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으로 통하는 도로와 도시공원 사이, 비슷한 크기의 문들이 벌집같이 조밀하게 붙어있는 회색빛 건물의 중간쯤이었다. 그곳은 낡고 잘 달은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문간에는 루스 카야 이즈바” “술과 음악 그리고 여자, 사랑이 속삭이는 곳이라고 쓰인 간판이 아담하고 좁은 출입문 위에 붙어 있었다. 문 양편에는 먼지가 낀 창문이 나있었고 한쪽 창문 곁에 속옷만 걸친 무희의 색 바랜 사진이 붙어 있었다.

그곳은 블라디보스토크의 여느 술집과 달리 겉보기엔 무슨 사무실같이 보였다. 낡은 무희의 사진이 나붙지 않았다면 이곳이 술집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 같았다. 그나마 무희의 사진이 붙어 있고 간판의 글귀가 주점을 의미하기에 이즈바가 맞는다고 판단했다.

루스 카야 이즈바는 그때까지 영업이 시작되지 않아 조용했다. 겉보기에 다시는 영업이 재개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문간에 우편물이 쌓여있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영업이 계속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나는 루스 카야 이즈바가 보이는 공원 건너편 언저리에 차를 멈추게 했다.

우리는 그곳 그늘에 차를 받치고 바의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호텔에서 가져온 신문을 처음부터 읽어 내려갔다. 지루함을 떨어버리는 데는 신문만한 것이 없었다. 공원 언저리에 차를 받쳐두고 바의 문이 막연히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은 대단한 인내가 필요했다. 어부가 알량한 그물을 바람 한 점 없는 호수 한가운데 치고 고기떼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나마 긴 지루함에서 버티게 한 것은 채린이 이곳에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한 가닥의 희망 때문이었다. 그녀가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최소한 그녀의 위치를 파악할 수있을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물론 그물에 고기가 걸리지 않을 수도 있었다. 또 그물을 피해 고기가 달아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것을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어부들이 바다 한가운데 그물을 던지는 수고를 하는 것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의 상징일 수도 있었다. 그것조차 하지 않고 고기가 그물에 걸리기를 바라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나는 어부들이 던진 그물과 같은 그물을 루스 카야 이즈바 문 앞에 치고 있었다.

 

우리 아이가 자기를 꼭 빼 닮았데.”

고생 많았어. 몸은?”

나는 채린의 따뜻한 손을 꼭 쥐었다. 그녀의 흰자위가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출산으로 인한 혈압을 못이겨 실핏줄이 파열되어서였다. 푸석한 얼굴로 병상에 누워있는 채린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나는 속으로 자기를 닮은 아들 한 명만 낳게 해 달라고 기도했었어. 그 소원을 들어주신 거야.”

그래. 입이 큼지막한 녀석이 나를 닮은 것 같더라.”

자기가 보기에도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이 핑 돌았다. 더욱 세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채린이 내 볼을 어루만졌다.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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