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헌의 미소가 있는 시와 그림]

맛과 그림 1- 무지짐이

혼이 나갔기 때문인지, 
제물로 쓰여서인지 
밍밍한 그야말로 무맛 
즉 물컹한
없는 듯한, 
튀지 않는 그저 그런 적(炙) 중의 하나, 
그런데... 그런데··· 먹고 나... 세월이 지나면...

“귀하지 않더라고 꼭 있게끔 살아라”

맛과 그림 2-사과

일거리를 줄여 주어라
변함없이 사과를 챙겼다. 그것이 뜻하는 것은 아침이라는 것과 대접받지 못한다는 것, 인생살이처럼 둥글고 익숙한, 흥분 잘하는 나처럼 붉고 까칠한, 딸처럼 새콤달콤한 널 여름 제외하고 변함없이 챙겼다. 그것이 뜻하는 것은 최소한의 섭취도 그것마저도 타박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관념이 굳어있다
아주 이른 봄 급하게 남당항에 갔다 오는 길, 생각 없이 80년 된 예산의 감리교회 시골마을 목사를 찾아가는 데 빈손대신 사과 1박스를 넣었다. 사과가 지천인 곳에 사과를 내밀었으니 웃음으로 미안함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깊이 정신 차리지 못한 얕음이 고정되어 있었다. 깊게 박힌 고정은 쓴 맛을 역류시켰다.

구정선물을 꽃 대신 사과로 했다
꼭 아파트 열쇠처럼 딱 맞아야 열리는 선물은 늘 사랑하는 이의 눈빛을 밝게 하지 그 이후엔 딱지가 앉듯 사과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지만 꼭 영화 같지만은 않더라는 스토리 그러니깐 누구나 할 것 없이 포장하지 않으면 추한 가벼운 맛에 사육되는, 얕은 만남을 요구하는 시대에는 선물조차도 쉽게 받는, 가장 큰 부실은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는다는 얕음이다.

“사과할 일을 많이 만들어야 더 끈끈해지지 않더냐?”

시와 머그컵 -Taipei

박물관은 슬프고 위대하다. 거기의 유물들은 누가 누굴 위해서 만들었을까? 분명한건 후손은 답이 아니라는 것, 박물관이란 단어의 뜻은? 놀라움들이 쌓여있는 곳, 신기함만이 전시된 곳, 과거들이 축제 하는 곳? 타이페이 고궁 박물관
분명 속뜻이야 모르지만 누군가가 누군가를 위해서, 3대에 걸쳐 조각했던 상아, 필요에 의해서, 충족을 위해서, 그래서 순수하지 않은, 그렇다고 안할 수도 없는, 사연들의 대표적 샘플, 위대하다기 보단, 밤의 공동묘지처럼 냉기들의 집합장소, 뒤끝이 서늘한 한들이 모여 있는 곳, 잔인한 탐욕들이 있는 곳, 박물관.

원장실의 스켈레톤-겔포스 M- 구세주

인산알루미늄은 GERD, 신트림, 속쓰림에 착 달라붙는데
불편한 전화가 온 아침 - 그냥 줄 수도 있었던 부탁인데
배알이 꼬였어, 틀어진 것이지
너 그러지 말라고 몸이 먼저 혼냈어
난 어디에 쓰이는지 아직까지도 모르는데…….

소소한 느낌들-곰소에서

육지가 들어가서 생긴 변산반도의 만(灣)에는
태양이 하얗게 타고 남은 소금밭이 있고
갯벌에는 물컹물컹 세월이 퇴적되었고
장터에는 젓갈들이 짠내를 내는데
가을 코스모스가 필 즈음이면 
생각보단 빨리 넘어가는 해를 배웅하고
삶처럼 날마다 틀린 색으로 천지를
그것도 마지막이라는 듯 찐하게 물들이는
입도 다물기 전에 Goodbye 하는 님
넘어 가는 해를 
내 몸 끝 모세혈관까지 들이키고픈
그곳.


송선헌 원장.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 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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