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정치 톺아보기] 변화는 당신이 기득권을 놓을 때 시작된다.

영국 보수의 혁신 아아콘으로 평가받고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총리. 자료사진.
영국 보수의 혁신 아아콘으로 평가받고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총리. 자료사진.

최근 대통령지지율이 53.7%(이하 리얼미터 조사결과)로 다시 소상공인 폐업속출, 고용최악, 높은 실업률의 악재가 겹쳤던 9월의 지지율 수준으로 회귀했다. 3차 남북정상회담과 백두산기대감으로 지지율 65.3%를 찍었던 9월말 대비 제법 빠진 듯하다. 

제재완화와 완전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관계협상도 별다른 진척을 못 이루는 상태에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대 초반으로 낮추는 것을 봤을 때, 경제와 평화에 대한 기대치는 당분간은 떨어지는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동력으로 삼기엔 역부족일 듯싶다.

최근엔 ‘혜경궁 김씨’ 이슈가 불거져 여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대전지역에서 발생한 김소연 대전시의원의 불법선거자금 폭로도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으로 현재진행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지지율 40%대는 유지하곤 있지만, 이런 불미스런 일들이 지속된다면 언제 40%대가 뚫릴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야당은 한심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는 존재감을 잃은 지 오래에, 조직강화특위위원장 문자 해촉이라는 희귀한 코믹단막극이 펼쳐진지 얼마 안 된다. 이젠 향후 당권을 향한 ‘그 밥에 그 나물’의 인물간 주도권 쟁취 혈전이 그려진다. 

이 혈전엔 친박과 비박이 도대체 누구인지 헛갈리도록 변신된 분들이 또다시 친박-비박과, 잔류파와 복당파로, 영남본류와 그 외 지역 지류의 섞어찌개로 섞이고 섞여 원내대표 선출부터 시작해서 내년 초 예정된 당권경쟁까지 도대체 이것은 또 무슨 광경을 연출할지 모르겠다.

거기에 지역정치 또한 아예 사라졌다. 여당은 시의원 파문으로 어쩔 수 없이 숨죽이고 있다손 치더라도 야당의 국회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 역시 안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음을 위한 숨고르기인가?

이런 상태에서 적잖은 정책 전문가들이 야당의 초대 러브콜을 거절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도대체 가서 무얼 할 수 있을까?’ 판단이 서지 않기에 보수 성향 전문가들이 야당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기득권은 그대로 갖고 있는 상태에서 계파갈등만 표출하는 지리멸렬한 상황에 누가 야당을 찾으려 하겠는가? 이는 지역도 마찬가지일게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마자 잘못했다고 무릎 꿇고, 또 몇몇 국회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불출마를 약속했다. 그런데 그 이후 이런 모습은 사라졌다. 얼마 전 당협위원장 전원이 사표내고 당무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중에 야당의 지역기반이 있는 영남권 일부를 제외하고 다른 지역에서 기득권을 지닌 현역의원이 물러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방선거 이전 새로 발탁된 당협위원장만 미처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한 채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파리 목숨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가 정치적 위기에 몰리며 제2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되지 않나 정치권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더 나아가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국노총의 집회에 참여해서 문재인대통령과 다소 대립각을 세우는 행보를 취해 ‘자기정치’한다는 비판을 듣는다. 

이런 모습에 야당은 겉으론 이 지사와 박 시장을 비판하면서 속으론 박수를 칠지 모르겠다. 내홍이 확대되어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그 역사의 교훈을 믿고 싶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은 집권초기다. 힘은 현재 권력에 있다. 그 기대를 모았던 안 지사도 여론에 한방에 갔으나 ‘미투에 따른 여권의 도덕성 훼손’의 이슈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고 안지사의 빈공간은 다른 새로운 진보적 인물들로 급속히 채워졌다. 그리고 곧 질서를 회복했다. 

검찰의 조사가 나와야 할 문제이겠지만, 이 지사가 혹 잘못된다 하더라도 그 과실은 야당에 오지 않는다. ‘혹시나’의 빈 공간 역시 새로운 진보적 인물들로 채워질 것이다. 박시장이 권력게임에 위축된다 하더라도 혹시나 줄어들 공간은 또 다른 질서로 회복된다. 그 만큼 현재의 권력은 강하고 이를 지탱하려는 이들의 결속력은 ‘빠’라 할 정도로 깊다.

야당은 현 집권세력과 여당의 실수를 기대할 일이 아니다. 여권 내 정치적 변화를 임기 중반기로 향하는 ‘세력의 변화(강화)’로 볼 일이지 절대 ‘분열로 인한 자충수’로 볼 성격이 아니다. 그 기대에 대한 생각을 접고 스스로 변화의 길을 빨리 찾아야 한다. 스스로 진통을 겪으며, 자신의 세력을 변화시켜야 한다.

강영환 정치평론가
강영환 정치평론가

그것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당이 변화해야 하는데, 지도부가 변화해야 하는데..’ 하면서 자신은 무관하다는 식의 유체이탈화법을 쓰지 말아야 한다. ‘나는 깨끗했다, 무관했다’ 식의 무책임함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모든 것을 내려 놓으라’ 하는데 숨는 것을 내려놓은 것처럼 코스프레하지 말아야 한다.

지도부는 2005년 영국 보수당의 변화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보수당은 만년 야당에서 벗어나기 위해 38세에 불과한 데이비드 캐머런을 당수로 선출했다, 제3의 길을 표방하면서 젊은 진보로 부상한 토니 블레어와 경쟁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후 캐머런은 2010년 영국 총선거에서 보수당을 승리로 이끌면서, 43세의 젊은 나이에 총리직에 올랐다. 이런 변화를 국민은 원한다.

야당의 현역의원들은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라. 그런 후에 보수대통합에 나서고 대여투쟁에 한목소리를 내라. 기득권을 버리는 뼈를 깎는 자기헌신이어야만 국민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 그래야 현 정부의 실정에 고개를 흔드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 대안정당이 될 수 있다.

기득권을 버려야 그 자리에 사람이 모인다. 중앙이나 지역이나, 지금은 ‘갈지 말지 고민하다가 이상태로라면 제대로 되겠어?’하고 발길을 돌리는 정책전문가와 젊은 정치지망생, 신망받는 지역의 유력인사를 끌어올 수 있다. 

그러면 떠나간 20∼30대의 눈이 야당을 향하게 할수도 있다. 케머런은 불과 50세에 “나도 한때는 미래였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물러 날 때를 안 것이다. 이런 정치인을 국민은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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