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란에서 포이펫까지

1. 아란~포에펫 지도

 우리나라는 반도 국가이지만 휴전선에 막혀서 사실상 섬나라와 다를 바 없어서 기차나 버스를 타고 외국으로 갈 수 없다. 하지만,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서유럽처럼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를 입국하는데도 마치 대전에서 서울이나 부산을 가듯 버스나 승용차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서유럽에서도 EU 회원국이 아닌 스위스를 입국하거나 출국할 때에는 간단한 입출국절차를 거치기도 하지만, 그것도 거의 형식적인 절차들이다. 동남아 국가의 여행은 대체로 육로교통이 잘 발달되지 않아서 국가 간 이동은 대부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지만, 네 번의 태국 여행에서 처음에는 태국의 국경도시 아란야프라텟(Aranyaphrathet: 통상 '아란'이라고 부른다)에서 캄보디아의 포이펫(Poipet)으로 들어가는 육로 여행을 경험하기도 했다. 

2. 태국 국경 아란 검문소
2. 태국 국경 아란 검문소

 우리는 방콕에서 파타야를 경유하여 아란으로 향했지만, 방콕에서는 북부 터미널(Mochit 2)에서 직접 아란으로 가는 고속버스가 매일 새벽 3시 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오후 6시 반까지 운행한다. 고속버스는 화장실이 있는 버스와 화장실이 없는 보통 버스로 나뉘며, 태국의 대중교통은 시속 80km로 속도제한이 정해져 있어서 방콕에서 아란까지는 약 4시간~4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장거리 버스여행 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음료수도 마실 수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는 여행객에게 필요한 공간이지만,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와 같은 편리한 휴게소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단층 콘크리트 건물의 슈퍼 같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마치 길거리 포장마차 같은 상점들이 흔한 바나나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일이나 오뎅, 닭고기 튀김 같은 조잡한 음식들을 판매하는 수준이다. 또, 서유럽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때에는 우리나라처럼 무료가 아니라 코인을 내야 하지만, 태국의 고속도로휴게소 화장실은 사용료를 받지 않는 대신 우리나라의 1960~70년보다도 훨씬 열악하다. 화장실 변기의 깔개도 없이 쪼그려서 용변을 마친 뒤, 그 옆에 있는 물통에서 바가지로 부어서 처리하는 수준이다.  

2-1. 태국 국경 통로
2-1. 태국 국경 통로

태국의 국경도시 아란은 캄보디아로 들어가는 유일한 관문이어서 여행객들을 상대로 한 음식점, 숙박업소, 상점들이 많다. 1998년에 개통된 태국과 캄보디아 사이의 국경 중 태국 지역인 아란은 국경초소까지는 도로가 포장되었고, 제법 많은 버스며, 택시, 화물트럭 등 교통수단이 오고갔다. 그러나 국경을 넘어가고 넘어오는 각종 물건들을 실어 나르는 캄보디아인들의 손수레가 즐비한 것이 가장 눈에 띄었다. 
 

3. 캄보디아국경 포이펫
3. 캄보디아국경 포이펫

패키지여행일 경우에는 출입국사무소 부근에서 버스에서 내린 뒤 이동하는 거리가 짧지만, 버스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은 아란 버스터미널에서 내린 뒤 오토바이를 개조한 뚝뚝이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태국에서 캄보디아로 출국하는 데에는 관광비자 발급비용 1000바트와 명함판 사진 1장이 필요하다. 태국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태국 출국수속과 캄보디아 입국수속을 마치면 좁은 통로를 따라 출입국관리사무소를 걸어서 국경을 넘게 된다.

태국 출입국관리소에서 약100m 남짓한 통로를 따라가면 태국 국경을 넘게 되는데, 흙먼지가 자욱한 콘크리트 도로를 약 2~300m쯤 걸어가 또다시 캄보디아 출입국관리소가 있다. 태국의 아란도 초라하지만, 캄보디아의 국경도시 포이펫은 마치 시골장터처럼 초라하고 지저분한 풍경에 놀라게 된다. 이곳에서 약5분 거리인 택시정거장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국경도시 포이펫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북서쪽으로 430㎞ 정도 떨어졌는데, 우리 가족은 앙코르와트로 알려진 캄보디아의 씨엠립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해서 캄보디아의 국경도시 포이펫에서 하루를 묵고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곧장 씨엠립으로 가는 여행객이라면 버스정류장에서 씨엠립으로 가는 택시나 시외버스를 타야 한다. 
 

3-1. 포이펫 호텔
3-1. 포이펫 호텔

포이펫의 가로 2㎞ 세로 12㎞ 구역은 일반인들이 왕래하는 시가지로 구분된 포이펫관광단지로서 캄보디아인들은 허가증을 부착한 차량이 아니면 이곳까지 들어올 수 없다. 이곳에는 스타베가스·트로피카나·할러데이·골든 크라운 등의 대형 카지노들이 영업 중인데, 캄보디아 전체 12개의 카지노 호텔 중 7곳이 포이펫에 몰려 있다고 했다.

우리가 투숙한 호텔도 1층 전체가 카지노로서 입구에는 슬롯머신까지 즐비하게 설치해두어서 전문 겜블러는 물론 순진한 아마추어들의 주머닛돈까지 노리는 것 같았다. 사실 캄보디아인들의 열악한 경제사정으로는 이런 도박장을 이용할 수 없고, 외국여행을 하는 여행객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엿새 동안 태국 여행을 하면서 유일하게 포이펫에서 전혀 식사를 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해서 콜라 한잔과 사이다 한잔으로 저녁식사를 대신했다.

3-2. 포이펫 공원
3-2. 포이펫 공원

포이펫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씨엠립으로 가기 위해서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이동했는데 오전 7시에 국경 문을 열 때까지 느긋하게 시내구경을 했다. 시외버스터미널에는 이른 아침부터 국경을 넘어 태국의 아란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길게 꼬리를 잇고 있었다. 그리고 여행객들의 짐을 운반해준 품삯으로 살아가는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엉성한 손수레를 이끌고 국경 문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 1960년대 청소부들이 끌고 다니는 리어카 같은 조잡한 나뭇조각을 얼키설키 붙인 낡은 수레로 매일 국경을 넘어가거나 넘어오는 여행객들의 짐을 옮겨주며, 그 수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국경을 한 번 왕복할 때마다 50바트 정도씩 받는다.

이들은 2시간 만에 캄보디아인의 평균 일당(40바트=약1000원)의 곱절을 벌지만, 포이펫 경찰과 세관원들에게 뜯기고 나면 고작 약50바트 정도를 손에 쥔다고 했다. 캄보디아 주민들은 임시통행증만 있으면 오후 8시 국경이 폐쇄될 때까지 횟수에 제한 없이 태국의 아란을 왕래할 수 있으며, 또 이들이 실어 나르는 물건의 품목·무게에 대한 제한도 없다고 한다.

4. 여행객의 짐을 기다리는 인력거
4. 여행객의 짐을 기다리는 인력거

 포이펫은 국경도시라는 특성 때문인지 포이펫 관광도시에서 캄보디아 내륙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시 차단시설이 된 구간을 지나야 했다. 이곳에서 앙코르와트와 툰렙삽 호수가 있는 씨엠립까지는 150여㎞인데, 도로는 시멘트 포장을 했지만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데다가 씨엠립까지 비포장 흙길을 다닌 차량들 때문에 온통 흙범벅이다.

주변의 건물들은 우리의 1970년대 시골처럼 3~4층 높이의 상가건물도 있지만, 포이펫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씨엠립으로 가는 25인승 버스는 한국에서 수입된 중고버스로서 국내 어느 사설학원 명칭의 한글이 또렷했다. 캄보디아인들은 성인이라 해도 겨우 우리나라의 15~6세 정도만한 체구인데, 깡마르고 시커먼데, 하긴 캄보디아의 옛 이름인 크메르(khmer)란 말 자체가 ‘검다(black)’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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