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리스크에서 행한 나의 행동이 이곳 현지 중국계 마피아들에게 상당히 위협적이고 또 모독적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그들은 나에게 보복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충고했다.

그의 충고가운데 나를 더욱 불안하게 한 것은 그런 보복이 채린에게 미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중국계는 나를 그냥 두지 않을 것이며 그런 보복이 이루어 지지 않을 경우 채린에게 앙갚음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기분이 몹시 언짢았다.

사실 나는 그동안 내 행동이 채린에게 어떻게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줄곧 아내를 찾으면 그만이라는 생각만 해왔다. 어찌 보면 그것은 지극히 단순한 생각에 불과했다. 이곳 마피아들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치 못한 채 덤벙거린 결과였다. 그러면서도 나는 마피아들이 채린을 납치한 것이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를 깨닫게 해 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채린이 당하고 있을 고통 이상의 아픔을 그들에게 안겨 주고야 말 것이라고 다짐했다.

나는 세르게이와의 통화를 끝내고 자리에 돌아와 커피를 두어 모금 마셨다. 유달리 쓴 맛이 혀끝을 자극했다.

어떻게 할까, 이 길로 블라디보스토크로 돌아가야 하나?’

머리를 움켜쥐고 한동안 길게 숨을 몰아쉬었다.

혼자 이곳 마피아들을 상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세르게이에게 들은 이야기를 알리에크에게 곧이곧대로 들려준다는 것도 고민거리였다. 잠잠했던 불안감이 다시고개를 들며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결단을 내려야했다.

겨우 잔의 바닥을 감추고 있는 커피를 들이켜고 이를 깨물었다. 그리고는 따냐와 알리에크에게 이곳에서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그들의 안색이 예상했던 대로 돌변하며 실망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더욱이 알리에크는 길게 한숨을 토해내며 시선을 피했다. 자잘한 한기가 그의 몸을 경직되게 만들고 있었다. 눈동자가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세르게이의 협조가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자신은 내 신변만을 보호하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다 사태가 심상찮다는 사실을 깨닫자 꽁무니를 뒤로 빼는 모습이 확연했다. 그는 중국계마피아들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쉽게 그들에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충고했다. 또 더 이상 도와 줄 수가 없다는 말을 직설적으로 뱉지는 않았지만 그런 눈빛을 머금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나는 알리에크와 다시 눈이 마주치기 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이곳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은 보인다면 알리에크가 더욱 주저할 것 같아서였다. 그의 마음속에 있는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한다면 나는 이곳에서 어떤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슴속에 앙금처럼 묻어있던 분노가 어느새 내게도 불안감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나는 혼자서라도 루스 카야 이즈바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차에 올랐다.

루스 카야 이즈바를 찾은 것은 세르게이에게 전화를 건 뒤 한 시간이 족히 지난 후였다. 그곳은 도심에서 약간 벗어나 한적한 거리의 모퉁이를 돌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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