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볼을 만졌다. 하지만 까칠한 수염만 만져졌다. 그녀는 없었다.

루스 카야 이즈바가 열린 것은 오후 6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내가 지루함에 지쳐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보며 딴전을 피우고 있을 때였다. 그 순간도 나는 한 중년 부인의 뒤뚱거리는 걸음을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다리가 체중을 이기지 못해 부었고 부푼 허리를 치마끈으로 동여맨 탓에 답답함을 느낄 만큼 몸통이 조인모습 이었다. 내가 그녀를 유독 주의 깊게 지켜 본 것은 그녀의 묵직한 가슴 때문이었다. 그녀의 가슴은 내가 지금까지 본 사람들의 그것들 가운데 가장 큰 것이라고 생각했다. 야자열매만큼이나 커 보이는 가슴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물살을 일구며 출렁거렸다.

나는 거리를 달리던 하늘색 승용차의 경적소리가 없었다면 이즈바의 문이 열리는지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매우 신경질적인 경적을 듣고 고개를 막 돌렸을 때 한 사내가 이즈바 앞에 서서 문을 열고 있었다.

그 사내는 중국계로 제비족같이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목에는 나비넥타이를 매고 까만 양복바지가 흘러내릴 때마다 버릇처럼 허리춤을 추켜올렸다.

콧수염을 기른 모습과 구레나룻을 가꾼 모양새, 그리고 하얀 와이셔츠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이 예사주점의 그들과는 사뭇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 주점의 카운터를 보는 사내거나 아니면 부지배인쯤 될 것 같았다.

그 사내는 문 앞에 서서 잠시 머뭇거린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사내와 같은 패거리가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만 간간이 눈에 뜨일 뿐이었다.

이즈바에 들어가야 할 때가 됐다는 판단과는 달리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가벼워야 할 발이 진흙 밭에 빠진 것처럼 무거웠다. 하지만 나는 한 시도 지체할 수가 없었다. 손에 들고 있던 신문을 말아 쥐며 자고 있던 알리에크를 깨웠다.

따냐는 차에서 대기하고 알리에크에게는 주점의 망을 보라고 일렀다. 문밖의 사태가 심각하면 창문을 향해 작은 돌을 던지라고 시켰다.

알리에크는 주저했지만 나의 강한 채근에 못 이겨 이즈바가 똑바로 보이는 공원의 벤치에 가서 앉았다. 나는 그와 헤어지면서 30분이면 모든 것이 끝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즈바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좁은 통로는 눅눅하고 찝찔한 술 냄새가 배어 기분을 음산하게 했다. 손바닥이 젖어 들었다. 나는 가죽 장갑을 끼고 발소리를 죽였다.

주점은 중앙이 널찍한 홀로 꾸며졌고 그곳을 중심으로 두어 평 남짓한 룸들이 촘촘하게 붙어 있었다. 한 모퉁이에 화장실로 통하는 문과 각종 술병들이 가지런히 진열된 카운터가 보였다. 카운터와 홀 사이를 따라 난 좁은 통로로 들어가면 내실이 있을 것 같았다.

칠흑같이 어두운 천장에 매달린 희미한 조명등은 카운터 뒤로 만들어진 진열장을 비추고 있었다. 홀의 조명은 그것이 전부였다.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가 시골 주점에서나 볼 수 있는 것처럼 칙칙했다.

나는 사내의 양복이 카운터 옷걸이에 깨끗하게 걸려 있고, 또 화장실 쪽에서 물소리가 나는 것으로 미루어 그가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습기를 먹고 자라는 곰팡이 냄새가 우꾸로프 향료냄새와 뒤섞여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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