다. 복합관광도시로서의 가능성은, 대전은 연구단지가 밀집된 과학도시라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또 대전시가 추구했던 ‘의료관광 도시’가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 관광도시 개발 전략 4가지 = 관광자원이 있어도 잘 개발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4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는 광역화다. 대전시는 대전시 혼자만의 전략을 짜면 성공하기 어렵다. 충남 충북 세종과 연계해서 관련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충남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백제의 유물이 있어서 대전 관광산업에 필수 요소다. 둘째는 국제화다. 이제는 국제화시대인 만큼 국제화에 신경쓰지 않으면 안 된다. 요식업소나 숙박시설이 국제화시대에 대비하도록 해야 한다. 대전의 현재 관광산업 수준으론 어렵지만 관광 도시로 가려면 반드시 갖춰야 한다.

 셋째 복합화다. 관광산업을 촉진시킬 수 있는 관련 산업, 이를 테면 의료산업 및 컨벤션산업 활성화가 필요하다. 넷째는 차별화다. 대전만 갖는 장점이나 특징으로 관광객을 유혹하는 전략이다. 대전은 과학도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 가령 관광객이 대전역에 내리면 대전을 재밌게 소개하고 안내할 수 있는 인공지능로봇을 배치해서 관광객의 동작이나 표정만 보고도 그 관광객에 필요한 질문을 던지면 “대전이 과학도시라더니 역시 다르구나!”하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일본에는 쓰레기를 분류하는 인공지능이 개발돼 아내가 “남편은 어디에다 버려야 하느냐?”고 농담을 하면 “개선해서 쓰라는 답을 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다른 건 몰라도 대전이 그런 뉴스의 주인공이 되면 과학도시 대전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

◯ 수도권 인구 잡아야 성공 = 무엇보다 수도권 인구를 잡는 게 중요하다. 그래라야 관광 ‘산업’으로서 성공 가능성이 있다. 압구정동 사람들이 대전에 와서 “압구정에는 없는 것이 여기에는 있네!”하는 반응이 나와야 한다. “대전이 더 좋네, 더 싸네, 재밌네!”하는 것이 대전에 있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전도 관광도시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 엄청난 창의력과 전문가 필요 = 이 모든 것을 현실화하려면 무엇보다 ‘엄청난 창의력’이 요구된다. 대전시에도 관광 분야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있으나 이들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최고 수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대전시는 제대로 된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컨설팅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국제적 수준의 컨설팅을 받아야 그만한 작품이 나온다. 20억 원 정도는 들어야 할 것이다. 훌륭한 컨설팅을 받으면 담당 공무원들부터 일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시민들의 관심도 달라진다. 그러면서 그 내용도 저절로 홍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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